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학생과 교직원 여러분!
KAIST 제17대 총장 취임을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KAIST 총장으로서 학교와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신 김우식 이사장님과 이사님들,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장관님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중에도 취임식에 참석해 축사해주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님, 신성철 前총장님, 정문술 前이사장님, 드라마 카이스트의 송지나 작가님, 넥슨의 김정주 회장님을 비롯해 자리를 빛내주시는 이상민 국회의원님, 조승래 국회의원님, 이수영 KAIST발전재단 이사장님, 장성환 회장님, 아이디스홀딩스의 김영달 대표님, 유희영 화백님, 산‧학‧연 여러 기관장님, 과학기술계 선‧후배, 동료 여러분, 그리고 제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울러, 박병석 국회의장님과 정세균 국무총리님을 비롯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으로 내조해준 아내 안은경과 가족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 50년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 제1조 설립 목적에 명시된 바와 같이, 산업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의 이론과 응용력을 갖춘 고급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며, 국가과학기술을 위한 중‧장기 연구개발과 기초‧응용연구를 하고, 산업계 등에 대한 연구지원에 충실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은 우리 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촉발된 대변혁의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 세계는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 대학이 늘 그래왔듯이, KAIST가 변화의 중심에서 열어갈 새로운 미래에 큰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KAIST의 미래 50년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찾아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국가와 인류의 번영과 지속가능을 위한 글로벌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우리는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여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배출’, ‘연구주제를 선도하는 대학’, ‘국가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기업 배출’ 등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과 ‘KAIST VISION 2031’을 계승‧발전시키고, 창의(Creativity), 도전(Challenge), 배려(Caring)의 정신 위에 ‘Post AI 시대’를 준비하는 ‘KAIST 신문화 전략, QAIST’를 추진할 것입니다.
QAIST의 세부 추진전략을 ‘미래 50년을 위한 KAIST 신문화’라는 제목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KAIST는 지난 50년 동안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큰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2018년에는 ‘KAIST Vision 2031’을 선포했습니다.
지난 50년의 성공을 살펴보면, 주 성공전략이 ‘따라가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따라가기’는 이제 성장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미래 50년을 위해서 KAIST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합니다.
기존의 비전과 목표를 계승하며, 국가와 인류, 지구를 위한 독특한 빛깔을 내는 세계 10위권 대학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신문화전략, QAIST’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QAIST는 5개의 세부전략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교육’입니다.
KAIST 교육에서는 ‘질문하는 인재 양성’을 가장 중심에 두고자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실력을 발휘하여 인류와 국가를 위해서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너무 작은 일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이 큰 꿈을 찾고 자기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인생과 세상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서 KAIST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학생을 기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KAIST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공 공부는 10% 정도 적게 하고, 대신 인성과 리더십을 기르는 시간을 더 할애할 것입니다.
학생 주도의 토론 수업을 장려하고, 인류와 국가‧사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소명을 깨닫게 하며, 정답이 없는 문제를 출제하는 시험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문학 교육을 강조할 것입니다.
기존의 인문사회과학부를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로 개편해서 세계 최고의 인문사회과학부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미술관을 신축해서 과학과 예술 사이에 융합 분야를 촉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사람은 마음속에 자신을 움직인 책이 1권쯤 있습니다. 전공에 상관없이 모든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그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학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도록 권장하려고 합니다. 한 학기에 5과목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학기가 끝날 무렵 5권의 책을 읽게 되는 셈입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하기 위해서 교수님들도 더 많은 책을 읽게 될 것입니다.
‘실패연구소’를 신설해 실패를 실패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큰 성공으로 가는 디딤돌로서 작은 의미의 성공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KAIST 구성원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게 하겠습니다.
다음은 ‘연구’입니다.
AI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 세계 모든 대학이, 모든 연구소가, 모든 기업이 AI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KAIST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달라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AI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다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Post AI 시대를 준비하고자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합니다. 10년, 20년 후를 준비하는 연구, AI가 일상화되어 있을 세상을 예측하면서 그 시대에 인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금 상상해서 그것을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KAIST가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고’보다 ‘최초’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우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교수님들께 적어도 1랩에서 세계 최초인 것을 1개씩 시작하자고 권유하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 경쟁하지 않고, 친구들과 차별화된 나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KAIST 연구는 ‘How’에서 ‘What’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How’는 남들이 정의해 놓은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KAIST는 스스로 무엇을 연구할지 찾고 정의해서 새로운 문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다음은 ‘국제화’입니다.
KAIST 국제화는 캠퍼스국제화, 해외진출, 국제공동연구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캠퍼스의 다양성을 위해서 외국인 교수, 외국인 학생, 여성 교수 비율을 확대하겠습니다. 교수님들께 적어도 1랩에서 1외국인을 수용하자고 적극적으로 권장할 생각합니다.
다음은 ‘기술사업화’입니다.
교수와 학생 입장에서 자신의 연구가 사회에서 실현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기술사업화는 국가에 보답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동시에 KAIST 입장에서는 재정자립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학내 창업지원 제도를 재설계해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1개의 연구실마다 적어도 1개의 벤처기업을 시작하자고 교수님들께 ‘1랩 1벤처 운동’을 권유하겠습니다.
학내 기술사업화 조직의 민영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조직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환경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기술사업화 조직을 민영화하면 10년 후에는 연간 1,000억 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예산이 확보된다면 우수 교원 유치, 최첨단 장비 투자 등 과감한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KAIST가 추구하는 재정 자립 방안입니다.
한편, 대전-세종-오송을 연계한 창업혁신 클러스터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다음은 ‘신뢰의 가치’ 확립입니다.
‘KAIST의 졸업생은 실력도 있지만, 인성도 좋고, 봉사활동도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평소에도 봉사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겠습니다. ‘1랩 1봉사’ 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교수님들께 1랩에서 1년에 최소 하루는 봉사활동하는 기회를 갖도록 장려하겠습니다.
신뢰 기반의 재정 운영을 통해 탄탄한 재정을 확보하고 기부금을 유치하겠습니다. 총장 재임 기간 중 하루에 1억 원씩 기부금을 모으겠습니다.
신뢰 기반의 경영 혁신을 하겠습니다. 과감하게 위임하여 자율‧책임 경영을 실현하고, 기관 청렴도를 개선하겠습니다.
30년 전, SONY는 삼성이 넘볼 수 없는 높은 산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삼성은 SONY가 넘볼 수 없는 산이 되었습니다. 인텔은 SK하이닉스가 넘기 힘든 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등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빌보드차트는 우리나라 음악가들에게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높은 산이었습니다. 그러나 BTS가 정복했습니다.
지금 KAIST 앞에 있는 MIT는 넘지 못할 높은 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모습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KAIST가 아직 세계 일류대학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원인은 KAIST 구성원들이 아직까지 세계 일류대학이 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없는데 어떻게 세계 일류대학이 되겠습니까?
한국에서 출발한 삼성이 해냈습니다. SK하이닉스도 해냈습니다. BTS도, 봉준호 감독도 해냈습니다.
왜 KAIST가 세계 일류가 못 되겠습니까?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별들이 서로서로 비슷하면 아무도 봐주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수만 개의 대학이 있습니다. 그 대학들이 서로 비슷하면 봐주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KAIST는 고유한 빛깔을 내는 독특한 별빛으로 밤하늘에서 빛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찾으라고 강조하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KAIST에는 독서를 통해서 기초소양을 충분히 쌓고 봉사활동을 통해 인성과 리더십을 기른 인재들이 세계 최초의 연구를 수행하며 세계적으로 학문을 선도하고 신산업을 개척하고 있을 것입니다. KAIST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KAIST가 변하면 다른 대학들이 따라서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학이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합니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을 바꾸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꿈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