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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 지방산이 암세포 성장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였다
우리 몸속 단백질인 ‘엠토르(mTOR)’는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돼 세포 성장과 전이를 촉진한다. 한국 연구진은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며 생성되는 물질인 ‘13-HODE’가 엠토르에 직접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천연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시한 성과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이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체내 지질 대사물질인 13-HODE(지방산이 대사되며 생성되는 지질 대사물질)가 암세포 성장의 핵심 조절 인자인 엠토르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일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미영 교수, 가천대학교(총장 이길여) 의과대학 오병철 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약학대학 패트릭 윈트로드(Patrick Wintrode) 교수, 다니엘 데레지(Daniel Deredge) 교수 연구진이 공동연구로 참여하였다.
엠토르는 세포 성장과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는 중요한 효소(생체 반응을 돕는 단백질)다. 하지만 암세포에서는 엠토르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세포 증식과 전이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엠토르를 제어하기 위한 항암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엠토르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물질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연 대사물질에 주목했다. 방대한 대사체 스크리닝(생체 내 대사물질을 대량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발굴한 ‘13-HODE’ 라는 지방이 몸속에서 변하면서 생기는 지질 대사물질이 엠토르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직접 달라붙어 암세포에서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13-HODE(13-Hydroxyoctadecadienoic acid) 분자는 우리 몸에서 식물성 기름 등에 풍부한 리놀레산(필수 불포화지방산)이 체내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ALOX15(지방산 산화 반응을 유도하는 효소)’가 리놀레산을 산화시키며 13-HODE를 만든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13-HODE가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는 단순한 수준을 넘어서, 엠토르 단백질과 물리적으로 직접 결합하여 그 기능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분자 기전(생체 내 작동 원리)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분자 결합 시뮬레이션(컴퓨터 기반 분자 상호작용 분석)과 질량분석(분자의 질량과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통해 검증했다.
연구팀은 유방암과 대장암 세포에서 13-HODE 농도가 매우 낮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13-HODE 생성에 필요한 ALOX15 효소의 발현(유전정보가 실제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LOX15와 13-HODE의 생성을 증가시키면 엠토르 활성이 감소하고 암세포 성장도 억제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지방 대사물질이 암 성장 핵심 단백질인 엠토르를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지방 대사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뿐 아니라 염증과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엠토르 과활성을 조절하는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명과학과 약학의 융합을 통해 단백질과 지방산 대사체의 상호작용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혁신 신약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엠토르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일리노이대 지에 첸(Jie Chen) 교수는 저널 프리뷰를 통해 “암세포 제어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 탁월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승주 박사, 김세라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고려대학교 약학대학 변영주 교수, 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지난 5월 21일 게재되었다. 또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저널 5월호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논문 제목: Mechanism by which a linoleic acid metabolite suppresses cancer cell growth by inhibiting mT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4
※주저자 정보: 박승주 박사(KAIST, 제1저자), 김세라 박사과정 (KAIST, 제1저자), 변영주 교수(고려대학교 약학대학, 공동교신저자), 김세윤 교수(KAIST 생명과학과, 공동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선도연구센터, KAIST 퀀텀+X 학제간 융합기술개발과제, KAIST 그랜드 챌린지 사업, 교육부 중점연구소 사업 지원등을 받아 수행됐다.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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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원하는 순간·위치에서 암 치료하는 ‘스마트 항체’ 개발
기존 CAR-T(환자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든 세포치료 기술) 치료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면 즉시 공격해 정상세포까지 손상시키는 부작용 위험이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빛이나 화학 자극이 있을 때만 작동하는 스위치형 ‘스마트 항체’ 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순간과 위치에서만 면역세포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빛과 화학 자극을 이용해 세포 밖 항원 인식을 제어할 수 있는 ‘엑스트라바디(Extrabody)’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면역세포가 원하는 순간에만 서로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항체를 두 조각으로 분리한 뒤,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다시 결합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항체는 생성되자마자 항원에 결합하지만, 연구팀은 빛 또는 화학물질이 존재할 때만 두 항체 조각이 재결합해 항원을 인식하도록 구현했다.
즉, 단순히 항상 작동하는 기존 항체 시스템과 달리,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온디맨드(on-demand·필요한 순간에만 활성화되는 방식) 항체 플랫폼’을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시스템과 화학물질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각각 구축했으며, 형광 단백질뿐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단백질에도 적용 가능함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외부 자극이 있을 때만 항원 결합이 선택적으로 활성화됐으며, 다양한 항체 구조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했다. 이는 엑스트라바디가 여러 표적과 항체 형태에 적용 가능한 모듈형 플랫폼(Modular platform·다양한 표적과 기능으로 확장 가능한 기술 구조)임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엑스트라바디가 단순한 항원 인식을 넘어 세포 간 상호작용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세포끼리 접촉하고 항원을 전달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자극이 없을 때는 이러한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항원이 세포 내부로 전달되는 과정도 관찰돼, 향후 세포 간 정보 전달 연구에도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나아가 엑스트라바디를 합성수용체(synNotch·특정 신호를 받을 때만 세포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한 합성 생물학 기술) 및 CAR 시스템(면역세포가 특정 암세포를 인식·공격하도록 설계한 기술)에 적용했다. 그 결과 빛과 항원이 동시에 존재할 때만 세포 내부 신호가 활성화되는 ‘이중 잠금장치(double-gating·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만 작동하는 방식)’가 구현됐다.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사이토카인(Cytokine·면역세포 간 신호 전달에 사용되는 단백질) 분비, 면역세포 활성화 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으며, 실제 T세포 실험에서는 빛 자극이 있을 때만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기존 CAR-T 세포치료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비의도적 면역 활성화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원도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외부 자극을 이용해 세포 표적 인식을 원하는 시점과 위치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기술”이라며 “향후 차세대 면역치료와 세포 기반 치료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권유리 박사와 유다슬이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 온라인판에 5월 7일 게재됐다.
※ 논문명: An extracellular, optogenetic antibody platform for stimulus-gated antigen recognition and modulation of cell behavior, DOI: https://doi.org/10.1016/j.chembiol.2026.04.006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ASTRA 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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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저장·운송 한계 극복한다...KAIST, 차세대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
수소 저장·운송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암모니아가 주목받는 가운데, 우리 대학과 공동 연구팀이 암모니아를 직접 연료로 사용하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구현한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차세대 수소경제와 무탄소 발전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배중면 교수는 한국세라믹기술원(KICET, 원장 윤종석) 신태호 박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원장 권이균) 노기민 박사 공동 연구팀과 함께, 암모니아 기반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PCFC, Protonic Ceramic Fuel Cell·수소 이온을 이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고효율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암모니아는 액체 형태로 저장과 운송이 쉬워 차세대 수소 운반체(Energy Carrier·수소를 저장·운반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질소(N)와 수소(H)로만 구성돼 있어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무탄소 연료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연료전지 내부에서 니켈 기반 소재를 손상시키고 반응 속도를 떨어뜨려 성능 저하와 수명 단축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원소를 혼합해 구조 안정성을 높이는 ‘고엔트로피(High-Entropy·여러 원소를 섞어 소재의 안정성과 성능을 높이는 설계 방식)’ 산화물 촉매와, 구동 과정에서 표면에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금속 나노입자(Nano Particle·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금속 입자)를 결합한 새로운 촉매 구조를 설계했다.
이 촉매는 암모니아 환경에서도 구조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암모니아를 수소로 분해하는 반응을 효과적으로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Density Functional Theory·원자 수준에서 반응 메커니즘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기법) 분석을 통해 고엔트로피 산화물 구조가 암모니아 분해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을 낮추고 금속 입자 형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특히 촉매 표면에 스스로 형성된 금속 합금 나노입자는 단일 금속 촉매보다 훨씬 높은 촉매 활성을 보였다. 이를 적용한 연료전지는 700℃에서 단위면적(1㎠)당 2.04W의 최대 출력밀도를 기록했다. 이는 손톱 크기 면적에서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로, 수소 이온(Proton·양성자)을 이동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암모니아 기반 프로토닉 세라믹 연료전지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또한 600℃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255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기존 촉매에서 나타나던 성능 열화(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 문제도 크게 개선했다.
이강택 교수는 “고엔트로피 산화물과 합금 나노입자의 시너지 구조를 통해 암모니아 연료전지의 성능과 내구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며 “이번 연구는 암모니아 기반 무탄소 발전 기술과 차세대 수소 에너지 시스템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동연 박사, 한국세라믹기술원 박동재 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인철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Nano-Micro Letters(IF: 36.3)에 4월 17일 게재됐다.
※ 논문명 : Entropy-Modulated Oxide–Metal Catalyst Architectures for Direct Ammonia Protonic Ceramic Fuel Cells, DOI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820-026-02194-9
※ 논문명 : Entropy-Modulated Oxide–Metal Catalyst Architectures for Direct Ammonia Protonic Ceramic Fuel Cells, DOI :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40820-026-02194-9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과학기술원 InnoCORE 사업,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본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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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항암제 ‘두 얼굴의 단백질’ 규명..내성 극복 실마리
항암제가 암세포를 죽이는 진짜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진은 표적항암제가 단순히 암 단백질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부의 ‘단백질 공장’을 멈춰 세우고 스스로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 ‘자멸 과정’을 더 강하게 유도하면 약이 잘 듣지 않던 암세포도 다시 죽일 수 있어, 이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두 얼굴의 단백질’이 약물 내성 환자 치료의 돌파구로 주목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임정훈 교수,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원장 송현)혈액암센터 김동욱 교수, UNIST(총장 박종래) 김홍태 교수 공동연구팀이 만성골수성백혈병 항암제의 반응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조혈모세포에 유전적 이상이 생겨 ‘BCR::ABL1’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세포에 지속적인 성장 신호를 보내 암세포를 계속 증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억제하는 표적항암제가 현재 표준 치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내성이 발생하거나 치료 반응이 낮은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세포 내 단백질 생산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그 결과, 항암제가 투입되면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Ribosome)의 흐름이 꼬이면서 서로 부딪히는 ‘리보솜 충돌’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에 강한 스트레스가 유발되고, 결국 암세포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특히, 연구팀은 리보솜 충돌을 감지하는 핵심 센서로 ZAK 단백질을 지목했고 ZAK 단백질이 상황에 따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평소에는 AKT 신호*와 결합해 암세포가 잘 자라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지만, 표적 항암제 치료가 시작되면 리보솜 충돌을 감시해 암세포 사멸을 이끄는 감시자로 돌변한다. 똑같은 단백질이 암의 진행 과정과 치료 과정에서 정반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다.
*세포의 생존, 성장, 증식, 대사 및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
연구팀은 실제 백혈병 환자 유래 암세포를 분석해 이 기전을 검증했다. 리보솜 충돌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함께 사용할 경우 항암 효과가 크게 향상됐으며, 반대로 ZAK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항암제 반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번 연구에 따르면 내성환자들은 ZAK 기능 저하 또는 리보솜 스트레스 반응 부족으로 예측된다. 이는 환자별 ZAK 활성 상태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을 예측하고, 맞춤형 병용 치료 전략을 설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서 리보솜 스트레스 신호 경로의 중요성을 제시한 성과로, 향후 표적항암제의 효과를 높이고 새로운 병용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약물 내성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가 비정상적인 단백질 합성을 감지하고 이를 죽음의 신호로 전환하는 과정이 치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제1 저자인 박주민 박사는 “리보솜 충돌이 암세포 사멸을 결정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확인한 만큼, 다양한 암종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AIST 박주민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루케미아(Leukemia)’에 3월 30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 BCR::ABL1 tyrosine kinase inhibitors induce ribosome collisions to activate ZAK-dependent ribotoxic stress and apoptosis in chronic myeloid leukemia, DOI: https://doi.org/10.1038/s41375-026-02916-3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KAIST 정착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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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초빙석학교수, 삼성호암상 예술상 수상
우리 대학 문화기술대학원 조수미 초빙석학교수가 ‘2026 삼성호암상 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교수는 40여 년간 세계 최정상 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성악의 위상을 높이고, 음악을 통한 국제 교류와 평화 메시지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했으며,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창설과 유네스코 평화예술인 활동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1년에 우리 대학 문화기술대학원에 임용된 조수미 교수는 2024년 명예과학기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수미 공연예술연구센터’를 설립해 인공지능(AI) 기반 음악 연구를 자문하며, AI 피아니스트 반주, 자동 가사 추적, 가창 합성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KAIST 구성원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과 토크 콘서트를 통해 세계 무대 경험을 공유하고, 예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전달해왔다. 2022년에는 KAIST 교가를 직접 편곡한 ‘I’m a KAIST’를 발표하며 학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호암재단은 4월 1일 조수미 교수를 포함한 총 6명의 삼성호암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삼성호암상은 1991년 제정된 이후 학술·예술·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통해 인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권위 있는 상으로, 국내외 석학들로 구성된 심사 및 자문위원단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개최되며,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이 수여된다.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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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토종 ‘광대싸리’ 항암물질 생성 비밀 밝혀
식물 유래 약 성분은 많지만, 식물이 이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70년 만에 토종 약용식물 광대싸리에서 항암 성분인 세큐리닌이 생성되는 전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성과로 실험실과 미생물 공장에서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과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자생 식물인 광대싸리에서 항암 효과로 알려진 세큐리닌(securinine) 계열 물질이 만들어지는 핵심 과정을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광대싸리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관목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잎과 뿌리를 약재로 사용해 왔다. 이 식물에는 세큐리닌을 비롯한 다양한 알칼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어 신약 개발 가능성이 높은 약용식물로 주목받아 왔다.
세큐리닌은 1956년 광대싸리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30종이 넘는 관련 물질이 보고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항암 효과를 보이거나, 뇌로 잘 전달돼 신경 재생을 돕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물질들이 식물 안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지난 70년간 밝혀지지 않은 난제였다.
생명체 안에서 천연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합성’이라고 한다. 이는 최종 물질이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중간 단계를 거치고, 어떤 효소가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모르핀, 카페인, 니코틴 등 식물이 만들어내는 약효가 강한 천연 성분인 알칼로이드는 구조가 매우 복잡해 생합성 과정을 규명하기 특히 어려운 물질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화학과 생명과학의 협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세큐리닌 계열 물질의 화학적 합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순규 교수 연구팀과, 식물 유전체 분석과 단일세포 분석에 강점을 가진 김상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김상규 교수 연구팀은 성남시 불곡산 일대의 ‘KAIST 생태림’에서 광대싸리를 확보해 연구 시료를 만들고, 식물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했다. 특히 세큐리닌 생성이 활발한 잎 조직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수행해, 어떤 세포에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한편 한순규 교수 연구팀은 세큐리닌이 만들어지기 바로 전 단계의 물질로 ‘비로신 B’를 찾아내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 그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식물 속 효소인 ‘황산전이효소’가 비로신 B를 항암 성분 세큐리닌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황산전이효소가 단순히 화학 성분을 붙이는 보조 역할이 아니라, 알칼로이드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 결과다.
김상규 교수와 한순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자생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밝힌 것”이라며 “앞으로 미생물이나 세포를 이용해 항암 물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다양한 의약학적 응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성준 박사후연구원, 강규민 박사후연구원, 김태인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1월 23일 게재됐다.
※ 논문명: Chemically guided single-cell transcriptomics reveals sulfotransferase-mediated scaffold remodeling in securinine biosynthesis, DOI: doi.org/10.1038/s41467-026-68816-3
이번 연구는 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 합성생물학, 농촌진흥청 NBT사업단의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 KAIST 생태연구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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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률 높은 젊은 층 뇌암의 ‘진짜 시작점’ 찾았다
특정 유전자(IDH)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은 50세 이하 젊은 성인에게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으로, 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뇌암이다. 그동안 치료는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이 종양이 덩어리가 보이기 훨씬 이전부터 정상 뇌 속 세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며,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공동연구팀이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정상 뇌조직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lial Progenitor Cell, GPC)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 교세포전구세포(GPC): 정상 뇌에도 존재하는 세포로,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악성 뇌종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세포
연구팀은 광범위 절제 수술을 통해 확보한 종양 조직과 종양 주변의 정상 대뇌피질을 정밀 분석한 결과, 겉보기에는 정상인 뇌조직 안에 이미 IDH-돌연변이를 가진 ‘기원세포(cell of origin)’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악성 뇌종양이 특정 시점에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 뇌 속에서 이미 시작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과다.
이어 연구팀은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작동하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최신 분석 기술인 ‘공간 전사체 기술(spatial transcriptomics)’을 활용해, 이러한 변이를 가진 기원세포가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PC)임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환자에게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유전적 변이(driver mutation)를 마우스의 교세포전구세포에 도입해 실제 뇌종양이 발생하는 과정을 동물모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뇌종양의 ‘기원’을 규명한 기존 연구를 한 단계 확장한 성과다. 공동연구팀은 앞서 2018년,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 종양 본체가 아닌,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뇌 속의 원천 세포인 뇌실하영역(subventricular zone)의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 (Lee et al., Nature, 2018), 뇌종양 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과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같은 뇌암이라 하더라도, 출발 세포와 시작 위치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뇌종양은 종류마다 발생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석구 교수(공동 교신저자)는 “뇌종양은 종양 덩어리가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며, “뇌종양의 아형에 따라 기원세포와 기원 부위를 직접 공략하는 접근은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KAIST 교원창업기업 소바젠㈜(대표이사 박철원)은 IDH-돌연변이 악성 뇌종양의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RNA 기반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세브란스병원(병원장 이강영)은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을 통해 난치성 뇌종양의 초기 변이 세포 탐지 및 제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단독 제1저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정원 박사(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는 “KAIST의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 역량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역량이 결합해 이룬 성과”라며, “환자를 진료하며 품어왔던 ‘이 종양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월 9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IDH-mutant gliomas arise from glial progenitor cells harboring the initial driver mutation, DOI: 10.1126/science.adt0559
※ 저자 정보: 박정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제1 저자), 강석구(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신저자), 이정호(KAIST 의과학대학원, 소바젠,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 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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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세포 기반 ‘암을 기억하는’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길 열다
신생항원은 암세포만을 구별하는 고유한 표식이다. B 세포 반응성을 더하면 항암백신은 일회성 공격과 단기 기억을 넘어 장기적으로 암을 기억하는 면역이 되어 암의 재발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이를 가능하게 하고, 개인별로 항암 효과를 최적화하는 AI 기반 맞춤형 항암백신 설계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연구팀이 ㈜네오젠로직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개발의 핵심 요소인 신생항원을 예측하는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면역항암치료에서 B 세포의 중요성을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신생항원 발굴이 주로 T 세포 반응성 예측에 의존하던 한계를 극복하고, T 세포와 더불어 B 세포 반응성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한 AI 기반 신생항원 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대규모 암 유전체 데이터, 동물실험, 항암백신 임상시험 자료 등을 통해 검증되었으며, 신생항원에 대한 B 세포 반응성을 정량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최초의 AI 기술로 평가된다.
신생항원은 암세포 돌연변이에서 유래된 단백질 조각으로 이루어진 항원으로, 암세포 특이성을 갖기 때문에 차세대 항암 백신의 핵심 타깃으로 주목받아 왔다. 모더나와 바이오엔텍은 신생항원 기반 항암백신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확보한 mRNA 플랫폼을 활용해 COVID-19 백신을 개발한 바 있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함께 항암백신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 항암백신 기술은 대부분 T 세포 중심의 면역반응에 집중되어 있어 B 세포가 매개하는 면역반응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실제로 존스홉킨스대학교 마크 야소안(Mark Yarchoan)·엘리자베스 재피(Elizabeth Jaffee) 교수 연구팀도 2025년 5월 네이처 리뷰 캔서(Nature Review Cancer)에서 “B 세포의 종양 면역 역할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항암백신 임상시험이 여전히 T 세포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구팀의 새로운 AI 모델은 돌연변이 단백질과 B 세포 수용체(BCR) 간 구조적 결합 특성을 학습해 B 세포 반응성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 특히 항암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B 세포 반응까지 통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실제 임상에서 항종양 면역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최정균 교수는 “현재 신생항원 AI 기술을 사업화하고 있는 ㈜네오젠로직과 함께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플랫폼의 전임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7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FDA IND* 제출을 준비 중”이라며 “독자적인 AI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백신 개발의 과학적 완성도를 높이고 임상 단계로의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FDA IND: 사람에게 처음으로 신약을 투여하기 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을 해도 되는지 허가를 받는 절차
이번 연구에는 김정연 박사와 안진현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2월 3일에 게재되었다.
※논문제목: B cell–reactive neoantigens boost antitumor immunity, DOI: 10.1126/sciadv.adx8303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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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다리처럼 감싸는 3D 마이크로 LED로 췌장암만 정밀 타격
진단이 어렵고 치료가 까다로워 ‘암 중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0%대에 불과한 대표적 난치암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췌장을 감싸 빛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새로운 초소형 LED 장치를 개발해 췌장암 치료에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 연구팀이 UNIST 권태혁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췌장 전체를 둘러싸며 빛을 직접 전달하는 ‘3차원 마이크로 LED’ 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췌장암은 2기부터 종양 주변에 단단한 방어막(종양 미세환경)이 생겨 수술이 어렵고, 항암제·면역세포도 침투하기 힘들어 치료 성공률이 극히 낮다.
최근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광역동치료(Photodynamic Therapy)가 주목되고 있다. 암세포에만 붙는 약물(광감각제)에 빛을 쏘아 암 조직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기존 레이저로는 췌장처럼 깊은 장기까지 빛을 전달하기 어려웠고, 강한 빛은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문어 다리처럼 자유롭게 휘어지고 췌장 표면에 밀착되는 3차원 마이크로 LED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는 췌장 모양에 맞춰 스스로 감싸며 약한 빛을 오래·고르게 전달해 정상 조직은 보호하고 암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한다.
실제 살아있는 쥐에 적용한 결과, 3일 만에 종양 섬유조직이 64% 감소했고, 손상됐던 췌장 조직이 정상 구조로 회복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UNIST 권태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광치료의 ‘깊은 조직 전달’ 한계를 뛰어넘었다”며 “난치암을 대상으로 한 면역 기반 치료 전략 확장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이건재 교수는 “췌장암 치료의 가장 큰 장벽인 종양 미세환경을 직접 제거하는 새로운 광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연구팀은 본 기술의 완성도는 확인하였고 AI 기반으로 췌장암 종양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임상 적용을 위한 파트너를 찾아 상용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메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12월 10일 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 논문명: Deeply Implantable, Shape-Morphing, 3D MicroLEDs for Pancreatic Cancer Therapy
DOI: https://doi.org/10.1002/adma.202411494
저자정보: 김민서 석-박사 통합과정(공동1저자, KAIST), 이재희 박사(공동1저자, KAIST), 이채규 박사 (공동1저자, UNIST), 권태혁 교수 (교신저자, UNIST), 이건재 교수(교신저자, KAIST)
이번 연구는 글로벌 생체융합 인터페이싱 소재 센터(선도연구센터)와 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25.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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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호 박사, ‘제5회 암젠한림생명공학상’ 박사후연구원 부문 수상
우리 대학 AI-혁신신약 연구단 부성호 박사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주최하는 '제5회 암젠한림생명공학상' 박사후연구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은 지난 21일 한림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암젠한림생명공학상 박사후연구원 부문은 국내 신진 연구자 중 탁월한 연구성과를 보인 2인을 선정하며, 특히 세계적 학술지에 주목받는 제1저자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를 중심으로 수여된다.
부성호 박사는 원형 RNA가 세포 내에서 mRNA의 안정성(분해되지 않고 유지되는 정도)을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mRNA만 골라 선택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인공 원형 RNA를 개발했으며,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RNA 플랫폼 기술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연구는 차세대 RNA 기반 치료 기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그는 RNA 구조 설계, 기능 분석, 치료 응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KAIST의 생명과학 및 바이오의공학 분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암젠한림생명공학상은 생명과학·생명공학 분야에서 우수한 젊은 연구자를 발굴하기 위해 암젠코리아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2021년 공동 제정한 상으로, 올해로 5회를 맞았다. 박사후연구원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1,000만 원이 수여된다.
부성호 박사는 “많은 도움을 주신 교수님과 동료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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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전이‘세포 이동의 비밀’풀었다
우리 몸에 생긴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지는 암 전이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이동하는 과정 등 세포의 이동은 생명현상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세포가 외부 자극 없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 대학과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가 스스로 방향을 정해 움직이는 원리를 규명, 향후 암 전이와 면역 질환의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허원도 석좌교수 연구팀이 바이오및뇌공학과 조광현 석좌교수 연구팀, 미국 존스홉킨스대 이갑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외부의 신호 없이도 스스로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자율주행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세포 안에서 단백질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 ‘INSPECT(INtracellular Separation of Protein Engineered Condensation Technique)’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세포가 스스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정하는 내부 프로그램의 원리를 밝혀냈다.
연구팀은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인 Rho 계열 단백질(Rac1, Cdc42, RhoA)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분석했다. 그 결과, 이 단백질들이 기존에 알려진 이론인 단순히 세포의 앞뒤를 나누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단백질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세포가 직진할지, 방향을 바꿀지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INSPECT 기술은 단백질이 서로 붙을 때 서로 잘 섞이지 않고 구분된 영역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분리(phase separation)’현상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세포 속에서 단백질들이 실제로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형광 신호로 직접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단백질 페리틴(ferritin)과 형광단백질 DsRed를 활용해,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할 때 작은 방울처럼 뭉친 덩어리인 ‘응집체(condensate)’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15종의 Rho 단백질과 19종의 결합 단백질을 조합해 총 285쌍의 상호작용을 분석했고, 그중 139쌍에서 실제 결합이 일어남을 확인했다. 특히, Cdc42–FMNL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직진’을, Rac1–ROCK 단백질 조합은 세포의 ‘방향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회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세포의 방향 조절에 중요한 단백질 Rac1의 일부(37번째 아미노산)를 살짝 바꿔서, 그 단백질이 ‘핸들 역할’을 하는 ROCK 단백질과 잘 붙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세포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직선으로만 이동했다.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Rac1과 ROCK이 잘 결합해서 세포 앞부분에 ‘아크 스트레스 섬유(arc stress fiber)’라는 구조가 생기고, 이 섬유는 세포가 방향을 바꿀 때 직각에 가까운 방향 전환이 되도록 했다.
또한 세포가 붙어 있는 환경을 변화시킨 실험에서, 정상 세포는 주변 환경에 따라 이동 속도가 달라졌지만, Rac1F37W 세포(핸들이 고장난 세포)는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속도는 항상 똑같았다. 이는 Rac–ROCK 단백질 축이 세포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적응하는 능력을 세밀하게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허원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 이동이 무작위적인 운동이 아니라, Rho 신호전달 단백질과 세포 이동 관련 단백질의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내재적 프로그램에 의해 정밀하게 제어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라며, “새롭게 개발한 INSPECT 기술은 세포 내 단백질 상호작용을 시각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암 전이와 신경세포 이동 등 다양한 생명현상과 질병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이희영 박사, 이상규 박사(현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소속), 서예지 박사(현재 (주)휴룩스 소속), 김동산 박사(현재 LIBD 소속)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0월 31일 게재되었다.
※논문명: A Rho GTPase-effector ensemble governs cell migration behavior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635-0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2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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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11월 과학기술인상’ 수상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다. 이번 시상은 ‘평화와 발전을 위한 세계과학의 날(11월 10일)’을 기념해 진행된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최근 3년간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해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달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최민기 교수는 친환경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고성능 촉매를 개발해 탄소중립과 수소 경제 전환을 위한 핵심 기술을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암모니아는 비료와 의약품 등 필수 산업 원료일 뿐 아니라 액화가 쉽고 수소 저장 밀도가 높아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를 저장·운송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상용화된 ‘하버-보슈 공정’은 500℃ 이상, 100기압 이상의 고온·고압이 필요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한계가 있다.
이에 최 교수는 루테늄(Ru) 촉매와 산화바륨(BaO) 조촉매를 전도성이 높은 탄소 지지체 위에 배치해 양전하와 음전하를 분리 저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화학 축전지형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는 기존 최고 수준의 촉매 대비 7배 이상 높은 암모니아 합성 성능을 보이며 300℃·10기압의 온건한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촉매 반응의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친환경 암모니아 합성 기술의 실용화를 통해 식량·에너지·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해당 연구는 과기정통부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에 게재됐다. 또한 최 교수는 ACS Catalysis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촉매 분야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202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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