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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속 이온 움직임인 줄 알았는데…‘가짜 신호’ 였다
배터리 속 이온이 움직였다는 신호, 실제로는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생긴 착시일 수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처럼 배터리 내부를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 있는 ‘가짜 신호’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향후 배터리 속 이온의 이동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해 전고체·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의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 생명화학공학과 최남순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 나노 분석 과정에서 실제 이온 이동으로 오인될 수 있는 측정 오류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이 내부를 오간다. 이온이 얼마나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는지는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더 좋은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이온이 내부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분석하는 기술 중 하나가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기반으로 한 전기화학 변형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이다. ESM은 매우 작은 탐침으로 배터리 소재 표면을 훑으면서 이온이 움직일 때 소재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이온의 이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배터리 소재의 표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실제 이온이 이동하지 않아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제 이온 이동으로 판단하면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짜 신호’가 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온이 이동하지 않는 단결정 실리콘 표면에 일부러 미세한 홈을 만들었다. 이온은 움직이지 않지만 표면만 울퉁불퉁한 실험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표면의 높낮이가 변하면 현미경 탐침과 시료가 맞닿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것만으로도 실제 이온 이동과 비슷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같은 현상은 실제 배터리 소재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이 흑연 음극과 나트륨 고체전해질(Na₂Zn₂TeO₆)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표면의 모양에 따라 ESM 신호가 달라졌다. 특정 소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하는 현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배터리 소재의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르곤(Ar) 이온 빔을 이용해 시료 단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냉각식 단면 연마기(Cooling Cross-Section Polisher, CCP)를 사용했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시료의 성질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활용된다.
그 결과 표면의 거칠기가 크게 줄면서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발생하던 측정 오류도 효과적으로 감소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동차가 달릴 때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처럼, 배터리 소재 표면에 높낮이가 있으면 이를 훑는 현미경 탐침이 시료와 맞닿는 정도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이온의 움직임과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배터리 소재를 이루는 작은 결정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경계인 ‘입계(grain boundary)’에서 나타나는 신호에 주목했다. 여러 개의 타일을 붙였을 때 타일과 타일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전에는 이 입계에서 ESM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표면을 다듬은 뒤에는 신호 증가가 사라졌다. 이는 기존에 ‘이온이 잘 이동하는 통로’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일부 신호가 실제 이온 이동 때문이 아니라 표면의 높낮이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나노 분석에서 이러한 측정 오류가 왜 발생하는지를 실험으로 밝히고, 배터리 소재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배터리 속 이온이 실제로 어디에서 잘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방법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물론,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나노 분석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에서도 보다 신뢰도 높은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표면의 높낮이가 측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밝혀낸 것”이라며 “배터리 속 이온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진동연(Dongyan Chen)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 메서즈(Small Methods)’에 2026년 6월 11일 게재됐다.
※ 논문명: Quantitative Analysis of Topographic Crosstalk in DART-ESM Arising from Feedback-Loop-Delay-Induced Contact Stiffness Variations in Battery Materials, DOI: 10.1002/smtd.7076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AI 및 머신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 고성능 소듐 이온 배터리 풀셀 개발」 및 「다각도-멀티스케일 데이터 융합형 리튬이차전지 설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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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Caltech, 연구 넘어 ‘인재도 함께 키운다’…글로벌 공동지도 모델 구축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Caltech’)와 공동연구를 넘어 차세대 연구자까지 함께 키우는 새로운 글로벌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우리 대학은 9월 1일부터 2일까지 Caltech과 ‘제1회 KAIST-Caltech 분자과학 및 화학혁신 공동 워크숍(1st KAIST-Caltech Joint Workshop on Molecular Science and Chemical Innovation)’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이 첨단 분자과학과 미래 화학기술 분야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연구와 인재양성, 연구시설 활용까지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KAIST와 Caltech 교수가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을 함께 선발하고 지도하는 ‘KAIST-Caltech 글로벌 연구 펠로우(KAIST-Caltech Global Research Fellow, KCGRF)’ 프로그램의 구축과 운영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KCGRF는 양 기관 교수들이 공동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이에 적합한 박사후연구원을 함께 선발·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연구자가 KAIST와 Caltech 양 기관의 연구환경을 모두 경험하면서 세계적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해 국제적 연구역량을 갖춘 차세대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KAIST가 추진하는 ‘Global Connect’ 전략의 구체적인 실천 모델이기도 하다. 해외 대학과의 단순 교류를 넘어 인재와 지식, 연구 아이디어가 양 기관을 오가며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는 ‘함께 만드는 국제화’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Caltech은 화학·물리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오랜 연구 전통을 이어오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KAIST는 Caltech의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KAIST가 강점을 가진 AI·자율화 기반 연구역량을 결합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를 공동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양 기관의 협력은 2024년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Link)을 계기로 시작됐다. ‘질소-수소 시너지 허브연구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이어왔으며, 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한상우 교수)를 출범시키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KAIST 화학과와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는 2026년 3월 학술·연구협력 협정(MOU)을 체결하며 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양 기관은 매년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동지도 교수 매칭과 박사후연구원 발굴, 상호 연구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공동지도 프로그램 운영체계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AI for Chemistry, 자율화 실험실(Autonomous Laboratory), 계산·이론화학, 분자과학, 촉매·합성·전기화학, 지속가능·순환화학 등 미래 화학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연구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KAIST가 구축 중인 합성 및 전기화학 분야 자율화 실험실을 Caltech 연구진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가 실험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는 첨단 연구환경을 양 기관 연구자가 함께 활용함으로써 공동연구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학원생의 단기 상호 방문을 추진해 대학원생-박사후연구원-교수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인적·학술 교류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한 일회성 협력을 넘어 양 기관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새로운 공동연구를 만들어내는 장기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는 화학산업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과 소재로 전환하는 지능형 화학 업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새로운 화학기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사라 라이즈먼(Sarah E. Reisman)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 학부장은 “Caltech과 KAIST 화학 분야 교수진은 오랜 기간 학생 교류와 연구 협력을 이어오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의 교수진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KAIST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우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KAIST와 Caltech의 협력을 공동연구에서 차세대 연구자를 함께 키우는 단계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양 기관의 강점을 연결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와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KAIST의 국제협력은 세계의 우수한 대학과 사람과 지식이 오가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Caltech과 같은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KAIST의 ‘Global Connect’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202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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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 ‘결함’ 활용해 물방울 ‘잘 맺히고 잘 떨어지게’…열전달 5.5배 향상
물방울이 더 잘 맺히고, 더 빨리 떨어지게 해 열전달 성능을 최대 5.5배 높이는 기술이 개발됐다. 발전소와 담수화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전자기기의 냉각 성능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남영석 교수와 생명화학공학과 임성갑 교수 공동연구팀이 표면에 입히는 매우 얇은 고분자 코팅막의 두께와 구조를 조절해, 수증기가 물로 변할 때 물방울은 더 많이 생기고, 생긴 물방울은 더 빨리 떨어지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증기가 물로 변하는 ‘응축’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차가운 음료수 컵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발전소의 증기를 다시 물로 바꾸거나, 바닷물에서 민물을 얻고, 전자기기에서 발생한 열을 식히는 데 폭넓게 이용된다.
응축 과정에서는 표면에 생긴 물이 얼마나 빨리 빠져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일반 금속 표면에서는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합쳐져 얇은 물막을 만든다. 겨울철 옷을 여러 겹 입으면 체온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처럼, 이 물막도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열저항’ 역할을 해 열전달 효율을 떨어뜨린다.
반대로 물이 작은 물방울 형태로 맺혔다가 계속 떨어져 나가면 새로운 표면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이렇게 물방울 형태로 응축되는 현상을 ‘적상응축’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물이 표면을 계속 덮고 있는 대신, 물방울이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열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에는 딜레마가 있었다. 물방울이 처음 만들어질 자리를 늘리기 위해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물방울이 그 구조에 걸려 잘 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면 물방울은 잘 떨어지지만 새 물방울이 만들어질 자리가 줄어들었다. 씨앗을 심을 자리를 많이 만들면 수확한 열매를 꺼내기 어렵고, 꺼내기 쉽게 만들면 씨앗을 심을 자리가 부족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기존에는 고분자막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응집체)를 활용해 해결했다. 고분자막은 플라스틱과 비슷한 성질의 고분자 물질을 표면에 매우 얇게 입힌 코팅막이다.
연구팀은 기체 상태의 원료를 표면에 입혀 아주 얇은 고분자막을 만드는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을 활용했다. 고분자막을 얇게 만들자 표면에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가 촘촘하게 생겼고, 이들이 물방울이 처음 맺히는 ‘씨앗 자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얇은 고분자막에서는 두꺼운 막보다 물방울이 약 3배 많이 생겼다.
여기에 열처리를 더해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는 힘도 줄였다. 덕분에 물방울이 크게 자라기 전에 쉽게 떨어질 수 있었다. 즉, 고분자막을 얇게 만들어 물방울이 생길 자리는 늘리고, 열처리로 생긴 물방울은 빨리 떨어지게 한 것이다. 물방울을 많이 만드는 것과 빨리 없애는 것을 동시에 해결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물방울이 떨어진 자리에는 다시 새로운 물방울이 생긴다. 빈자리가 생기면 곧바로 다음 사람이 앉는 것처럼, 물방울이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될수록 수증기를 물로 바꾸면서 열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실제 응축기에 많이 쓰이는 구리관에 이 고분자막을 입혀 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열을 전달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응축 열전달계수’가 최대 약 88 kW·m⁻²·K⁻¹를 기록했다. 이는 물막이 생기는 일반 구리 표면보다 열전달 성능이 최대 약 5.5배 높은 수준이다. 물을 잘 튕겨내는 기존 발수 코팅 표면과 비교해도 50%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거나 물을 잘 튕겨내는 데 집중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표면의 작은 ‘결함’을 적극 활용했다. 그동안 없애야 할 것으로 여겼던 나노 크기의 작은 알갱이가 오히려 물방울이 잘 생기도록 돕는다는 점을 발견해 새로운 표면 설계에 활용했다.
향후 이 기술을 발전소나 산업용 열교환기에 적용하면 열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담수화·수분 포집 장치에서는 물을 더 효과적으로 모으고, 전자기기에서는 열을 빠르게 빼내 냉각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영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이 잘 생기도록 돕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를 각각 조절해 열전달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복잡한 모양의 표면에도 매우 얇고 균일하게 코팅할 수 있어 산업용 열교환기를 비롯한 다양한 에너지·환경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김준수 연구원과 생명화학공학과 강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16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Rational design of polymer film morphology via structure–performance linkage for enhanced condensation performance,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5621-5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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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돌'로 바꿔 영구 저장하는 해양 탄소 제거 기술 개발
바다가 지구를 정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길이 열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돌(광물)'로 바꿔 영구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바다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으며, 차세대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T. 앨런 해튼(T. Alan Hatton)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인 돌(광물) 형태인 탄산칼슘(CaCO₃)으로 바꿔 사실상 영구 저장하는 ‘전기화학 기반 해양 탄소 제거(e-DOC, Electrochemical Dissolved Ocean Carbon Removal)’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바다는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하는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고다. 큰 물통에서 물을 조금 퍼내면 다시 물이 채워지듯,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면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게 된다.
연구팀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탄소 성분인 용존무기탄소(DIC, Dissolved Inorganic Carbon)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 돌(광물) 형태로 바꿔 저장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저장된 탄소는 사실상 영구적으로 대기로 돌아가지 않아 바다가 계속해서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은 주전자에 물때가 끼듯 탄산칼슘 등 광물이 전극 표면에 달라붙어 장치가 막히는 스케일링(Scaling) 현상이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져 장치를 자주 세척하거나 교체해야 했고, 에너지 소비와 유지관리 비용도 높았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속이 빈 실처럼 생긴 전극 안에 이온만 통과시키는 막과 전기 반응을 함께 일으키는 상대전극(짝을 이루는 전극)을 동심구조(한 중심을 기준으로 여러 층을 원통형으로 배치한 구조)로 내장한 중공사 전극 조립체(HFEA, Hollow Fiber Electrode Assembly, 속이 빈 실 모양 전극을 묶어 만든 장치)를 개발했다. 쉽게 말해, 광물이 전극에 달라붙지 않고 전극 바깥에서 만들어지도록 장치 구조를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대부분의 광물이 전극 표면이 아니라 바깥쪽에서 생성되고, 전극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수소 기포가 칫솔처럼 전극 표면을 계속 닦아주는 역할을 해 광물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다.
실제로 제주 용암 해수를 이용한 실험에서 장치를 12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연속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바닷물 속 용존무기탄소의 80~90%를 제거했으며, 기존 기술보다 전력 소비를 최대 54% 줄였다. 또한 탄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고순도 수소(H₂)와 수산화마그네슘(Mg(OH)₂, 친환경 소재와 산업 원료로 활용되는 물질)도 함께 생산해 경제성까지 높였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소형·모듈형으로 제작할 수 있어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바다에서 운영되는 산업시설) 등에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규모 해양 탄소 제거 시스템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동연 교수는 "이번 기술은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를 다시 대기로 나오지 않는 돌(광물) 형태로 바꿔 영구 저장함으로써 바다가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돕는 기술”이라며 "해양 탄소 제거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박인환 박사과정과 MIT 이영훈 박사(KAIST 2023년 졸업, 現 MIT 화학공학과)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2026년 6월 19일자로 온라인판으로 게재됐다.
※ 논문명 : A Compact Hollow Fiber Electrode Assembly Architecture for Continuous Electrochemical Marine Carbon Dioxide Removal, DOI: https://doi.org/10.1002/aenm.71205
이번 연구는 현대자동차·기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C.L.E.A.N.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202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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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대신 미생물이 만드는 화학공장 시대 앞당긴다
석유 대신 미생물이 화학제품을 만드는 '바이오제조' 시대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 우리 대 연구진이 바이오제조 상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난제를 분석하고, AI를 활용한 산업화 전략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바이오제조 상용화의 핵심 병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화 전략과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현재 플라스틱과 섬유, 의약품 원료 등 대부분의 화학제품은 석유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탄소배출과 환경오염 문제가 커지면서 미생물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만드는 바이오제조(Biomanufacturing)가 차세대 제조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공장에서 경제성 있게 대량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바이오제조의 핵심 기술인 시스템대사공학(Systems Metabolic Engineering)은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설계·최적화해 원하는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Cell Factory)'을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는 높은 생산성을 보인 기술도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생산비가 증가하거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상용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실과 산업 현장 사이의 간극(죽음의 계곡, Death Valley)'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바이오 기반 화학원료인 숙신산(Succinic acid)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를 분석했다.
숙신산은 친환경 플라스틱과 다양한 화학소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다. 연구팀은 숙신산이 기존 석유화학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생산량뿐 아니라 원료 가격, 발효 공정, 분리·정제 비용, 시장 규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약품과 화장품, 식품 소재 등 고부가가치 시장부터 단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PHA는 미생물이 세포 안에 축적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사용 후 자연에서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다. 하지만 생산비와 회수 비용이 높아 아직은 기존 플라스틱과 가격 경쟁력이 낮다. 연구팀은 생산 공정을 단순화하고 의료용과 식품 포장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부터 적용한 뒤 범용 시장으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AI가 바이오제조 산업화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는 효소와 미생물 설계는 물론 생산 공정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경제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바이오제조 전 과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 기간과 생산 비용을 줄이고 상용화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연구팀은 기술경제성 평가(TEA, Techno-Economic Analysis)와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를 연구가 끝난 뒤 수행하는 평가가 아니라 연구 초기부터 기술 설계의 기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원료 수급과 국제 정세 변화에 대비한 공급망 회복탄력성도 바이오제조의 새로운 설계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생산기술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바이오제조 산업화의 성공 조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원료 확보부터 미생물 설계, 발효, 분리·정제, 시장 진입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산업화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바이오 기반 화학산업의 상용화를 앞당기고, 장기적으로는 석유 중심의 화학산업을 친환경 바이오경제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바이오제조의 상용화는 어느 한 공정만 잘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원료-균주-발효-정제-시장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가능하다"며 "시스템대사공학과 AI의 융합은 이러한 병목을 해결하고 바이오제조 시대를 앞당기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지연 박사과정과 유혜은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5월 30일 게재됐다.
※ 논문명 : Beyond petrochemicals: challenges and opportunities in industrial-scale biomanufacturing DOI: 10.1038/s41467-026-73835-1
※ 저자 정보 : 김지연(KAIST, 공동 제1 저자), 유혜은(KAIST, 공동 제1 저자), 김민호(KAIST), 이상엽(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사업(과제번호: 2022M3J5A1056117)’ 및 ‘바이오제조 산업 선도를 위한 첨단 합성생물학 원천기술 개발사업(과제번호: RS-2024-0039942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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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형 교수 공동 연출 ‘탄소를 세는 사람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수상
우리 대학 전치형 교수(과학기술정책대학원)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탄소를 세는 사람들>이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상을 수상했다.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2026년 6월 5일부터 30일까지 열렸으며, 이번 수상은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를 측정하는 과학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한 작품의 사회적 의미와 완성도를 인정받은 결과이다.
<탄소를 세는 사람들>은 서울 고층빌딩, 서해안 새만금 갯벌, 일본 홋카이도 숲, 강원도 평창 축사 등 다양한 현장에서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측정하는 과학자들의 활동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작품은 대기화학자, 생태학자, 산림학자들이 타워에 오르고, 땅을 파고, 실험 챔버를 설치하며 탄소를 숫자로 번역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영화는 탄소 수치가 단순한 과학적 데이터가 아니라 과학적·정치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지식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기후 정책의 근거가 되는 탄소 지식의 신뢰성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탄소를 세는 사람들>은 한국연구재단 학제간 융합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학계 연구자와 전문 영상감독이 협업한 독창적인 시도로 완성됐다.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된 과학 연구를 대중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학술과 예술을 잇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한편, 이 다큐멘터리의 학술 버전은 사회학 전문학술지 <환경사회학연구 ECO>에 「탄소를 세는 과학: 기후위기 시대의 지식 인프라와 정량화의 정치」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작품 정보]
제목: 탄소를 세는 사람들
기획: 김성은(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 졸업), 전치형(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연출: 김성은, 전치형, 백윤석, 김정각
조연출: 이슬기(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상영시간: 64분
자막: 한국어 및 영어
제작지원: 한국연구재단,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고려대학교
※ 영화 예고편: https://sieff.kr/shop/1776659373, 감독 인터뷰: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264086.html
상영 문의: lsg523@kaist.ac.kr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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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에너지 반응 ‘핵심 비밀’ 풀렸다
핸드폰 충전부터 수소 생산까지,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리가 밝혀졌다. 한국 연구진이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전극·전해질이 맞닿는 얇은 경계면, 전극은 전기가 흐르는 물질이고 전해질은 이온이 이동하는 액체)’에서 분자 구조가 바뀌는 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원하는 반응만 선택적으로 유도해, 배터리·수소·탄소중립 기술의 효율과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은 POSTECH(총장 김성근) 화학과 최창혁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신승재 교수와 공동으로, 전기 이중층 내부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상전이(물질의 상태나 배열이 바뀌는 현상)’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특히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저장 능력(전기용량)의 패턴이 ‘낙타 모양’에서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의 원인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전기화학 반응은 전극과 전해질이 맞닿는 초미세 공간 ‘전기 이중층’에서 일어난다. 전기화학 분야에서는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전기용량 곡선이 두 개의 봉우리를 가진 ‘낙타 모양’에서 하나의 봉우리인 ‘종 모양’으로 바뀌는 현상이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 원인은 분자 수준에서 설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원자 수준의 정밀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전극에 걸리는 전압에 따라 두 가지 핵심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극에서는 물 분자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제히 재배열되고, 양극에서는 음이온(음전하를 띤 입자)들이 표면에 밀집해 2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응축’ 현상이 나타났다. 이 두 과정은 각각 전기용량 곡선의 봉우리를 만들며, 전해질 농도가 높아질수록 하나로 합쳐지면서 곡선 형태가 ‘낙타’에서 ‘종’으로 변화하게 된다.
쉽게 말해, 한쪽에서는 물 분자들이 줄을 맞춰 정렬되고 다른 쪽에서는 이온들이 빽빽하게 모이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이 두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그래프도 두 봉우리에서 하나로 바뀐다.
특히 연구팀은 전극 전위(전극에 걸리는 전압)와 전해질 농도에 따라 전기 이중층 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도표(phase diagram, 조건에 따른 상태 변화를 정리한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이론적 예측을 실시간 적외선 분광법(ATR-SEIRAS, 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실험 기법)을 통해 실제로 입증했다.
쉽게 말해, 어떤 조건에서 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한눈에 보이는 지도로 만들고, 그게 실제로 맞는지도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보이지 않게 미세한 전기화학 반응 환경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설계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며 “전기 이중층의 상전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거나 수소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에너지 기술의 성능을 정밀하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민호 박사과정 학생과 POSTECH 화학과 김동현, 조준식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일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3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 Electric double layer structure in concentrated aqueous solution, DOI : 10.1038/s41467-026-70322-5
해당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과 UNIST 하이드로 스튜디오(Hydro*Studio)의 이노코어(InnoCore) 프로그램 및 한국연구재단(NRF)의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과 나노 및 소재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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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코어 연구단, 노벨화학상 데이비드 베이커와 ‘AI 단백질 설계’ 성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을 통해 구축된 연구 협력 기반 아래, KAIST 이노코어 연구진이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 우리 대학은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David Baker 교수(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방문을 계기로, 공동연구를 통해 AI로 원하는 화합물을 정확히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AI-CRED 혁신신약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에 참여 중인 연구진으로서, David Baker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특정 화합물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인공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처음부터 설계(de novo)하고, 이를 실제로 작동하는 바이오 센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자연 단백질을 탐색하거나 일부 기능을 수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연구는 AI 기반 설계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맞춤 제작’하고 실험적으로 검증까지 완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연구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설계한 바이오 센서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백질 설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측정 가능한 센서 기술로 확장한 것으로, 단백질 설계 분야의 오랜 난제였던 저분자 화합물 인식 문제를 해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향후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정밀하게 감지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으며, 특정 분자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단백질 설계를 통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환경 오염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 개발로 공기와 수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맞춤형 바이오 센서 기술 구현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화합물을 인식하는 신규 단백질(de novo protein) 설계는 원자 단위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해 오랜 기간 단백질 설계 분야의 난제로 꼽혀왔다. 연구진은 단백질-리간드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반영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결합 단백질 설계에 성공했다.
그 결과, 대사물질과 저분자 약물을 포함한 6종의 화합물 각각에 대해 인공 결합 단백질을 설계하고, 실험을 통해 기능을 검증했다. 특히 코티솔과 결합하는 신규 단백질을 기반으로 화학 유도 이합체(chemical-induced dimer)를 설계해 코티솔 바이오 센서를 개발했다. 해당 설계 기술은 미국에서 임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이규리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를 활용해 특정 화합물을 정밀하게 인식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 질병 진단, 신약 개발, 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단백질 설계 기술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이규리 교수가 제1저자로, David Baker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2026년 3월 28일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논문명: Small-molecule binding and sensing with a designed protein family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0953-8
이규리 교수는 2025년 2월 KAIST에 부임한 신임 교수로, 단백질 디자인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원자 단위의 정밀한 단백질 복합체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AI 기반 단백질 설계, 인공 효소 설계, RNA 인식 단백질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InnoCORE 사업의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소속 멘토 교수로 참여해 효소 및 펩타이드 신약 설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David Baker 교수 연구실(미국 워싱턴대학교,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박사후연구원 및 Staff Scientist로 연구를 수행했다. David Baker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멘토 교수인 이도헌 처장은 “이번 성과는 이노코어 연구진과 글로벌 석학 간 협력을 통해 도출된 의미 있는 결과”라며, “앞으로도 이노코어 사업을 통해 유치한 박사후연구원들과의 적극적인 연구 협업을 기반으로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해 AI 신약 개발과 바이오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 성과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AIST는 David Baker 교수의 방한을 계기로, 4월 9일(목) 오후 4시 KI 빌딩 퓨전홀에서 Hannele Ruohola-Baker 교수(한넬레 루오홀라-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함께 ‘Advances in AI-powered protein design and biomedical science(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 및 생의학 연구의 최신 동향)’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본 행사는 KAIST 해외 석학 초빙 교수 지원 사업, KAI-X, InnoCORE AI-CRED 혁신신약단, 그리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 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 David Baker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단백질 설계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며 “이번 연구는 KAIST가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신 연구를 선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한편, KAIST 이노코어(InnoCORE) 연구단은 국내·외 최상위 박사후연구원이 첨단 집단연구 환경에서 AI 융합기술 개발에 매진하도록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공동연구를 촉진하고, AI 기반 과학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KAIST는 주관기관으로서 ▲초거대언어모델 혁신 연구단 ▲AI 기반 지능형 설계–제조 통합 연구단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 ▲AI-Transformed Aerospace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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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및환경공학과 최신형 박사, 2026 미국화학회 CAS Future Leader 선정
우리 대학 건설및환경공학과 최신형 박사(지도교수: 명재욱)가 화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산하 CAS(Chemical Abstracts Service)가 선정하는 2026 CAS Future Leader에 선정되었다.
CAS Future Leaders는 화학 및 관련 융합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을 대상으로, 차세대 과학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국제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연구자들에게는 오는 8월 미국 오하이오 콜롬버스에서 열리는 글로벌 네트워킹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화학회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할 기회가 제공된다.
올해 선정된 연구자들은 화학정보학, 합성생물학, 소재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전 세계 지원자 가운데 최종 31명이 선발됐다. 이 가운데 한국 기관 소속 연구자는 우리 대학 최신형 박사가 유일하다.
최신형 박사는 유엔환경계획(UNEP) 인턴, 수처리 기업 ㈜부강테크, 그리고 우리 대학 건설및환경공학과 석사 및 박사과정을 거치며 환경 분야에서 연구 실적을 쌓아왔다. 전 세계적인 환경 현안으로 부상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설계와 환경 내 분해 거동 연구을 연구해왔으며, 환경 공학, 고분자학, 미생물학, 생물정보학을 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 연구성과로는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는 해양 생분해성 종이 코팅제 개발 ▲세계 최초 완전 생분해형 전자활성 필름 개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매립지 환경에서의 분해 특성 규명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24년 대전광역시 환경상,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였고, 2025년 미국화학회 환경화학분과 대학원생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수용성 고분자의 생분해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최 박사는 “연구자로서 주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명재욱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도자료: https://en.yna.co.kr/view/RPR20260319009600353
https://cen.acs.org/acs-news/CAS-announces-2026-Future-Leaders/104/web/2026/03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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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교수, 화학·소재 분야 최고 학술지 차세대 자문위원 선정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염지현 교수가 화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로 꼽히는 케미컬 리뷰스(Chemical Reviews)의 차세대 자문위원(Early Career Advisory Board, ECAB) 으로 선정됐다고 13일 밝혔다.
케미컬 리뷰스(Chemical Reviews)는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가 발행하는 대표적인 리뷰 학술지로, 화학·소재 전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정리·조망하는 최고 권위 국제 학술지로 평가받는다.
이 학술지는 학술지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IF)가 56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과학 학술지 가운데에서도 최상위 수준이다. 특히 새로운 실험 데이터를 단순히 발표하는 연구 논문이 아니라, 전 세계 연구 성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학문적 방향을 제시하는 리뷰 저널이라는 점에서 학계에서의 권위가 매우 높다.
2026년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ECAB는 전 세계에서 차세대 과학 리더로 주목받는 젊은 연구자 가운데 학문적 독창성, 연구 영향력, 학계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된 10명의 연구자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저널의 학문적 방향과 전략 수립에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차세대 연구 트렌드 발굴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하게 된다.
이번 선정은 염 교수의 연구 성과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염 교수는 DNA나 단백질처럼 서로 거울상 관계이지만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성질인 ‘카이랄성(chirality)’을 나노 소재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원자 배열을 정밀하게 제어해 생체 신호와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공 소재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빛에 반응하는 카이랄 소재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체내의 미세한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차세대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하며 주목받고 있다. 염 교수는 이러한 카이랄 특성이 물질의 구조적 특성을 넘어 정보 전달과 처리 능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정밀 의료 진단 기술은 물론, 원형 편광을 활용한 차세대 광·전자 소자와 AI 기반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다.
염 교수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ACS 나노(ACS Nano), 어카운츠 오브 케미컬 리서치(Accounts of Chemical Research) 등 세계적 학술지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카이랄 소재 연구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염 교수는 “카이랄성은 단순한 구조적 특성이 아니라 물질의 기능과 정보 처리 능력을 확장하는 새로운 자유도”라며 “향후 카이랄 기반 전자·광소자, 바이오 진단 기술, 인공지능 기반 분광 플랫폼 등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ECAB 선정은 KAIST 신소재공학과의 연구 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성과로, 차세대 소재 연구 분야에서 KAIST의 글로벌 연구 허브 역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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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토종 ‘광대싸리’ 항암물질 생성 비밀 밝혀
식물 유래 약 성분은 많지만, 식물이 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70년 만에 토종 약용식물 광대싸리에서 항암 성분인 세큐리닌이 생성되는 전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로 실험실과 미생물 공장에서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과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자생 식물인 광대싸리에서 항암 효과로 알려진 세큐리닌(securinine) 계열 물질이 만들어지는 핵심 과정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광대싸리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목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잎과 뿌리를 약재로 사용해 왔다. 이 식물에는 세큐리닌을 비롯한 다양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약용식물로 주목받아 왔다.
세큐리닌은 1956년 광대싸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30종이 넘는 관련 물질이 보고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항암 효과를 보이거나, 뇌로 잘 전달돼 신경 재생을 돕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물질들이 식물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지난 70년간 밝혀지지 않은 난제였다.
생명체 안에서 천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합성’이라고 한다. 이는 최종 물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치고, 어떤 효소가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모르핀, 카페인, 니코틴 등 식물이 만들어내는 약효가 강한 천연 성분인 알칼로이드는 구조가 매우 복잡해 생합성 과정을 규명하기 특히 어려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과 생명과학의 협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세큐리닌 계열 물질의 화학적 합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순규 교수 연구팀과, 식물 유전체 분석과 단일세포 분석에 강점을 가진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김상규 교수 연구팀은 성남시 불곡산 일대의 ‘KAIST 생태림’에서 광대싸리를 확보해 연구 시료를 만들고, 식물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했다. 특히 세큐리닌 생성이 활발한 잎 조직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한편 한순규 교수 연구팀은 세큐리닌이 만들어지기 바로 전 단계의 물질로 ‘비로신 B’를 찾아내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 그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식물 속 효소인 ‘황산전이효소’가 비로신 B를 항암 성분 세큐리닌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황산전이효소가 단순히 화학 성분을 붙이는 보조 역할이 아니라, 알칼로이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 결과다.
김상규 교수와 한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자생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며 “앞으로 미생물이나 세포를 이용해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다양한 의약학적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성준 박사후연구원, 강규민 박사후연구원, 김태인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1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Chemically guided single-cell transcriptomics reveals sulfotransferase-mediated scaffold remodeling in securinine biosynthesis, DOI: doi.org/10.1038/s41467-026-68816-3
이번 연구는 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합성생물학, 농촌진흥청 NBT사업단의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 KAIST 생태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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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은 그대로, 위치만 바꿨다..치매 치료 새 전략
기존 알츠하이머병(치매) 치료법은 아밀로이드 베타나 활성 산소종 등 한 가지 원인만 겨냥해 왔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은 여러 원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질환으로, 이러한 접근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 약물 후보 성분(분자*)의 구조 배치만 바꿔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키는 여러 원인을 한 번에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화학과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국가바이오인프라사업본부 이철호 박사, 실험동물자원센터 김경심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같은 분자라도 구조의 배치 차이(위치 이성질체)에 따라 알츠하이머병에 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치매 유전자를 지닌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APP/PS1)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해당 화합물이 실제 생체 내에서도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금속 이온, 활성 산소종 등 여러 물질이 서로 영향을 주며 병을 악화시킨다. 특히 금속 이온은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 독성을 키우고, 이 과정에서 활성 산소종 생성이 증가해 뇌 신경 세포 손상이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알츠하이머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여러 발병 원인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팀이 주목한 ‘위치 이성질체’는 같은 재료로 만든 분자라도 붙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분자의 위치가 달라지자 활성 산소에 반응하는 정도나 아밀로이드 베타 및 금속과 결합하는 성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구조가 조금씩 다른 세 가지 분자를 비교 분석했고, 그 결과, 아주 미세한 구조 차이만으로도 활성 산소를 줄이는 능력, 아밀로이드 베타와의 결합 방식, 금속과의 상호작용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분자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에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는 특정 구조를 가진 화합물이 활성 산소종, 아밀로이드 베타, 금속-아밀로이드 베타 복합체를 한 번에 조절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화합물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해마 부위의 신경 세포 손상을 줄이고,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을 감소시켜, 저하됐던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유의미하게 개선했다.
임미희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분자의 구성 성분을 바꾸지 않고도 구조의 배치만 조절해 여러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에 동시에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알츠하이머병처럼 원인이 복잡하게 얽힌 질환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나찬주·이지민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Impact Factor: 15.7, 화학 분야 상위 5.0%) 2026년 1월 14일자 Issue 1호에 게재됐다.
※ 논문명: Positional Isomerism Tunes Molecular Reactivities and Mechanisms toward Pathological Targets in Dementia, ※ DOI: 10.1021/jacs.5c1432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리더연구,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세종과학펠로우십,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및 KRIBB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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