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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초빙석학 교수 토크 콘서트 개최
우리 대학이 9일 오후 학술문화관 존해너홀에서 '조수미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대학원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예술융합센터, 문화기술대학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조수미 교수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는 자리를 희망하는 구성원들을 위해 기획됐다. 장현수(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대학원 총학생회 사무국장) 학생이 진행하고 김채윤(물리학과 석박통합과정), 박건희(생명과학과 석박통합과정), 방하연(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홍민주(전기및전자공학부 석사과정 진입) 등 사전에 모집한 4명의 학생이 함께 참여했다. 특히, 홍민주 학생은 피아노 반주로 오페라 '연대의 딸(La fille du régiment) 中 모두 알고 있네(Chancun le sait)'와 '유쾌한 미망인(Die Lustige Witwe) 中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 등의 4곡을 조수미 교수와 협연하고, 방하연 학생은 '바람이 머무는 날'(曲 미치루 오시마)을 함께 가창했다. 협연 후에는 '교수와 뮤즈(Professor and Muse)'를 주제로 패널 및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홍민주 학생은 "이공계 학생으로서 노력은 하고 있는데 발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은데, 좋아해서 시작한 일에 슬럼프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조 교수는 "슬럼프는 모든 분야에서 겪는 공통된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슬럼프가 오면 겪을 수 있는 만큼 뼛속 깊이 느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철저하게 외로워 본 후에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재무장해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힘든 상황에 놓여있으면 자신이 발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그 순간에도 발전이란 것을 하고 있고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예술가로서 과학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라는 박건희 학생의 질문에는 "목소리의 공명만으로 2천석 공연장을 채워야 하는 예술가로서 소리라는 것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며 일생의 열정을 바치며 살아왔지만, 요즘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어 부르는 모습을 볼 때면 가끔 과학이 밉기도 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내가 어떤 업적을 남기고 지구를 떠난 후에 조수미의 목소리를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과학의 힘이기 때문에, 허락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 되는 러브 앤 헤이트(love & hate)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시대에 아티스트로서의 의견을 묻는 청중의 질문에는 "예술을 하는 내 마음과 영혼의 자세를 돌아보며, 인공지능이 사람의 예술처럼 감동이나 아름다움 혹은 설렘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궁금해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아바타와의 협연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날의 듀엣에서는 감동을 찾지 못했지만, 훗날 인공지능이 낳은 예술을 통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고 느끼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고 그것이 내가 인공지능에 관심이 대단히 많은 이유"라고 밝혔다. 김채윤 학생의 "한 분야를 깊게 아는 것과 다각화하는 것 중 나는 어떤 것을 선택하는 학자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려면 한 분야를 깊게 다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생은 하나만 잘 된다고 재밌게 살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나는 벨칸토 스페셜리스트로서 1년 중 8개월은 본업에 깊게 매진하고 남은 기간에는 영화음악, 음반 활동 등 호기심을 느끼는 많은 장르에 도전해봤는데, 그 경험이 본업을 수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는 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일에도 큰 자산이 되었다"고 공유했다. 어머니부터 대를 이어 조수미 교수의 팬이라고 밝힌 청중은 "교수님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키워드는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조 교수는 "첫 번째는 사랑, 두 번째는 자존심, 세 번째는 건강, 네 번째는 주변 사람들과의 신뢰, 마지막은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즉석에서 정리해 청중들과 소통했다. 또한, 과학도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는 과학이 발달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간 사이의 따뜻한 온기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과학은 자칫하면 차갑고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전유물이 되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가치 존중하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어야 결과물도 빛나고 그것을 만들고 연구하고 사람들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를 전했다.조수미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 저도 다시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는 시간이었고, 여러분이 2024년이 잘 될 것 같은 에너지를 저에게 주셨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024.01.25
조회수 2649
KAIST 인공지능이 편곡한 비발디의 사계는?
18세기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는 협주곡 <사계>를 통해 계절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렇다면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난 미래의 <사계>는 어떤 음악으로 표현될까? 2050년 대전의 기후 예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발디의 사계를 재창작한 제693회 문화행사 <사계 2050-대전> 공연이 22일 저녁 우리 대학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연세대 기악과 교수)이 프로젝트 예술감독과 솔리스트를 맡아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사계 2050>은 글로벌 디지털 디자인 기업 ‘아카(AKQA)’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포함한 6개 대륙 14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이날 공연은 앞선 무대들과는 다르게 KAIST의 기술력으로 새롭게 구성한 곡이 연주된다.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방하연·김용현(지도교수 남주한)이 각각 데이터 기반 음악 작·편곡, 알고리즘 개발 및 인공지능 기술 활용을 맡았다. 박사과정 남궁민상(지도교수 박주용)은 미래 기후변화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외부에서 초빙한 작곡가 장지현도 프로젝트를 도왔다. 이들은 IPCC*가 제공하는 시나리오 중에서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대전의 위도와 경도를 입력해 데이터를 구성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의 협의체 그 결과, 2050년의 대전은 1년 중 44.2%에 해당하는 161.5일 동안 여름이 이어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일 최고기온은 현재 37.1℃에서 39.5℃로 높아지고 폭염일수도 28.9일에서 47.5일로 증가하는 특징들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비발디의 <사계>에는 계절마다 소네트(짧은 정형시)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인공지능에 기후변화 예측값을 입력했다. 이를 학습한 챗GPT-4는 강렬한 더위와 맹렬한 폭풍을 묘사했던 비발디의 '여름' 소네트를 '무자비한 여름 태양 아래, 대전의 시민과 나무들 모두 시든다; 나무들은 갈라지고 있다', '그의 지친 몸은 생물다양성의 붕괴로 강화된 벌레와 말벌 떼로 고통받고, 번개와 요란한 천둥으로 두려워 휴식을 찾지 못한다'라고 바꿔놓았다. 연구팀은 숫자로 이루어진 기후변화 데이터를 입력하면 이를 새로운 악보로 변환해 주는 알고리즘을 직접 개발해 편곡에 적용했으며, 챗GPT-4가 재해석한 소네트의 정서도 음악적 효과를 가중하는 데 활용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재창작된 <사계 2050-대전>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곡으로 완성됐다. 생물다양성이 감소해 '봄'의 새소리로 표현된 부분이 대폭 줄어들었다. 기후변화로 길어진 '여름'은 원곡보다 길이를 늘여 훨씬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동시에 극심해진 이상기후로 변덕스러워지는 날씨를 강조하기 위해 몰아치는 폭풍우를 그려낸 악장을 훨씬 강렬하게 표현했다. '가을'에는 텍스트를 음악으로 바꿔주는 메타社의 인공지능 모델 '뮤직젠'의 해석을 적용했다. '뮤직젠'은 화음과 조성이 없어 불안하고 소음처럼 들리는 무조성 기법으로 2050년 가을의 음악을 생성해, 이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음원에 덧입혔다. '겨울'은 2023년에 비해 11일 짧아지는 결과를 반영해 기존 곡에서 쉬어가는 부분들을 생략해 길이를 줄였고, 옥타브를 빠르고 급격하게 넘나드는 편곡으로 삼한사온보다 잦은 빈도로 반복되는 극심한 추위를 묘사했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방하연 학생은 "인간과 인공지능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창조된 음악 작품은 예술가와 첨단 기술의 공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을 맡은 김용현 학생은 "연구를 이어간다면,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 상태에서도 높은 수준의 음악 작곡이 가능한 과학기술과 예술의 혁신적인 융합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공연은 KAIST가 새롭게 창작한 <사계>와 함께 비발디의 원곡도 함께 연주돼 음악을 통해 전해지는 기후변화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꾸며진다. 또한, 공연 당일 오후 2시에는 <사계 2050, 지구를 위한 과학기술과 음악의 시너지>를 주제로 창작 의도와 과정을 설명하는 워크숍이 진행되며, 7시에는 연구진이 직접 나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프리뷰를 진행한다. <사계 2050-대전>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서 22일 14시까지 사전 예매할 수 있다. 18시 30분부터는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티켓을 배부받을 수 있다. 한편, 이날 무대는 문화기술대학원(원장 이성희)이 그동안 쌓아온 예술적 경험과 기술적 성취를 융복합해 과학·예술계와 협업하며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든 QlE(Quite Interesting Experience, 책임교수 이원재) 프로그램과 KAIST 문화행사, 뮤직앤아트컴퍼니의 협업으로 추진됐다.
2023.09.22
조회수 3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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