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갱이 촉매를 종이처럼 펼쳤더니...수소에너지 판 바꾸다
촉매는 수소를 만들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을 좌우하는 수소 에너지의 ‘보이지 않는 엔진’이다. 기존 촉매는 만들기 쉬운 알갱이 형태였지만 귀금속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수명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알갱이 대신 종이처럼 얇은 시트 구조를 도입해, 촉매 재료가 아닌 ‘형태의 혁신’으로 귀금속 사용량을 줄이면서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조은애 교수 연구팀이 값비싼 귀금속 촉매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 수준인 초박막 나노시트 구조를 적용해, 기존 촉매의 효율과 내구성 한계를 함께 극복한 데 있다.
수전해 장치와 연료전지는 수소 에너지의 생산과 활용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이지만, 촉매로 사용되는 이리듐(Ir)과 백금(Pt)이 희귀하고 고가라는 점이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기존 촉매는 작은 입자 형태여서 실제 반응에 활용되는 면적이 제한적이고, 장시간 사용 시 성능 저하가 불가피했다.
연구팀은 알갱이처럼 뭉쳐 있던 촉매를 종이처럼 얇고 넓게 펼쳐, 수전해 촉매로는 지름 1~3마이크로미터, 두께 2나노미터 이하의 초박막 이리듐 나노시트를 개발해, 같은 양의 이리듐으로도 반응에 참여하는 면적을 크게 늘린 것이다. 덕분에 적은 금속으로도 더 많은 수소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존에는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촉매 지지체로 활용이 어려웠던 산화티타늄(TiO₂) 위에 초박막 나노시트들이 서로 이어져 연결된 ‘전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산화티타늄도 안정적인 촉매 받침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해당 촉매는 상용 촉매 대비 수소 생산 속도가 38% 향상됐으며,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 가까운 고부하 조건(1 A/cm²*)에서도 1,0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특히 이리듐 사용량을 기존보다 약 65% 줄인 조건에서도 상용 촉매와 동일한 성능을 보여, 귀금속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음을 입증했다.
* 1 A/cm²: 1제곱센티미터당 1암페어의 전기가 흐르는 상태로, 실제 수소 생산 장치를 강하게 가동한 조건을 의미
연구팀은 이 초박막 나노시트 설계 전략을 연료전지 촉매에도 적용해, 머리카락 두께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한 백금-구리 촉매를 만들어 반응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촉매는 연료전지 평가에서 백금 질량당 성능이 상용 촉매 대비 약 13배 향상됐으며, 실제 연료전지 셀에서도 약 2.3배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또한 5만 회의 가속 내구성 시험 이후에도 초기 성능의 약 65%를 유지해 기존 촉매보다 뛰어난 내구성을 입증했다. 더 나아가 백금 사용량을 약 60% 줄이고도 동일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조은애 교수는 “값비싼 귀금속을 훨씬 적게 사용하면서도 수소 생산과 연료전지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구조를 제시했다”며, “이번 연구는 수소 에너지의 비용을 낮추고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초박막 나노시트 구조를 공통 핵심 기술로, 하나는 수소 생산용 촉매에, 다른 하나는 연료전지용 촉매에 적용한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리듐 나노시트 연구는 신동원 박사과정이 제1저자로 참여해 재료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ACS Nano(IF 16.0) 2025년 12월 1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Ultrathin Iridium Nanosheets on Titanium Oxide for High-Efficiency and Durable Proton Exchange Membrane Water Electrolysis, DOI: 10.1021/acsnano.5c15659)
백금-구리 나노시트 연구는 이상재 박사와 양현우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Nano Letters(IF 9.6) 2025년 12월 1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Ultrathin PtCu Nanosheets: A New Frontier in Highly Efficient and Durable Catalysts for the Oxygen Reduction Reaction, DOI: 10.1021/acs.nanolett.5c04848)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인력양성사업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 합성
생명화학공학과 이진우 교수팀이 서로 다른 크기의 기공을 동시에 갖는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연구팀의 합성기술은 다공성 2차원 탄소 소재의 기공 크기와 구조 및 두께 등의 물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원천 기술로 2차전지, 촉매 분야에서 고용량 전극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섭 박사, 주미은 석사가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 2월 13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Polymer Interfacial Self-Assembly Guided Two-Dimensional Engineering of Hierarchically Porous Carbon Nanosheets)
기존의 다공성 2차원 탄소 소재의 합성은 대부분 그래핀 소재에 기공을 형성하는 방식에 의존하지만, 이는 기공의 크기와 구조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2차원 나노시트를 주형으로 이용해 블록공중합체의 자기조립 방식을 시도했으나 추가적인 주형의 합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합성 과정이 복잡하고 두께의 조절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따라서 기공의 크기 등 나노 구조의 제어가 가능하면서도 손쉬운 합성을 할 수 있는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 합성법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블록공중합체, 단일중합체 고분자 혼합물의 상 거동을 이용해 마이크로 기공과 메조 기공, 그리고 8.5nm의 두께를 갖는 계층형 다공성 2차원 탄소 나노시트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종류의 단일중합체의 계면 사이에서 블록공중합체와 무기 전구체가 자기조립을 통해서 다공성 구조를 형성하는 원리이다.이 합성 방법은 별도의 주형이 필요하지 않은 간단한 방법으로 기존의 복잡한 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여 생산력을 증대했다. 이를 이용해 연구팀은 계층형 다공성 탄소 나노시트를 차세대 전지인 칼륨이온전지(potassium-ion batteries)의 음극에 적용해 용량을 기존 흑연 소재의 8배 이상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의 합성기술은 블록공중합체의 분자량 및 고분자대비 질량을 조절해 손쉽게 나노구조(기공 크기, 구조, 두께)를 조절할 수 있어 맞춤형 나노소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우 교수는 “기존 다공성 2차원 무기 소재 합성기술의 문제점을 고분자 블렌드 성질을 이용해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며 “이는 고분자 물리학과 무기 소재 합성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구가 되며 다양한 에너지 장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C1가스리파이너리 사업,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및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