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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LEADERSHIP

인터뷰 및 칼럼

[조선일보] 탑클래스 -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②

작성자 전체관리자 작성일 2022.06.24 조회수322

승인 : 2022-06-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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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세요


이광형 총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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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을 거치고 보니 결국은 내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잘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서 실력을 쌓는 게 최후의 승자더군요.

남과 비슷하게 가려는 사람들은 존재감이 없어요.

남과 비슷해지려는 인싸(인사이더)들은 크게 빛나기 힘들어요.

엇비슷한데 빛나봐야 얼마나 빛나겠어요. 흐릿흐릿하죠.

아싸(아웃사이더)들은 환하게 빛날 수 있어요.

아무도 가지 않은 자신만의 길 위에서 나만의 별로.

그렇게 독보적으로.


"


카이스트 실패연구소는 어떤 곳입니까.

“지난여름에 만들어졌어요. 매달 뉴스레터에 다양한 실패 사례를 소개합니다. 과거의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하고요. 실패 연구를 통해 실패의 가치를 깨치면 좋겠습니다. ‘아, 실패가 부끄러운 게 아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어 가고요.


실패란 무엇인가요.

“배움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성공을 위한 다음 스텝이기도 하고요. 제가 추진해온 뉴욕캠퍼스나 의전원 등도 실패할 수 있어요. 실패하면 무슨 망신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패연구소에 가서 ‘지금은 실패했지만 이런 배움을 얻었다, 그러니까 다음 총장은 이런 걸 보완해서 성공시켜라’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확 풀렸습니다.”


실패가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군요.

“맞아요.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입니다. 포기하니까 이룰 수 없는 거예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룰 가능성이 최소한 0%보다 높아요. 가능성 있는 꿈이라면 끝까지 놓지 않고 이뤄질 수 있다고 믿으면 언젠가 되리라 봅니다. 10년이든 20년이든 30년이든, 또는 사후라도요. 포기하지만 않으면 그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는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이상적으로 들립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말은 명언집에서 숱하게 봐왔어요. 그럼에도 하는 일마다 승률이 높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요. 스스로 승률이 높은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일단 제가 추진해나가는 모든 일이 재밌습니다. 또 시도하면서 ‘이건 된다’고 믿어요. 중요한 건 사심이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공적인 것이어야 해요. 큰 꿈일수록 사심이 개입되면 어그러지는 것 같아요. 꼼수 부려서 이익을 취하려 하면 결국 다 들통나게 돼 있어요.”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이 몇 차례에 걸쳐 카이스트에 515억 원을 쾌척하면서 이광형 교수가 집행하게 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도 이런 이유인가 봅니다.

“저는 사적인 이익을 취한다거나 하는 마음이 적어요.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고. 우리 사회는 폐쇄적인 공동체라 결국 다시 만납니다. 여행지에서 한 번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지금 내가 이 사람 앞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어요. 내 행동에 대한 보상과 판정은 당장 나지 않아요. 진심으로 대하면 먼 훗날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어요. 어떤 식으로든. 그래서 저는 늘 진실되게 행동하려 합니다. 진실되게.”


부모상을 당했을 때도, 자녀가 결혼할 때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른 걸로 알아요.

“저는 우리나라 관습에 과한 면이 있다고 봅니다. 문상을 가서 수십 미터씩 화환이 늘어져 있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이메일이나 문자로 부고를 알려오면 물론 꼭 가서 문상을 드리고 싶은 경우도 있지만 ‘내가 여기에 가야 돼?’ 하는 마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입장을 바꿔서 내가 보내면 누군가가 그런 마음이 들 수 있겠죠. 그런 부담을 주기 싫더군요. 제가 9남매 중 다섯째인데, 큰형님부터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덕분에 가족끼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요.

“참… 눈물 나죠.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런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눈물 나는 존재. 자식들 위해 헌신하고 선하게 살아오셨어요. 동네에 30가구 정도가 살았는데, 뭔가가 생기면 늘 이웃들과 나누셨어요. 손해 보는 듯 살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아버지는요?

“전북 정읍의 부농이었는데 엄하셨습니다. 그럼에도 이래라 저래라 구속하지 않으셨어요. 다만 각자 역할 분담을 분명히 정해주고, 책임을 다하도록 했습니다. 빈둥거리지 않고 자신의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법을 알려주셨어요.”


지적 호기심으로 무려 네 분야에 몸담았지요. 산업공학, 전산학, 바이오및뇌공학, 미래학 등. 쉼 없는 탐구욕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을까요.

“초등학교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집에 있는 재봉틀을 분해했다가 어머니가 밭에서 돌아오시기 전에 조립을 해놨죠. 한번은 고장을 내서 들킨 적도 있어요. 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몇 장면 떠오릅니다. 축음기도 있었는데 소리가 도대체 어디에서 나는지 궁금해서 통을 열어봤어요. 축음기 테이프가 풀어지면서 판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용해 자동차를 만들기도 했고요. 라디오도 분해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부터 뭔가 만드는 걸 좋아했군요. 농촌이라 가능했어요. 공부라는 걸 별로 안 하고 자유분방하게 자랐으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별로 빛난다"는 말을 강조했지요. 이번에 낸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요. 꿈을 찾아가는 청소년, 꿈 앞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한 어른의 위로이자 안내서로 읽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학자 입장에서 보면 이 메시지에는 세 가지 사상이 혼재돼 있습니다. 첫째, 꿈을 버리지 않고 밀고 나가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관념론, 둘째, 그 과정에서는 사물과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는 유물론적 사고, 셋째, 존재론적 사고. 이 세 번째 메시지가 중요해요. 우리 각자는 존재만으로도 소중합니다. 79억 명 중에서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우주에 나밖에 없는 거예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요. 그러니까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색깔 그대로 빛을 내면 고유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사과와 바나나는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어요. 각자 다른 존재이니까요.”


카이스트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싶은가요.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 다 되는 학교. ‘카이스트에 가면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니 재밌겠다, 와!’ 하는 학교. 학생이든 교수든 누구든 안 되는 게 없는 학교. 교수들에게도 그럽니다. 뭐든 맘대로 할 수 있어야 일류가 된다고.”



진심 그리고 믿음. 이광형 총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이다. 그는 믿었다. 시간을 믿고, 잘될 거라고 믿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었다. 그리고 삶의 진실을 믿었다.


묵묵히 자기만의 길을 진심을 다해 걸어 나가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단순하지만 황홀한 진실. 그렇게 되면 결국 누구나 각자의 별로 빛날 수 있다는 진실. 숱한 편견과 고난의 시선을 감내하며 그는 결국 그 진실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오랜 시간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아온 그의 스토리는 자신만의 별로 환하게 빛나는 해피엔딩 드라마다.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한없이 고맙다.


이광형의 리더십 9원칙

1. 꿈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돈이나 권력이다. 돈이나 권력 없이도 사람을 움직이려면 꿈을 공유해야 한다.


2. 사심을 버리고 대의를 좇아라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에는 공익을 위하는 마음이 있다. 대의가 서 있으면 웬만하면 동참하고 싶게끔 한다. 사심을 끼워 넣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3. 눈앞의 이익보다 신의를 우선시하라

어떤 일이든 좋고 선한 일을 하면 결국 보상이 온다. 그 보상이 지금 오는가, 1년 뒤인가, 혹은 10년 뒤인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 어떤 보상은 죽은 다음에 오고, 심지어 몇 백 년 뒤에 오는 경우도 있다.


4.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질 가능성은 0보다 크다.


5. 항상 정도를 지켜라


6. 본질을 타협하지 말라


7. 사람의 장점을 봐라


누구나 장단점이 있다. 장점을 보면 보려 하면 장점이 보이고, 단점을 보려 하면 단점이 보인다. 사람의 장점을 보는 것도 습관이다.


8. 30초만 본능을 참아라


짧은 30초의 순간, 본능에서 벗어나 생각을 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모든 일의 시발점이다. 사람의 마음은 순식간에 요동치므로 마음속 변화를 일으키는 데 30초면 충분하다.


9. 상대에게 이로운 존재가 돼라


인간은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가 사람들에게 이로운 존재가 돼야 한다.


이광형 총장사진 《이광형, 카이스트의 시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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