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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및 칼럼

[뉴스1] [이백규 인터뷰]'괴짜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나는 아웃사이더…실패가 귀한 자산"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1.04.14 조회수1286

송고 : 2021-04-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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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규 인터뷰]'괴짜교수'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나는 아웃사이더…실패가 귀한 자산"

뉴스1 발행인 창립 10주년 인터뷰 기획-①
"아버지의 믿음이 큰 힘"…부국의 길, 핵심은 '관용'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하루 세 시간씩 걸어 학교를 오가던 소년 이광형은 '괴짜 교수'가 됐다. 그는 별명에 걸맞게 20년 전 바이오와 ICT 융합을 주장하며 '바이오뇌공학과'를 만들었다. 지식재산대학원, 과학저널리즘 대학원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미래학 연구기관인 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해 2013년부터 대한민국의 미래 대비에 앞장섰다.


그의 앞선 생각과 행동에 사람들은 괴짜라고 불렀다. '융합'은 이제 모두가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고,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사람들은 '기술로 바뀌게 될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신임 총장의 '남다른 생각'은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광형 총장이라는 '괴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 10일 서울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열린 이광형 총장과 <뉴스1>의 이백규 대표이사의 대담에서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광형 총장사진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KAIST) 도곡캠퍼스에서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신임 총장이 이백규 뉴스1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21.4.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나는 아웃사이더"…어린 시절 하굣길은 호기심의 원천, 대입실패가 자산


"요즘 말로 아웃사이더죠. 어렵게 태어나서 어렵게 공부했다. 농촌에서 자라 전깃불도 없이 호롱불 밑에서 공부하며 4㎞씩 걸어 다녔다. 학교를 오가는 데 3시간이 걸렸다. 아침에 학교 가는 데는 한 시간인데 올 때는 두시간이다. 놀면서 오니까 그랬다(웃음). 상상력 같은 게 (놀이에 애쓴) 하굣길에서 생기지 않았을까."


논길에서 온갖 장난을 치고, 물에서 멱감고, 가만히 있는 벌집을 괜히 쑤셔 벌에 쏘였던 시절을 말하는 이 총장의 얼굴에서 때묻지 않은 소년같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두시간 걸린 하굣길이 호기심의 원천이었다면, 실패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남다른 일을 하는 용기는 대학 입시 '실패 경험' 덕분이다.


"남하고 다른 새로운 시도하지 않는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 아니겠나. (실패를) 좋아서 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는 게 많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그 실패 경험이 대학교 떨어진 것이다. 그때는 듣기 힘들었지만 나중에 보니 크게 도움이 됐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각각 산업공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딴 이광형 총장은 재수를 해서 대학에 들어갔다.


그는 "만약 대학교에 떨어지지 않고 그냥 갑자기 합격했더라면 세상 무서운지 모르고 나대고, 까딱까딱하고 다녔을 거다. 한 번 부족한 걸 알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만나면 저분은 나보다 우수한 사람, 내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며 "실패가 굉장히 귀중한 자산이다. 좋은 실패 사례를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해석해, 사람들을 격려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입 실패가 '좋은 실패'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


"그 기억이 생생하다. 대학교 시험에서 떨어졌으니까 후기 시험을 봐야 했다. 그런데 후기 시험날 함께 떨어진 친구들과 강화도에 놀러갔다. 나중에 알았는데 아버지는 이 이야기를 전해듣고 굉장히 좋아하셨다."


'쩨쩨하게' 후기시험 보는 대신 놀러간 아들이 다행스럽다고 느낀 아버지로부터 그는 '자존감'을 얻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그만큼 기대한다는 '믿음'. 몇마디 말보다 더 큰 '격려'였다.


이 총장은 한번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 술술 말을 풀어나갔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갑자기 나의 희망이라는 글짓기를 하라고 숙제를 내주셨다. 쓸 말이 없었는데 그즈음 읽은 책이 에디슨 전기여서, 마분지 종이에 에디슨과 같은 과학자가 되겠다고 적었다"며 "그랬더니 아버지가 좋아하시면서 그걸 벽장 속에 넣고 손님이 올 때마다 그걸 보여줬다. 거기서 인생이 정해졌다. 그때부터는 길이 딱 정해져서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고 추억했다. 이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총장의 흔들림없는 삶은 수년 전 주례를 서준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의 본보기가 됐다. 류기자는 오로지 과학기자의 길만 고집해 작년말 '올해의 과학기자상'을 수상했고 기자는 감사 전화를 올렸다.



이광형 총장사진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KAIST) 도곡캠퍼스에서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신임 총장이 이백규 뉴스1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21.4.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부국의 길, 핵심은 '관용'…건강 비결은 '푸시업 140개'


이광형 총장은 취임식에서 "카이스트 학생들이 너무 공부를 많이 해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성적 중심으로 운영되는 총장상 제도에 독서왕, 도전왕, 봉사왕 등을 만들어 학내 문화를 바꾸어 내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백규 대표가 '호기심 왕'도 포함하면 어떠냐는 제안에 이 총장은 웃으면서 "그게 가장 기본"이라고 답했다.


도전왕, 독서왕, 봉사왕, 질문왕, 호기심왕 등 다양한 상이 있을 때 학생이었다면 어떤 상을 받았을 것 같은지 묻는 말에는 "호기심 쪽이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총장으로서 학생들이 받기 바라는 상은 달랐다.


이 총장은 "학생들이 독서왕을 받았으면 좋겠다. 독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독서의 즐거움을 깨닫고 사회에 나가면 절반은 성공이다"라며 "책 읽는 즐거움을 깨달으면 그 즐거움에 계속 공부하게 된다. 많은 사람은 그 즐거움을 모르기 때문에 (바라보는) 세상이 좁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서 이백규 대표는 총장에게 '스위스 메이드'(R. 제임스 브라이딩 저)를 선물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처럼 작지만 강한 언론 뉴스1, MIT보다는 작지만 강한 대학 카이스트를 위한 선물이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면 절반은 성공"이라며 1연구실 1책 읽기 운동을 펼치는 이 총장이 추천하는 책은 무엇일까? 이 총장은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 저)를 꼽았다.


그는 "제국의 미래는 역사이래, 세계를 지배했던 제국들이 어떻게 일어나고 패망했는지를 쓴 책이다. 이 책의 관점은 '관용'(tolerance;다른 라이스스타일과 신념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로마는 전 세계 이민자들의 문화를 다 받아들였다. 지금도 미국 100대 벤처기업(대표)의 절반이 이민자다"라며 "그런 나라들이 문화의 순수성을 찾고 배척하는 시기가 오면 쇠퇴하기 시작한다. 로마가 그랬고 원나라도 그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국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개인에게도 기관(카이스트)에도 적용이 된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에게 잘해주려고 한다"며 "이 책을 읽고 바뀌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상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도와주다 보면 나를 돕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KAIST) 도곡캠퍼스에서 이백규 뉴스1 대표가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신임 총장에게 '스위스 메이드' (R. 제임스 브라이딩 저)를 전달하고 있다. 2021.4.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날 대담에서는 쉴 틈 없이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이광형 총장의 건강관리 비법도 공개됐다. 바로 턱걸이와 팔굽혀펴기(푸시업)다.


그는 "예전에는 열몇 개를 했는데, 어느 날 두개를 하기가 힘들어 깜짝 놀랐다. 이제 내가 이렇게 쇠퇴했구나, 한 번 더 회복해야지 했다"며 그렇게 다시 시작한게 10년이 넘었다.


60대의 나이에도 요즘도 매일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를 한다. 턱걸이는 기본적으로 20개, 푸시업은 140개를 한다. 기분 내키면 150개, 170개도 거뜬하다.


"목표를 정하세요. 한달에 한개씩 늘리겠다고 하면 진짜 늘어나요. 노력을 해서 운동하는 것. 그게 취미입니다."



이광형 총장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KAIST) 도곡캠퍼스에서 이광형 카이스트(KAIST) 신임 총장이 이백규 뉴스1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21.4.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담=이백규 대표이사, 김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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