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은 ‘인류와 기계의 대결’이자 사회에 인공지능(AI)의 의미를 강하게 심어준 이벤트였다. 이 대국 이후 인공지능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2022년 공개된 그림 인공지능인 DALL·E는 인간 고유 영역이라 여겨지던 창의성마저 침범했으며, 같은 해 공개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는 판을 거듭할수록 인간이 쓴 것과 구별하기 어려운 글을 써서 충격을 안겨줬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일련의 변화는 교육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이 과제물을 챗봇으로 작성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구분하느냐와 같은 질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챗봇과 같은 신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해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낼지 그리고 그런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미국 등 주요 국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가 인공지능, 양자정보기술, 반도체, 우주항공 등 19개 핵심 분야의 유망 과학기술 목록을 관리하고 있으며,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해당 분야의 핵심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 R&D(연구·개발)예산을 우선 배정하기도 했다.
미국과 경쟁에 나선 중국도 바이두와 저장대학을 주축으로 ‘중국 인공지능 인재육성백서’를 발간해 인공지능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인재육성방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시진핑 주석이 공식석상에서 기초학문 인재육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시 후생노동성이 디지털 인재양성을 위한 ‘사람에 대한 투자 촉진 과정’ 창설을 고시하고, 문부과학성이 ‘양자 인재육성 및 확보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2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과학영재 발굴·육성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과학기술·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과학영재를 조기 발굴해서 체계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과학기술 인재 확보가 앞으로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이 계획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영재 발굴·육성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혁신한다. 특히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한해 우선으로 조기 진학의 길을 열어주고 영재학교와 대학 간 공동 교육모델을 도입해 과학영재학교와 과기특성화대학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둘째, 과학영재 교육의 대상과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 국내외 우수 과학자들이 과학영재 교육에 참여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소외계층의 과학영재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한다.
셋째, 과학영재 교육을 위한 정부 지원을 강화한다. 과학영재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영재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과학영재 교육에 참여하는 교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변화는 그 주기다. 기존의 종합계획은 5년 주기로 새로 수립됐다. 그러나 이번 4차 계획부터는 종합계획 시행 주기를 3년으로 단축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는 조치다.
과거 모든 정부도 그러했지만 이번 정부는 과학기술 정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과학 인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 인재 확보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광형 KA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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