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는 ‘찰싹’ 물은 ‘쫙’ 퍼지는…다기능 바이오소재 개발
상처에는 빠르게 달라붙어 피를 멎게 하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쫙 퍼지게 하는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천연물질인 키토산과 바이오매스 원료를 이용해 ‘접착’과 물이 표면에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했다.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상온에서 30분 만에 만들 수 있어 지혈제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키토산(chitosan, CHI)과 식물 등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인 1,2,4-벤젠트리올(1,2,4-benzenetriol, BTO)을 이용해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 기능을 동시에 갖는 폴리페놀 바이오접착 소재 ‘CHI-B’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식물 등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로 다양한 물질의 표면과 상호작용해 잘 달라붙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의료·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접착 소재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CHI-B의 특징은 하나의 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잘 퍼지는 표면 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에서는 빠르게 달라붙어 출혈 부위를 막고, 유리나 플라스틱 등에 코팅하면 물이 닿는 즉시 넓게 퍼지는 ‘초친수성(superhydrophilic)’ 표면을 만든다.
초친수성은 물방울이 표면에 동그랗게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넓고 얇게 퍼져 표면을 적시는 성질이다. 연구팀은 CHI-B를 유리뿐 아니라 테플론으로 잘 알려진 불소계 고분자 소재인 PTFE, 음료병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PET,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S, 광촉매와 기능성 코팅 등에 활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O₂) 등 성질이 서로 다른 다양한 소재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극미량인 10 ppm(100만 분의 10 수준)의 요소(urea)를 함께 사용하면 CHI-B 코팅 표면을 초친수성으로 만들 수 있었다. 요소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지는 질소화합물로, 이번 연구에서는 매우 적은 양만으로 코팅 표면에서 물이 빠르게 퍼지는 특성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
코팅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CHI-B로 처리한 표면은 한 달 이상 세척한 뒤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1년이 지난 코팅에서도 물이 잘 퍼지는 우수한 젖음 특성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소재의 표면 성질을 바꾸는 기능성 코팅이나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등의 표면처리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CHI-B의 강한 접착력을 이용해 의료용 지혈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세포 독성 평가에서 CHI-B는 높은 생체적합성, 즉 생체 조직이나 세포와 접촉했을 때 유해한 영향을 적게 나타내는 특성을 보였다. 생쥐의 간 출혈 부위에 CHI-B 스펀지를 적용한 결과 출혈량이 대조군보다 크게 감소했다. CHI-B가 출혈 부위에 빠르게 달라붙어 상처를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지혈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강점은 제조 과정을 크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키토산 기반 바이오접착제를 만들 때는 키토산과 다른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EDC/NHS와 같은 별도의 화학 결합제가 주로 사용됐다. 이 방식은 고가의 시약뿐 아니라 반응 후 남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정제와 긴 투석 과정이 필요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BTO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성질에 주목했다. 산화된 BTO는 다른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파라-퀴논(para-quinone)’이라는 반응성이 높은 구조로 바뀌고, 키토산에 있는 ‘아민기(amine group, –NH₂)’와 빠르게 반응한다. 아민기는 질소와 수소를 포함한 화학 구조로, 이번 반응에서는 두 물질이 결합하는 연결 부위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공기 중 산소가 BTO를 키토산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꿔줘, 기존 화학 결합제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별도의 화학 결합제나 가열 과정 없이 상온에서 30분 이내에 CHI-B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수십 리터 규모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대량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CHI-B는 물에 잘 녹는 특성도 보였다. 일반적인 키토산은 물에 잘 녹지 않아 활용에 제약이 있지만, 물을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CHI-B 스펀지는 물에 닿은 뒤 약 15초 만에 완전히 녹았다. 산성 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과 비슷한 중성 환경에서도 높은 용해도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천연·바이오매스 기반 소재 하나로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하면서, 실제 산업 적용을 고려한 간단한 제조법과 생산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출혈 부위에 사용하는 지혈 소재를 비롯해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물의 젖음 특성을 조절해야 하는 다양한 기능성 표면처리 소재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바이오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표면 특성을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조 과정도 단순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지혈 소재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김은우 학생이 제1저자로, 이해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됐으며, 지난 4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
※ 논문명: Sustainable and scalable polyphenolic bioadhesives for hemostasis and surface functionalization, DOI: 10.1039/D6MH00249H
※ 관련 시연 동영상: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toEwNZhy9gBDuo_9mKHWaDU4wtsdlQwJ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팩토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나노입자로 염증부터 면역치료까지 가능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 유전 및 여러 환경 요인에 의해 장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미흡한 상황이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전상용, 조병관 교수 공동연구팀이 경구투여 시 염증성 장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된 대식세포를 표적 할 수 있는 키토산-빌리루빈 (Bilirubin)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빌리루빈은 헤모글로빈이 분해될 때 나오는 물질로 염증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에 대해 강력한 환원력(scavenging effect)을 가지며, 이로 인해 항염증성 효과가 탁월해 약물 개발로의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빌리루빈 자체의 소수성 특성(hydrophobicity)에 의해 임상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활용이 어렵다.
연구팀은 빌리루빈을 체내, 특히 경구투여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점막부착성과 수용성 성질을 동시에 지니는 저분자량 수용성 키토산(Low molecular weight water soluble chitosan, LMWC)과 결합해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LMWC-BRNPs)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는 기존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비스테로이드 계열 항염증(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agent, NSAID) 약물 중 하나인 아미노살리실리산(5-Aminosalicylic acid, 5-ASA) 대비 탁월한 장 기능 정상화 효과를 보였으며, 경구투여 시 점막층과의 정전기적 인력(Electrostatic interaction)으로 장벽 안으로 흡수됨으로써 기존 경구용 치료제 대비 강력한 점막 부착성을 보였다. 또한 염증성 대식세포에 의해 흡수되어 이들의 활성을 저해시켜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Pro-inflammatory cytokine)과 활성 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 분비를 줄이고, 염증성 조력 Th17 세포 대비 면역 조절 T 세포 (Regulatory T cell)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망가진 장내 면역 항상성을 되돌리는 효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키토산-빌리루빈 나노입자가 장내 흡수 시 염증에 의해 유발되는 장내 미생물 패턴 변화를 막아 염증성 박테리아 중 하나인 ‘튜리시박터(Turicibacter)’의 증식을 억제하며, 세 가지 핵심 유산균인 ‘서터렐라(Sutterella)’, ‘오실로스피라(Oscillospira)’,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의 수를 유지하는 효능을 동물 실험을 통해 밝힘으로써, 본 나노입자가 단순히 염증만 저해하는 기존 치료제를 뛰어넘는 우수한 나노 의약(Nanomedicine)으로 개발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아피아 박사과정생, 신종오 박사(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캠퍼스 박사후 연구원)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나노-재료공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ACS 나노(Nano)’ (ISSN: 1936-0851 print, 1936-086X online, Impact factor: 18.027) 5월 25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https://pubs.acs.org/doi/10.1021/acsnano.3c03252. 논문명: Bilirubin Nanomedicine Rescues Intestinal Barrier Destruction and Restores Mucosal Immunity in Colitis)
전상용 교수는 “ 이번 연구결과로 단순히 염증만 저해하는 기존 치료법을 뛰어넘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효과적으로 조절 및 무너진 면역반응을 정상화하는 우수한 나노의약으로 개발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로써, 나노입자 기반의 장 질환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종양/염증 미세환경 표적 및 감응형 정밀 바이오-나노메디신 연구단)’ 및 대한민국 ‘바이오 위대한 도전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