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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A 유래 물질로 지친 면역세포 지킨다…난치성 뇌종양 치료 새 길
암과 오래 싸운 면역세포는 결국 지쳐 공격력을 잃는다. 특히 악성 뇌종양에서는 이런 ‘면역세포 탈진’ 때문에 면역항암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의 성장과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 A 유래 물질 ‘올트랜스 레티노산(ATRA)’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완전히 지치는 것을 막고,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서울성모병원·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연구진과 함께, 비타민 A가 우리 몸에서 실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활성형 대사체의 하나인 ‘올트랜스 레티노산(all-trans retinoic acid, ATRA)’이 뇌종양 안에서 암세포를 직접 찾아 파괴하는 핵심 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공격 능력을 거의 잃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항-PD-1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은 대표적인 난치성 뇌종양이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은데, 종양 안으로 들어간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오랫동안 싸우면서 점차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CD8 T세포가 오랜 전투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병사처럼 ‘말기 탈진’ 상태에 이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거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항-PD-1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미 지쳐버린 면역세포를 다시 깨우는 대신, 애초에 완전히 지치지 않도록 할 수 없을까라는 데 주목했다. 이에 세포의 성장과 특정 기능을 갖도록 변화하는 과정인 ‘분화’, 면역 기능 등을 조절하는 활성형 비타민 A 대사체 ATRA의 역할을 분석했다.
산소가 부족하고 암세포와 오랫동안 접촉하는 뇌종양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결과, ATRA에 노출된 CD8 T세포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 감마(IFN-γ),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등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암세포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면역 신호물질을 더 잘 만들어내며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도 유지했다.
연구팀은 ATRA가 면역세포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리도 밝혀냈다. ATRA가 CD8 T세포 안에서 세포의 성장과 기능 유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내부 신호체계인 ‘WNT/β-카테닌 신호’를 활성화하고, 면역세포가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TCF-1βBD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ATRA가 면역세포 내부의 ‘기능 유지 스위치’를 켜 암세포와 오래 싸우더라도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듯 기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 생쥐 뇌종양 모델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ATRA로 조절한 CD8 T세포는 종양 안에서 면역세포 기능을 더 잘 유지했고, ATRA 자체를 투여하는 것으로도 종양 안의 CD8 T 세포 수와 기능이 향상되었다. 몸속에 존재하는 종양의 크기와 양을 뜻하는 ‘종양 부담’이 줄면서 생존 기간도 늘어났다.
특히 재발성 뇌종양에서는 항-PD-1만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ATRA와 항-PD-1을 함께 사용하자 종양 억제와 장기 생존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즉, 항-PD-1이 면역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치료라면, ATRA는 면역세포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해 기존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사람의 뇌종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레티노산에 반응해 활성이 달라지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높은 환자군에서 면역세포의 탈진 정도가 낮고 생존 결과도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환자를 대상으로 ATRA의 치료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며, 실제 뇌종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여 방법과 용량,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효과 등을 확인하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흥규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면역세포가 종양 안에서 쉽게 지쳐버려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는 대표적인 암”이라며 “이번 연구는 활성형 비타민 A 신호가 CD8 T세포의 말기 탈진을 막고 항암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분자 원리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밀한 전달 방식과 병용치료 전략을 검증한다면 난치성 뇌종양의 면역치료 반응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강인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흥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신소재공학과 장재범 교수,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이성기 교수,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 등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8월 26일 게재됐다.
※ 논문명: All-trans retinoic acid suppresses CD8+ T-cell terminal exhaustion and potentiates anti-PD-1 therapy in glioblastoma, DOI: 10.1038/s41392-026-02852-9
※ 저자 정보: 강인(KAIST, 제1저자), 김유민, 강병훈, 김현진, 김은우, 김채원, 김현철, 박상희, 박원형, 임서현, 김나은, 장성우, 나정우, 황인주, 김민지, 안스데반(서울성모병원, 공동저자), 이성기(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저자), 장재범(KAIST, 공동저자), 이흥규(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AI-네이티브 첨단바이오 자율실험실 과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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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한국의 ‘뇌 장치’ 원격 조절…뇌 연구도 IoT 시대
미국 시카고에서 한국 대전에 있는 초소형 뇌 이식 장치를 인터넷으로 원격 조절한다. 한국 연구진이 세계 어디서든 약물을 전달하고 빛으로 뇌 신경세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무선 장치를 개발했다. 거리와 장소의 제약을 넘어 뇌 질환의 장기 연구와 미래 치료기기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의과대학 김화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약물 전달, 빛 자극, 무선 통신, 인터넷 원격 제어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무선 뉴럴 임플란트(뇌 이식 장치)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존에는 실험동물의 뇌 신경을 자극하거나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복잡한 선이 연결된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선 장치 역시 연구자가 가까운 곳에서 직접 조작해야 하는 등 거리와 실험 환경의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뇌 이식 장치를 인터넷에 연결했다. 연구자가 실험실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약물을 투여하거나 빛을 쬐어 특정 뇌 신경세포를 조절할 수 있다. 미리 설정한 시간에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치는 각설탕 정도의 작은 크기로 제작돼 동물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연구자가 실험동물 가까이에서 반복적으로 장비를 조작할 필요도 없어, 사람의 존재로 인한 스트레스가 동물의 행동과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장치 내부에는 뇌의 원하는 부위에 약물을 정밀하게 전달하는 미세 유체 시스템과 특정 신경세포를 빛으로 조절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cro LED)가 함께 탑재됐다. 약물과 빛을 각각 따로 조절할 수도 있고, 두 기능을 연계해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약물 저장소는 자석으로 쉽게 떼었다 붙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약물이 떨어져도 장치를 다시 이식하는 수술 없이 저장소를 교체하거나 약물을 보충할 수 있어 장기간 반복 실험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실제 쥐에 장치를 이식해 4주 동안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미국 시카고에 있는 연구자가 인터넷을 통해 한국 대전에 있는 뇌 장치를 실시간으로 원격 조작하는 데 성공, 국가 간 거리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무선으로 쥐의 뇌에 코카인을 투여하고 동시에 특정 신경세포에 빛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독과 관련된 행동 반응을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해 약물 전달과 빛 자극을 결합한 뇌 회로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기술은 연구자가 실험동물 옆에서 직접 장비를 조작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동물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환경에서 장기간 뇌 회로와 행동의 관계를 연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독이나 우울증, 퇴행성 뇌 질환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뇌와 행동이 변화하는 질환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뇌의 상태를 감지하는 센서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결합해, 필요한 시점에 약물이나 신경 자극을 제공하는 지능형 이식형 의료기기 연구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KAIST 정재웅 교수는 “이번 기술은 빛과 약물을 이용한 무선 뇌 이식 장치를 단순한 근거리 조작 도구에서 장기간·반복적·원격 실험이 가능한 사물인터넷(IoT) 뇌공학 플랫폼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뇌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지능형 이식형 의료기기 개발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화영 교수는 “동물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환경에서 특정 뇌 회로를 장기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중독, 우울증, 퇴행성 뇌 질환 등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뇌 회로와 행동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연구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은영 박사과정과 연세대 의대 박종우 박사과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7월 29일 자에 게재됐다.
※ 논문명: IoT-enabled wireless neural implant for chronic, programmable neuropharmacology and optogenetics, DOI: 10.1126/sciadv.aee8648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실지원사업,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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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대신 ‘칩’이 먼저 항암제 맞아본다…뇌종양 맞춤치료 가능성 열어
같은 뇌종양에 같은 항암제를 써도 환자마다 효과는 다를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 환자의 종양 환경을 재현한 ‘칩’에서 먼저 약효를 확인해보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종양세포와 뇌혈관 환경을 칩에 구현해 환자별 치료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환자 맞춤형 뇌종양 치료와 신약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안송이 교수팀이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안중호 교수팀, 분당차병원(원장 윤상욱) 임재준 교수, 차의과학대학교(총장 차원태) 강윤정 교수팀과 함께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혈액-뇌종양 장벽(Blood-Brain Tumor Barrier, BBTB) 칩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치명적인 악성 뇌종양 중 하나다. 암세포가 정상 뇌조직으로 빠르게 퍼지는 데다 종양의 특성도 환자마다 달라 치료가 어렵다.
특히 뇌에는 혈액 속 해로운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혈액-뇌 장벽’이 있다. 하지만 이 장벽은 치료에 필요한 항암제가 뇌종양까지 충분히 도달하는 것도 방해한다. 교모세포종이 생기면 종양 주변의 혈관장벽 역시 변하는데, 그 정도와 특성이 환자마다 다르다.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환자마다 효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기존에는 교모세포종 환자의 치료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종양의 유전자나 바이오마커를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환자마다 다른 종양 주변 혈관 환경과 실제 약물 반응까지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의 종양뿐 아니라 항암제가 종양까지 도달하는 ‘길’인 혈관장벽까지 함께 칩 위에 구현했다.
환자에게서 얻은 교모세포종 세포와 뇌혈관 내피세포, 별아교세포를 작은 미세유체 칩 안에서 함께 배양해 실제 종양과 정상 뇌조직이 맞닿는 경계 부위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다. 혈관 주변 세포와 면역세포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해 실제 사람의 뇌종양 주변 혈관 환경을 보다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서로 다른 교모세포종 환자 3명의 종양세포로 각각의 환자를 모사한 혈액-뇌종양 장벽 칩을 제작했다. 이어 교모세포종 치료에 사용되는 테모졸로마이드(TMZ)와 베바시주맙(BEV)을 적용해 환자별 치료 반응을 비교했다. 테모졸로마이드는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항암제인 반면, 베바시주맙은 암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다.
그 결과, 기존 유전자 검사에서는 비슷한 치료 반응이 예상됐던 환자들도 칩에서 나타난 혈관장벽의 특성과 치료제 반응은 서로 달랐다. 특히 칩에서 확인한 환자별 치료 반응은 실제 환자의 치료 경과와도 높은 수준으로 일치했다. 이는 유전자 정보가 비슷하더라도 환자의 종양 주변 혈관장벽 상태에 따라 치료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를 환자 맞춤형 칩을 통해 확인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세포가 이 약에 반응하는가’를 넘어 ‘이 환자의 종양 환경에서 이 치료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함께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예측 성능과 재현성이 검증된다면, 환자의 종양세포로 만든 칩에 여러 치료제를 먼저 적용해보고 효과가 높은 치료 전략을 선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가 여러 치료법을 직접 경험한 뒤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환자 대신 칩에서 치료 반응을 먼저 살펴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맞춤형 치료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약 개발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뇌종양 치료제는 암세포에 대한 효과뿐 아니라 뇌종양 주변의 혈관장벽 환경에서 제대로 작용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플랫폼을 활용하면 실제 환자의 종양과 혈관장벽을 모사한 환경에서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평가하고, 어떤 환자에게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지 탐색하는 전임상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안송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유래 종양세포와 혈액-뇌종양 장벽을 함께 재현함으로써 환자마다 다른 치료 반응을 실제와 가깝게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보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증해 교모세포종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신약 개발을 위한 전임상 평가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기계공학과 류민수 박사과정과 성균관대학교 이가은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Small’에 2026년 6월 27일 게재됐으며, 연구의 우수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해당 학술지의 Front Cover로 선정됐다.
※ 논문명: Human Blood-Brain Tumor Barrier on a Chip to Investigate Personalized Treatment for Glioblastoma Patients, DOI: 10.1002/smll.202506712
한편, 이번 연구는 보스턴코리아혁신연구지원(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RS-2024 -00468873)과 신진연구지원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RS-2026-25487930)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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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숨은 열쇠’ 찾았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작동시키는‘면역 브레이크’를 해제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돕는 항암제)가 왜 일부 뇌종양에서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풀 실마리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암을 공격하는 주역이 T 세포뿐 아니라 종양과 연결된 림프절의 B 세포와 항체라는 사실을 밝혀내며,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면역관문억제제의 일종인 항-CTLA-4(Anti-CTLA-4)가 종양과 연결된 종양 배수 림프절(Tumor-draining lymph node, 암세포에서 나온 항원이 가장 먼저 모여 면역반응이 시작되는 림프절)의 B 세포(B cell, 항체를 만들어 면역반응을 돕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뇌종양을 공격하는 새로운 면역 원리를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은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잦고 예후가 매우 나쁜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이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회복시켜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다양한 암에서 뛰어난 치료 성과를 보여왔지만, 교모세포종에서는 암 주변의 강한 면역억제 환경 때문에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T 세포(T cell,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면역관문억제제의 핵심 표적으로 여겨왔다. 반면 B 세포는 백신 접종 후 항체를 생성하는 세포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뇌종양 면역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항-CTLA-4가 T 세포뿐 아니라 B 세포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었다. 마우스 교모세포종 모델에서 항-CTLA-4를 투여하자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B 세포가 없는 마우스에서는 같은 치료를 해도 이러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B 세포가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효과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B 세포가 활약하는 장소도 새롭게 밝혀냈다. B 세포 반응은 암세포가 있는 뇌가 아니라, 뇌와 연결된 목 깊은 곳의 림프절인 ‘깊은 경부 림프절(Deep Cervical Lymph Node)'에서 활발하게 증가했다. 특히 이 림프절에서는 항체 반응 형성에 중요한 배중심 B 세포와 여포 보조 T 세포 반응이 함께 증가했으며, 이는 이후 면역글로불린 G(Immunoglobulin G, IgG,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해 제거를 돕는 대표적인 항체) 반응 증가와 연결됐다.
생성된 IgG 항체는 뇌종양 세포 표면에 결합해, 대식세포(Macrophage, 우리 몸에서 이물질과 암세포를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도 생체 내에서 직접 확인했다. 붉은색 형광단백질(mCherry)과 녹색 형광단백질(EGFP)을 이용한 특수 뇌종양 모델을 활용해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후 대식세포가 뇌종양 세포를 실제로 활발하게 제거하는 모습을 생체 내에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감염이나 백신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B 세포 면역반응이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의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기능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면역치료가 종양 내부뿐 아니라 종양 배수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면역반응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기존의 T 세포 중심 면역치료 개념을 B 세포와 항체 면역까지 확장했다.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항-CTLA-4 면역치료의 작동 원리를 T 세포 중심으로 이해하던 기존 개념을 넘어, 종양 배수 림프절에서 시작되는 B 세포와 항체 면역반응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축임을 규명한 연구”라며 "향후 뇌종양을 인식하는 항체의 표적을 규명하고 림프절 기반 B 세포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난치성 교모세포종을 비롯한 다양한 암의 차세대 면역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유민 박사후 연구원이 제 1저자로 참여했으며, 이흥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KAIST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가 연구 참여를 하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인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에 7월 10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The efficacy of immunotherapy in glioma requires distal B cell responses in tumor-draining lymph nodes. DOI: 10.1126/sciimmunol.adz2494
※ 저자 정보: 김유민, 강인, 강병훈, 박원형, 김채원, 김현진, 나정우, 권명승, 박상희, 임서현, 김현철, 구근본, 김민지, 오지은 (KAIST, 공동저자) 및 이흥규 (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AI-네이티브첨단바이오자율실험실과제,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및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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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뇌혈관질환 위험 신호 미리 찾는 AI 기술 개발
뇌혈관질환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 고령자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분석해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건설및환경공학과 임리사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전자전기공학부 정조운 교수,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안암병원 신경과 조경희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실제 고령자의 주거환경에서 장기간 수집된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활용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를 식별하고, 진단이 임박한 위험 상태까지 평가하는 AI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리본케어가 실제 주거환경에서 수집한 고령자 1,224명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14일 단위로 구성한 총 13,362개의 생활 데이터 표본을 분석해 질환이 발생한 뒤 병원에서 치료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일상생활 속 미세한 변화만으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고령자의 일상 활동과 수면, 일주기 리듬, 실내환경 정보에 연령과 만성질환 정보를 함께 분석해 뇌혈관질환 위험단계를 식별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병원 검사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생활 패턴의 변화가 뇌혈관질환의 초기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활 패턴 변화를 분석해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진 상태까지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 진단 전 4주 이내의 생활 데이터를 '진단 임박 구간', 진단 12주 이전의 데이터를 '비임박 구간'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AI는 두 구간을 96.53%의 높은 정확도로 구분했다. 이는 병원을 찾기 전에도 일상생활 속 작은 변화만으로 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졌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특징은 AI가 단순히 위험 여부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근거가 된 생활 패턴과 환경 요인을 함께 제시하는 설명가능 AI(Explainable AI)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단계에 있는 고령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도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등 수면을 준비해야 할 시간대의 생활 리듬이 불규칙한 경향을 보였다. 즉, 잠드는 시간이 늦고 낮과 밤의 활동 차이가 뚜렷하지 않은 생활 패턴이 뇌혈관질환 진단 전 위험 신호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뇌혈관질환 진단이 가까워질수록 저녁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밤 10시 사이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고,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실내 습도가 낮아 건조한 환경 역시 진단이 임박한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고령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의료진과 돌봄 인력에게 신뢰할 수 있는 조기 경고 지표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뇌혈관질환의 발생 시점을 예측하거나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조기 진료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 기술이며,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리사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AI가 병원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나타나는 작은 생활 변화 속에서 위험 신호를 먼저 발견하고 적절한 시점에 병원 진료로 연결할 가능성을 제시한 데 있다"며 "질환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의료체계에서 예방과 조기 개입을 지원하는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백정엽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엔피제이 디지털 메디슨, 네이처 포트폴리오 발행, IF 15.1, JCR 상위 0.3%)에 6월 2일 게재됐다.
※논문명: AI home monitoring for behavioral markers of cerebrovascular disease
DOI: https://doi.org/10.1038/s41746-026-02836-7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씨앗연구)(과제번호: RS-2025-16068234)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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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원인 물질이 치료 ‘스위치’를 켠다
치매를 악화시키는 물질이 치료를 시작하는 ‘스위치’가 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H₂O₂,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종)를 이용해 병든 뇌에서만 약물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차세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이철호·김경심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직무대행 황금숙) 이영호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든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Prodrug)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전구약물은 처음에는 약효가 없지만 몸속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형 치료제로 바뀌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를 만나야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돼 병든 뇌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치료제'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산화수소가 정상보다 많이 생성된다. 지금까지는 이를 제거해야 할 유해물질로만 여겨졌지만, 연구팀은 오히려 이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구약물(BE-1, BE-2)은 건강한 뇌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는 뇌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나면 활성형 치료 물질(AP-1, AP-2)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 포함 활성산소종들을 줄이는 동시에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이 서로 뭉쳐 독성이 강한 응집체(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도 막아준다.
연구팀은 첨단 분석기술을 이용해 활성화된 약물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큰 덩어리로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효과는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도 확인됐다. 약물은 혈액-뇌 장벽(BBB, 혈액 속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지를 조절하는 보호막)을 통과해 실제 뇌 안에서 치료 물질로 바뀌었다. 장기간 약물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산화 스트레스가 감소했고,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도 줄어들었다. 또한 새로운 물체를 기억하거나 길을 찾는 행동 실험에서도 인지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특정 단백질 하나만 표적으로 하는 기존 치매 치료제와 달리, 병든 뇌의 환경 자체를 이용해 약이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매 치료 전략을 제시했으며, 앞으로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임미희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과산화수소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병든 조직에서만 약이 활성화되는 이번 기술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복합 질환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이지민·홍은서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Small(IF 12.1, 화학 분야 상위 10%)에 2026년 5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 Prodrug Approach for Activity-Based Chemical Modulation toward Multiple Pathological Targets in Alzheimer's Disease, DOI: 10.1002/smll.7401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세종과학펠로우십,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KRIBB 및 KBSI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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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로 로봇 움직이고 느끼는”세계 최초 Brain-to-Robot 기술 개발 나서
우리 대학 연구진이 사람의 뇌 신호로 외골격 로봇을 실시간 제어하고, 로봇이 감지한 촉각·힘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차세대 뇌-로봇 인터페이스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
우리 대학은 기계공학과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이 ㈜엔젤로보틱스와 함께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플래그십 과제로 세계 최초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과제는 2026년 04월부터 2032년 12월까지다.
공경철 교수는 보행 보조 외골격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를 창업하고 국제 사이배슬론(Cybathlon·장애인 보조기술 국제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이끈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다. 김정 교수는 로봇 피부 기술 연구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세계적 연구자로, 두 연구팀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뇌신경 인터페이스와 외골격 로봇을 결합한 Brain-to-Robot 플랫폼 연구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뇌 신호로 커서를 움직이거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은 이미 인체 임상 단계에 진입해 있다. 미국 뉴럴링크(Neuralink), 싱크론(Synchron) 등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실제 움직임과 감각을 동시에 연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대상 목표, 즉 뇌 신호가 실제로 무엇을 제어하고 어떤 감각을 되돌려 받는지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채 신호 해독 기술 자체의 발전에 집중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접근인 Brain-to-Robot은 외골격 로봇을 직접 제어 대상으로 삼아 사용자의 행동 의도를 뇌 신호로 읽어 로봇을 움직이고, 동시에 로봇이 감지한 지면 반력(바닥이 발을 밀어내는 힘)·관절 토크(관절 회전력)·촉각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완전한 양방향 인터페이스 구현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외골격 로봇 제어와 감각 피드백(되돌려 전달되는 감각 정보)을 모두 포함한 완전한 양방향 Brain-to-Robot 시스템은 아직 세계적으로 구현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뇌 인터페이스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시스템에서 우리 대학 연구팀은 핵심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은 웨어러블 로봇 제어와 AI 기반 동작 의도 해석 기술을 개발하며, 로봇이 감지한 감각 정보를 Brain Chip(뇌 신호 처리 반도체)으로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체성감각 인터페이스(신체 감각 전달 시스템) 설계를 수행한다. 김정 교수 연구팀은 장애인을 대신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로봇 피부와 AI 기반 체성감각 해석 기술 개발을 맡는다.
또한 연구팀은 뇌 신호를 로봇 제어 명령으로 변환하고, 로봇이 감지한 감각 정보를 다시 뇌에 전달하는 AI 기반 인코딩·디코딩(신호 변환·해석) 알고리즘 개발도 추진한다. 수백 개 채널에 달하는 피질 신호(대뇌피질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극도로 짧은 지연시간의 폐루프(closed-loop·신호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순환 제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 과제다.
본 플래그십 과제의 사업화는 공경철 교수가 창업한 엔젤로보틱스(KOSDAQ:455900)가 맡는다. 연구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부터 실제 보급까지 전주기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공경철 교수는 “이번 기술이 성공하면 사지마비 장애인이 병원을 넘어 실제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걷고 물건을 집으며 손끝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재활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국내외를 통틀어 시도된 적 없는 세계 최고난도 수준의 융합기술인 만큼, 장기 안전성 확보와 임상 검증, 인허가 체계 마련이 기술 개발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서 안전성·유효성 검증, 임상 근거 축적, 위험관리 체계 구축, 뇌신호 데이터 보호 및 사이버보안, 윤리적 수용성 검토도 유기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한편 우리 대학에는 뇌 인터페이스 분야의 다양한 원천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계공학과 박형순 교수 연구팀은 뇌신경계 질환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 뇌신경계 의도인식 인터페이스(사용자의 움직임 의도를 뇌신호로 파악하는 기술) 기반 웨어러블 재활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전산학부 조성호 교수 연구팀은 AI 기반 뇌신호 해석 기술을 개발 중이다.
뇌인지과학과 이지훈 교수 연구팀은 초저전력 바이오·뉴럴 인터페이스 회로(생체·신경신호를 저전력으로 연결·처리하는 반도체 회로), 무선 신경 신호 계측(전선 없이 신경신호를 측정하는 기술), 온디바이스 AI 기반 폐루프(closed-loop·신호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순환 제어 구조) 신경조절 기술을 중심으로 차세대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전기및전자공학부 이현주 교수 연구팀은 초소형 멀티모달 신경 전극(여러 종류의 신경신호를 동시에 측정·자극할 수 있는 초소형 전극) 기반의 고해상도 신경신호 측정 기술과 정밀 뇌자극 연구를, AI시스템학과 제민규 교수 연구팀은 차세대 신경인터페이스를 위한 AI 기반 반도체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 및 시스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팀은 고정밀 뇌신호 계측(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과 신경자극 기반 뉴로엔지니어링(neuroengineering·신경공학)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번 Brain-to-Robot 플래그십 과제는 공경철·김정 교수 연구팀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는 세계 최고난도 융합연구”라며 “KAIST에는 뇌 인터페이스, AI, 반도체, 로봇 분야의 다양한 연구진이 관련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Brain-to-Robot 기술 혁신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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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과거 기억에 머무를까?”...KAIST, 기억 전환 스위치 규명
“치매나 인지저하 환자들은 왜 과거 기억에 머무를까?”
우리 대학 연구진이 우리 뇌 속에서 최신 기억을 선택적으로 불러오는 ‘신경 스위치’의 존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가 과거 기억과 새로운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원리를 밝혀낸 것으로, 향후 기억력 감퇴와 인지 유연성 저하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한진희 교수 연구팀이 내측중격(Medial Septum, MS·기억과 학습을 조절하는 뇌 영역)과 내측내후각피질(Medial Entorhinal Cortex, MEC·해마*와 연결돼 기억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을 잇는 특정 신경 회로가 과거 기억과 최신 기억 사이를 전환하며, 상황에 맞는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7일 밝혔다.
*해마(hippocampus):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는 핵심 뇌 부위
우리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억을 업데이트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어제보다 오늘 방문한 식당이 더 만족스러웠다면, 뇌는 기존 기억을 수정해 새로운 정보를 반영한다. 이처럼 과거와 현재의 기억 사이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능력은 의사결정, 문제 해결, 미래 예측, 논리적 추론과 같은 고차원 인지 기능의 핵심이다. 그러나 뇌가 어떤 원리로 기억을 구분하고 전환하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내측중격에 주목했다. 내측중격은 해마의 활동 리듬을 조절하며,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도록 돕는 ‘조율자’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연구 결과, 내측중격의 특정 신경세포가 기억 정보를 처리해 해마로 전달하는 뇌 영역인 내측내후각피질로 신호를 보낼 때 뇌는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연구팀이 빛을 이용해 이 신경 회로를 인위적으로 차단하자 실험동물은 최신 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과거 방식대로 행동했다. 기억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의 신경 활동 역시 과거 상태로 되돌아갔다. 이는 해당 회로가 여러 기억 가운데 현재 상황에 필요한 최신 정보를 선택하는 ‘신경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뇌의 활성 상태에 따른 기억 수행 능력도 함께 분석했다. 우리 뇌는 활발히 정보를 처리하는 ‘온라인 상태(세타파·학습과 집중 시 활성화되는 뇌파)’와 휴식 상태인 ‘오프라인 상태(델타파·수면이나 휴식 시 나타나는 느린 뇌파)’를 반복적으로 오간다.
분석 결과, 온라인 상태가 길게 유지될수록 최신 기억을 더 잘 떠올렸으며, 반대로 온라인·오프라인 상태 전환이 잦을수록 기억 인출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특정 리듬과 상태가 효과적인 기억 인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신경학적 지표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뇌가 과거 기억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유연하게 반영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향후 치매·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의 기억력 감퇴와 인지 유연성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진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 뇌가 수많은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고 활용하는 원리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기존에는 기억 인출을 단순히 저장된 흔적을 재생하는 과정으로 이해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뇌가 경쟁하는 기억들 사이에서 최신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조절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무준 박사, 서보인 박사과정, 소선회 박사과정, 최정욱 박사과정, 황재민 박사과정, 박주희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했으며, 신경과학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4월 29일자 게재했다.
※ 논문명: A septo-entorhinal GABAergic pathway that enables switching between episodic memories https://doi.org/10.1038/s41593-026-02280-6
※ 저자 정보: Mujun Kim(KAIST, 제1저자), Boin Suh(KAIST), Sunhoi So(KAIST), Jung Wook Choi(KAIST), Jaemin Hwang(KAIST), Juhee Park(KAIST) & Jin-Hee Han(KAIST, 교신저자)
이 연구는 중견연구과제(한국연구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과 KAIST 장영실 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202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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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뇌과학 석학 올라프 블랑케 교수 초청 강연 개최
우리 대학은 명상과학연구소와 뇌인지과학과가 5월 6일(수)부터 7일(목)까지 이틀간 KAIST 본원 메타융합관 컨퍼런스룸에서 자기의식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올라프 블랑케(Olaf Blanke)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EPFL)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한다고 1일 밝혔다.
올라프 블랑케 교수는 EPFL 인지신경과학연구실(LNCO) 소장이자 베르타렐리 재단 인지신경보철학* 석좌교수로,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인지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자기의식 신경과학’ 분야의 선구자다.
※ 인지신경보철학: 뇌와 기계를 연결해 손상된 감각이나 인지 기능을 보완·회복하는 기술
그는 환각이나 자신의 몸이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감각 이상 현상을 뇌과학적으로 연구해왔으며, 인지신경보철학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로봇 기술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해 파킨슨병이나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혁신적 방법을 제시해왔다. 현재 제네바 대학병원 신경과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실험실의 기초 연구 성과를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하는 임상 연구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전문 연구자를 위한 학술세미나와 일반인을 위한 대중강연, 두 세션으로 진행된다.
첫째 날인 5월 6일(수) 오후 1시에는 ‘테크노델릭스: 로보틱스·가상현실·신경기술의 결합을 통한 파킨슨병 환자의 환각 및 치매 유발과 측정’을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테크노델릭스(Technodelics)’는 기술(Technology)과 환각(Psychedelics)의 합성어로, 첨단 기술을 통해 특정 감각을 인위적으로 재현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는 연구를 의미한다.
블랑케 교수는 로봇 장치와 가상현실(VR)을 활용해 뇌에 특정 자극을 주면, 건강한 사람도 일시적으로 타인의 존재를 느끼는 환각을 경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파킨슨병 환자의 환각 증상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의 핵심 근거가 되고 있다. 이 세션은 관련 분야 전공자를 대상으로 영어로 진행된다.
※ 디지털 치료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의료기술
둘째 날인 5월 7일(목) 오후 2시 30분에는 ‘자기의식의 뇌과학에서 명상 수행으로’를 주제로 대중강연이 열린다. 명상을 깊이 수행할 경우 자아 감각이 변화하거나, 내수용감각(호흡이나 심장박동과 같은 몸 내부의 감각)을 평소와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블랑케 교수는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이유를, 뇌가 몸 안팎의 다양한 감각 정보를 통합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또한 명상 수행이 뇌의 자기의식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과정에 대한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이는 주관적 경험으로 여겨지던 명상을 객관적인 신경과학 연구 영역으로 확장하고, 현대인의 스트레스 관리와 심리 치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강연은 한국어 동시통역이 제공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
김완두 명상과학연구소장은 “올라프 블랑케 교수가 뇌과학자의 시선에서 명상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는 이번 강연은, 명상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 과학적이고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은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링크(https://forms.gle/2mU3ErKSw7TuqQj49) 또는 포스터의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다.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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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발률 높은 젊은 층 뇌암의 ‘진짜 시작점’ 찾았다
특정 유전자(IDH)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은 50세 이하 젊은 성인에게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으로, 재발률이 높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뇌암이다. 그동안 치료는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집중돼 왔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이 종양이 덩어리가 보이기 훨씬 이전부터 정상 뇌 속 세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며,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와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공동연구팀이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정상 뇌조직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lial Progenitor Cell, GPC)에서 기원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 교세포전구세포(GPC): 정상 뇌에도 존재하는 세포로,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악성 뇌종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세포
연구팀은 광범위 절제 수술을 통해 확보한 종양 조직과 종양 주변의 정상 대뇌피질을 정밀 분석한 결과, 겉보기에는 정상인 뇌조직 안에 이미 IDH-돌연변이를 가진 ‘기원세포(cell of origin)’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악성 뇌종양이 특정 시점에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정상 뇌 속에서 이미 시작돼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과다.
이어 연구팀은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작동하는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최신 분석 기술인 ‘공간 전사체 기술(spatial transcriptomics)’을 활용해, 이러한 변이를 가진 기원세포가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PC)임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환자에게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유전적 변이(driver mutation)를 마우스의 교세포전구세포에 도입해 실제 뇌종양이 발생하는 과정을 동물모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뇌종양의 ‘기원’을 규명한 기존 연구를 한 단계 확장한 성과다. 공동연구팀은 앞서 2018년,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이 종양 본체가 아닌, 성인 뇌에서도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뇌 속의 원천 세포인 뇌실하영역(subventricular zone)의 신경줄기세포(neural stem cell)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 (Lee et al., Nature, 2018), 뇌종양 연구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교모세포종’과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같은 뇌암이라 하더라도, 출발 세포와 시작 위치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뇌종양은 종류마다 발생 과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석구 교수(공동 교신저자)는 “뇌종양은 종양 덩어리가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며, “뇌종양의 아형에 따라 기원세포와 기원 부위를 직접 공략하는 접근은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KAIST 교원창업기업 소바젠㈜(대표이사 박철원)은 IDH-돌연변이 악성 뇌종양의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RNA 기반 혁신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세브란스병원(병원장 이강영)은 연구중심병원 한미혁신성과창출 R&D 사업을 통해 난치성 뇌종양의 초기 변이 세포 탐지 및 제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단독 제1저자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박정원 박사(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후 연구원)는 “KAIST의 세계적 기초과학 연구 역량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역량이 결합해 이룬 성과”라며, “환자를 진료하며 품어왔던 ‘이 종양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1월 9일 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IDH-mutant gliomas arise from glial progenitor cells harboring the initial driver mutation, DOI: 10.1126/science.adt0559
※ 저자 정보: 박정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제1 저자), 강석구(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신저자), 이정호(KAIST 의과학대학원, 소바젠,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 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사과학자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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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처럼 배우는 AI’ 가능성 열렸다...인간 전두엽의 학습 비밀 규명
사람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닥쳐도 금세 계획을 새로 세우고 목표를 조정하는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 기사와 대국을 펼친 알파고를 비롯해 로봇 분야에 널리 사용되는 모델 프리 AI는 이러한 두 능력을 함께 구현하지 못한다. 우리 대 연구팀은 그 이유가 전두엽의 독특한 정보 처리 방식에 있으며, 이 원리가 ‘뇌처럼 유연하고 안정적인 AI’를 만들 핵심 열쇠가 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이상완 교수 연구팀이 IBM AI 연구소와 함께 인간의 뇌가 목표 변화와 불확실한 상황을 처리하는 방식을 규명하고, 차세대 AI 강화학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강화학습 모델들이 목표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환경이 불확실하면 유연성이 부족해지는 한계가 있지만 인간은 두 요소를 동시에 달성한다는 점을 집중했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전두엽이 정보를 표현하는 방식 자체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뇌 기능 MRI(fMRI) 실험, 강화학습 모델, AI 분석 기법을 활용한 결과, 인간 전두엽은 ‘목표 정보’와 ‘불확실성 정보’를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분리해 저장하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런 구조가 뚜렷할수록 사람은 목표가 바뀌면 빠르게 전략을 바꾸고, 환경이 불확실해도 안정적인 판단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신 기술의 멀티플렉싱(multiplexing)처럼 서로 다른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는 특징을 갖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렇게 인간의 전두엽은 목표가 바뀔 때마다 그 변화를 민감하게 추적해 의사결정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채널’이 있고, 동시에 또 다른 채널을 통해 환경의 불확실성을 분리해 안정적인 판단을 유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전두엽이 첫 번째 채널을 통해 단순히 학습을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서, 두 번째 채널을 활용하여 상황에 따라 어떤 학습 전략을 쓸지 스스로 고르는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두엽이 단순히 학습을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 상황에 따라 어떤 학습 전략을 사용할지 스스로 선택하는 ‘메타학습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즉, 전두엽은 무엇을 배울지뿐 아니라 어떻게 배울지도 학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인간이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이 연구는 개인의 강화학습·메타학습 능력 분석, 맞춤형 교육 설계, 인지 능력 진단,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으며, 뇌 기반 표현 구조를 활용하면 ‘뇌처럼 생각하는 AI’기술로서 AI가 인간의 의도와 가치를 더 잘 이해해 위험한 판단을 줄이고 사람과 더 안전하게 협력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이상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변화하는 목표를 유연하게 따라가면서도 안정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뇌의 작동 원리를 AI 관점에서 규명한 성과이며, 이러한 원리가 앞으로 AI가 사람처럼 변화에 적응하고 더 안전하고 똑똑하게 학습하는 차세대 AI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성윤도 박사과정 학생이 1 저자, IBM AI 연구소 마티아 리고티(Mattia Rigotti) 박사가 2저자로 참여했으며, 이상완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11월 26일 자 게재됐다.
(논문명: Factorized embedding of goal and uncertainty in the lateral prefrontal cortex guides stably flexible learning) DOI: 10.1038/s41467-025-66677-w)
특히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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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최소형 완전 무선 뇌 임플란트 구현하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가 존재하며, 이들이 주고받는 화학·전기 신호는 대부분의 정신 기능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신호를 정밀하게 읽어내기 위한 뉴럴 임플란트 기술은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와 치료에 필수적이다. 우리 대학과 국제 연구진이 뉴럴 임플란트는 단순한 소형화·경량화를 넘어, 기존에 가능하리라 예상만 되었던 완전 무선 초소형 임플란트를 실제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겸직교수이자 난양공대(NTU) 전자과 소속인 이선우 교수 연구팀이 미국 코넬대 알로이샤 모나(Alyosha Molnar) 교수팀과 공동으로, 소금 결정보다도 작은 100 마이크로미터(µm) 이하 초소형 무선 뉴럴 임플란트 ‘MOTE(Micro-Scale Opto-Electronic Tetherless Electrode)’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임플란트를 실험용 생쥐의 뇌에 이식해 1년간 안정적으로 뇌파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뇌 속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전기 신호들이 끊임없이 오가며 우리의 기억, 판단, 감정 등 다양한 정신 활동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신호를 인체 외부에서 연결선 없이 직접 측정하는 기술은 뇌 연구와 치매나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질환 치료의 핵심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기존 임플란트는 두꺼운 유선 구조로 인해 뇌 속에서 움직이며 염증을 유발하고 시간이 지나면 신호 품질이 저하되며 크기와 발열 문제로 장기 사용에 제약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반도체 공정(CMOS)을 기반으로 초소형 회로를 제작하고, 자체 개발한 초미세 마이크로 LED(µLED)를 결합해 장치를 극도로 소형화했다. 또한 생체 환경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도록 특수 표면 코팅을 적용해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 결과 개발된 MOTE는 두께 100 µm 이하, 부피 1 나노리터 이하로 머리카락보다 얇고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크기로, 현재까지 보고된 무선 뉴럴 임플란트 중 세계적으로 가장 작은 수준이다.
MOTE의 또 다른 특징은 배터리가 필요 없는 완전 무선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이 장치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받아 전력을 생성하고 뇌파를 감지한 뒤 그 정보를 펄스 위치 변조(PPM) 방식으로 빛 신호에 실어 다시 외부로 전송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발열 위험을 최소화하며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어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초소형 MOTE를 생쥐 뇌에 이식해 1년간 장기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장기간 정상적으로 뇌파를 측정했고 임플란트 주변에서 염증 반응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장치 성능 저하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초소형 무선 임플란트가 생체 내부에서 장기적으로 정상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최초로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선우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뉴럴 임플란트는 단순한 소형화·경량화를 넘어, 기존에 가능하리라 예상만 되었던 완전 무선 초소형 임플란트를 실제로 구현한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이를 통해 무선 뉴럴 임플란트 개발과 사용의 과정에서 제기돼 온 알려진 문제(known unknowns) 뿐 아니라, 실제 개발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미지의 문제(unknown unknowns)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은 앞으로 뇌과학 연구뿐 아니라 신경계 질환 모니터링, 장기 기록 기반의 치료 기술 개발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Nature Electronics) 11월 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논문명: A subnanolitre tetherless optoelectronic microsystem for chronic neural recording in awake mice, DOI: https://doi.org/10.1038/s41928-025-01484-1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싱가폴 난양 공대, 싱가폴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싱가폴 교육부 그리고 the ASPIRE League Partnership Seed Fund 2024 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특수 공정들은 미국의 National Nanotechnology Coordinated Infrastructure (NNCI)의 일원인 Cornell NanoScale Facility와 난양공대의 Nanyang NanoFabrication Centre에서 이루어졌다.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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