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처럼 상황 판단해 걷고 뛰고 점프하는 로봇 구현
‘어떻게 걸을 것인가'를 로봇이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계단에서는 보행 방식을 바꾸고, 틈은 뛰어넘고, 숲길에서는 균형을 잡는 등 사람이나 동물처럼 주변 환경에 맞춰 알맞는 보행 전략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족 보행 로봇이 등장했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하나의 제어기로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다양한 보행 기술을 실시간으로 선택·전환하며, 실제 야외 환경에서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 보행 로봇 핵심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사족 보행 로봇은 네 개의 다리를 이용해 움직여 바퀴형 로봇보다 험한 지형에 유리하다. 그러나 실제 야외에서는 계단과 단차, 디딤돌, 틈, 나뭇가지 등 서로 다른 장애물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히 빠르게 걷거나 달리는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존 사족 보행 로봇은 평지를 빠르게 달리거나 단순한 장애물을 넘는 데는 우수했지만, 복합적인 장애물이 섞인 실제 환경에서는 속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웠다. 또한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각각의 보행 기술을 개별적으로 제어해야 해 환경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데에도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PT-RL(Action Pretrained Transformer-based Reinforcement Learning, 행동 사전학습 기반 트랜스포머 강화학습)이라는 새로운 학습 기반 제어기술을 개발했다.
APT-RL은 로봇이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다양한 보행 기술을 미리 익힌 뒤, 실제 환경에서는 상황에 맞게 이를 자유롭게 조합하고 전환하도록 설계한 제어기술이다.
연구팀은 실제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일일이 촬영하지 않고도, 컴퓨터 시뮬레이션만으로 다양한 보행 기술을 담은 총 15.5시간 분량의 학습 데이터를 단 8분 만에 생성했다. 생성된 데이터는 로봇의 기본 운동 능력을 학습하는 데 활용됐으며, 이 과정에는 로봇 동역학(로봇의 움직임 원리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모델)과 궤적 최적화(효율적인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기법)가 적용됐다. 이는 모션캡처(Motion Capture, 사람이나 동물의 움직임을 센서로 기록하는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다양한 보행 기술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어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최적의 행동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해 계단과 단차, 틈, 디딤돌 등 복잡한 3차원 지형에서도 상황에 맞는 보행 기술을 스스로 선택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깊이 카메라(Depth Camera, 물체까지의 거리를 측정해 입체 정보를 얻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Laser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환경의 거리와 형태를 3차원으로 측정하는 센서)를 결합해 로봇이 주변 환경과 목표 속도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가장 적합한 보행 전략을 선택하도록 구현했다.
이번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걷기와 달리기, 점프 등 여러 보행 기술을 하나의 제어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선택·전환해 실제 환경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제어기술을 자체 개발한 사족 보행 로봇 'KAIST 하운드(HOUND)'에 탑재해 성능을 검증했다. 실험은 실내 장애물 코스뿐 아니라 KAIST 캠퍼스와 숲길 등 실제 야외 환경에서 진행됐다.
KAIST 하운드는 계단과 잔디, 경사로가 포함된 도시형 지형은 물론 쓰러진 나무와 노출된 뿌리, 낙엽길 등 비정형 자연 지형에서도 상황에 맞춰 보행 기술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며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특히 장애물이 포함된 험지에서 순간 최고 초속 6미터(약 시속 22km)를 기록해 실제 야외 환경에서도 빠른 이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실험 결과 KAIST 하운드는 지형과 목표 속도에 따라 트롯(trot, 대각선 다리를 번갈아 사용하는 보행)과 바운드(bound, 앞·뒷다리를 각각 함께 사용하는 도약형 보행)를 스스로 선택·전환했으며, 걷기와 달리기, 점프, 단차 극복 등 다양한 운동 기술을 하나의 제어기 안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박해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족 보행 로봇이 실내 및 야외의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지형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보행 전략을 스스로 선택·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향후 재난 현장, 국방 임무, 산업시설 점검 등 험지 환경에서 피지컬 AI 기반 보행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준길 연구원(연구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소속)과 KAIST 기계공학과 박재현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박해원 교수와 고려대학교 홍승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로봇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7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7월 15일 (미국 동부시간) 출판됐다.
※ 논문명: Agile perceptive multi-skill locomotion for quadrupedal robots in the wild, DOI: 10.1126/scirobotics.adz7397
본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의 연구비(RS-2024-00427719) 및 국방과학연구소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912768601)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라이보’ 로봇, 해변을 거침없이 달리다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 연구팀이 모래와 같이 변형하는 지형에서도 민첩하고 견고하게 보행할 수 있는 사족 로봇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황보 교수 연구팀은 모래와 같은 입상 물질로 이루어진 지반에서 로봇 보행체가 받는 힘을 모델링하고, 이를 사족 로봇에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사전 정보 없이도 다양한 지반 종류에 스스로 적응해가며 보행하기에 적합한 인공신경망 구조를 도입해 강화학습에 적용했다. 학습된 신경망 제어기는 해변 모래사장에서의 고속 이동과 에어 매트리스 위에서의 회전을 선보이는 등 변화하는 지형에서의 견고성을 입증해 사족 보행 로봇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기계공학과 최수영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1월 8권 74호에 출판됐다. (논문명 : Learning quadrupedal locomotion on deformable terrain)
강화학습은 임의의 상황에서 여러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사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를 만드는 학습 방법이다. 이때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많아 실제 환경의 물리 현상을 근사하는 시뮬레이션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모으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보행 로봇 분야에서 학습 기반 제어기들은 시뮬레이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서 학습된 이후 실제 환경에 적용돼 다양한 지형에서 보행 제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바 있다.
다만 학습한 시뮬레이션 환경과 실제 마주친 환경이 다른 경우 학습 기반 제어기의 성능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변형하는 지형을 극복하는 학습 기반 제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뮬레이터는 유사한 접촉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입상 매체의 추가 질량 효과를 고려하는 지반 반력 모델을 기반으로 보행체의 운동 역학으로부터 접촉에서 발생하는 힘을 예측하는 접촉 모델을 정의했다.
나아가 시간 단계마다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힘을 풀이함으로써 효율적으로 변형하는 지형을 시뮬레이션했다.
연구팀은 또한 로봇의 센서에서 나오는 시계열 데이터를 분석하는 순환 신경망을 사용함으로써 암시적으로 지반 특성을 예측하는 인공신경망 구조를 도입했다.
학습이 완료된 제어기는 연구팀이 직접 제작한 로봇 `라이보'에 탑재돼 로봇의 발이 완전히 모래에 잠기는 해변 모래사장에서 최대 3.03 m/s의 고속 보행을 선보였으며, 추가 작업 없이 풀밭, 육상 트랙, 단단한 땅에 적용됐을 때도 지반 특성에 적응해 안정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또한, 에어 매트리스에서 1.54 rad/s(초당 약 90°)의 회전을 안정적으로 수행했으며 갑작스럽게 지형이 부드러워지는 환경도 극복하며 빠른 적응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지면을 강체로 간주한 제어기와의 비교를 통해 학습 간 적합한 접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드러냈으며, 제안한 순환 신경망이 지반 성질에 따라 제어기의 보행 방식을 수정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뮬레이션과 학습 방법론은 다양한 보행 로봇이 극복할 수 있는 지형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로봇이 실제적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1 저자인 최수영 박사과정은 "학습 기반 제어기에 실제의 변형하는 지반과 가까운 접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변형하는 지형에 적용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였다ˮ 라며 "제시된 제어기는 지형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기용될 수 있어 다양한 로봇 보행 연구에 접목될 수 있다ˮ 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세계 최고 빠른 속도로 철제 벽면과 천장을 보행하는 사족 로봇 개발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이 철로 이뤄진 벽면과 천장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사족 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를 위해 전자기력을 온-오프(on-off)할 수 있는 영전자석(Electropermanent Magnet)과 고무와 같은 탄성체에 철가루와 같은 자기응답인자를 섞어 만든 탄성체인 자기유변탄성체(Magneto-Rheological Elastomer)를 이용해 자석의 접착력을 빠르게 끄거나 켤 수 있으면서도 평탄하지 않은 표면에서 높은 접착력을 지니는 발바닥을 제작해, 연구실에서 자체 제작한 소형 사족 보행 로봇에 장착했다. 이러한 보행 로봇은 배, 교량, 송전탑,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루어진 대형 구조물에 점검, 수리, 보수 임무를 수행하는 등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계공학과의 홍승우, 엄용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12월호에 표지를 장식하는 논문으로 출판됐다. (논문명 : Agile and Versatile Climbing on Ferromagnetic Surfaces with a Quadrupedal Robot)
기존의 벽면을 오르는 등반 로봇은 바퀴나 무한궤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차나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는 이동성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졌다. 이에 반해 등반용 보행로봇은 장애물 지형에서의 향상된 이동성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동 속도가 현저히 느리거나 다양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보행 로봇의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려면 발바닥은 흡착력이 강하면서도 흡착력을 빠르게 온-오프 스위칭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거칠거나 요철이 있는 표면에서도 흡착력의 유지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전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를 보행 로봇의 발바닥 디자인에 최초로 이용했다. 영전자석은 짧은 시간의 전류 펄스로 전자기력을 온-오프할 수 있는 자석으로 일반적인 전자석과 달리 자기력의 유지를 위해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사각형 구조 배열의 새로운 영전자석을 제안해, 기존 영전자석과 비교해 스위칭에 필요한 전압을 현저하게 낮추면서도 보다 빠른 스위칭이 가능하게 했다.
또한, 연구팀은 자기유변탄성체를 발바닥에 씌어, 발바닥의 자기력을 현저히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마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제안한 발바닥은 무게는 169그램(g)에 불과하지만 약 *535뉴턴(N)의 수직 흡착력, 445뉴턴(N)의 마찰력을 제공해 무게 8킬로그램(kg)의 사족보행로봇에 충분한 흡착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535N을 kg으로 환산하면 54.5kg, 445N을 kg으로 환산하면 45.4kg이다. 즉, 수직 방향으로 최대 54.5kg, 수평 방향으로는 최대 45.4kg 정도의 외력이 가해져도 (혹은 이에 해당하는 무게 추가 매달려도) 발바닥이 철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연구팀이 제작한 사족 보행 로봇은 초속 70센티미터(cm)의 속도로 직벽을 고속 등반하였고, 최대 초속 50센티미터(cm)의 속도로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보행할 수 있었다. 이는 보행형 등반 로봇으로는 세계 최고의 속도다. 또한, 연구팀은 페인트가 칠해지고, 먼지, 녹으로 더러워진 물탱크의 표면에서도 로봇이 최대 35센티미터(cm)의 속도로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 실제 환경에서의 로봇의 성능을 입증했다. 로봇은 빠른 속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바닥에서 벽으로, 벽에서 천장으로 전환이 가능하고, 벽에서 돌출돼 있는 5센티미터(cm) 높이의 장애물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등반 사족 보행 로봇은 배, 교량, 송전탑, 송유관, 대형 저장고, 건설 현장 등 철로 이루어진 대형 구조물의 점검, 수리, 보수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곳에서의 작업은 추락, 질식 등의 심각한 위험성이 존재하고 있어, 자동화의 필요성이 시급한 곳이다.
공동 제1 저자인 기계공학과 엄용 박사과정은 "영전자석과 자기유변탄성체으로 구성된 발바닥과 등반에 적합한 비선형 모델 예측제어기를 이용해, 지면뿐만 아니라 벽과 천장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도 보행 로봇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였고 이는 보행 로봇의 이동성과 작업 공간을 2D에서 3D로 확장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ˮ라며 “이러한 로봇은 조선소와 같은 철제 구조물에서 위험하고 힘든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발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ˮ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과 한국조선해양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