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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경향신문] “거꾸로 보고 거꾸로 생각해야 창조 가능해 …학생들에 공부 줄이고 세상 경험하라 권유”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1.08.11 조회수562

입력 : 2021-08-1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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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고 거꾸로 생각해야 창조 가능해 …학생들에 공부 줄이고 세상 경험하라 권유”

거실 TV도 대학 조직도도 거꾸로
괴짜 총장 이광형 카이스트에 ‘변화의 바람’



이광형 총장사진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지난 3일 관사 거실에서 거꾸로 설치된 TV를 통해 도쿄 올림픽 탁구경기를 보는 장면(왼쪽 상단 사진)을 거꾸로 게재했다. 이 총장은 사진의 위아래를 바꿔 신문에 게재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여행·연애 등 통해 세상을 알면
인류 위해 큰일 하는 희망 생겨
예술·과학, 창의 추구 본질 같아
미술관 지어 캠퍼스를 놀이터로


지난 3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 공관을 ‘기습’ 방문했다. ‘괴짜 총장’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이광형 총장(67)이 TV를 거꾸로 본다는데, 진짜로 24시간 내내 거꾸로 TV를 볼까. 우선 이런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어 총장실에서 만나자는 것을 굳이 공관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거실의 TV를 기자가 직접 켰다. 때마침 2020 도쿄 올림픽 여자탁구 복식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선수들의 머리는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선수가 친 공이 아래로 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총장은 거실에 서서, 거실을 오고 가면서, 소파에 앉아서 천연덕스럽게 경기를 관전했다.


“늘 이렇게 봐요.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모든 것을 거꾸로 보고, 거꾸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나올 수가 없거든요.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이 총장은 “15년 전부터 TV를 거꾸로 보기 시작했다”면서 “나 스스로를 자극하기 위한 것,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한 것, 나 스스로를 안주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뭐든 거꾸로 본다”고 밝혔다.


요즘 카이스트는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 총장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지난 3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1999년 방영된 TV 인기 드라마 <카이스트> 속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뭘까요.”(기자) “학생들에게 공부를 덜 시키는 겁니다.”(이 총장)


그는 “학생들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세상을 보지 못한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전공 공부는 10% 줄이고, 그 시간에 여행도 하고, 독서도 하고, 연애도 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세상을 알게 되면 자신이 인류를 위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실패(失敗)연구소’를 발족시켰다. 그동안 국내외 연구에서 실패한 사례를 찾아내 그 속에서 성공의 길을 찾아보자는 게 연구소 설립의 취지다. 이 총장이 강조하는 것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연구를 따라가지 말고, 새로운 연구를 하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그는 연구실 1개당 1개 이상의 ‘세계 최초 연구’를 시도하는 ‘1랩 1최초’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에 대해 ‘코로나19 백신도 못 만드는 처량한 신세’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하는 의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우수한 인력을 뽑아서 의학을 가르친 뒤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은 채 연구소나 기업에 들어가 백신 개발 등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총장실의 카이스트 조직도 역시 거꾸로 붙어 있었다. 그는 “‘내가 일하는 조직을,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새로운 각도로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이스트를 학생들의 ‘신나는 놀이터’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과학’을 내세우는 카이스트 캠퍼스에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그는 “예술과 과학연구는 창의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윤희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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