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Caltech, 연구 넘어 ‘인재도 함께 키운다’…글로벌 공동지도 모델 구축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Caltech’)와 공동연구를 넘어 차세대 연구자까지 함께 키우는 새로운 글로벌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우리 대학은 9월 1일부터 2일까지 Caltech과 ‘제1회 KAIST-Caltech 분자과학 및 화학혁신 공동 워크숍(1st KAIST-Caltech Joint Workshop on Molecular Science and Chemical Innovation)’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이 첨단 분자과학과 미래 화학기술 분야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연구와 인재양성, 연구시설 활용까지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KAIST와 Caltech 교수가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을 함께 선발하고 지도하는 ‘KAIST-Caltech 글로벌 연구 펠로우(KAIST-Caltech Global Research Fellow, KCGRF)’ 프로그램의 구축과 운영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KCGRF는 양 기관 교수들이 공동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이에 적합한 박사후연구원을 함께 선발·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연구자가 KAIST와 Caltech 양 기관의 연구환경을 모두 경험하면서 세계적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해 국제적 연구역량을 갖춘 차세대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KAIST가 추진하는 ‘Global Connect’ 전략의 구체적인 실천 모델이기도 하다. 해외 대학과의 단순 교류를 넘어 인재와 지식, 연구 아이디어가 양 기관을 오가며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는 ‘함께 만드는 국제화’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Caltech은 화학·물리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오랜 연구 전통을 이어오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KAIST는 Caltech의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KAIST가 강점을 가진 AI·자율화 기반 연구역량을 결합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를 공동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양 기관의 협력은 2024년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Link)을 계기로 시작됐다. ‘질소-수소 시너지 허브연구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이어왔으며, 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한상우 교수)를 출범시키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KAIST 화학과와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는 2026년 3월 학술·연구협력 협정(MOU)을 체결하며 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양 기관은 매년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동지도 교수 매칭과 박사후연구원 발굴, 상호 연구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공동지도 프로그램 운영체계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AI for Chemistry, 자율화 실험실(Autonomous Laboratory), 계산·이론화학, 분자과학, 촉매·합성·전기화학, 지속가능·순환화학 등 미래 화학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연구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KAIST가 구축 중인 합성 및 전기화학 분야 자율화 실험실을 Caltech 연구진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가 실험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는 첨단 연구환경을 양 기관 연구자가 함께 활용함으로써 공동연구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학원생의 단기 상호 방문을 추진해 대학원생-박사후연구원-교수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인적·학술 교류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한 일회성 협력을 넘어 양 기관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새로운 공동연구를 만들어내는 장기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는 화학산업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과 소재로 전환하는 지능형 화학 업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새로운 화학기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사라 라이즈먼(Sarah E. Reisman)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 학부장은 “Caltech과 KAIST 화학 분야 교수진은 오랜 기간 학생 교류와 연구 협력을 이어오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의 교수진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KAIST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우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KAIST와 Caltech의 협력을 공동연구에서 차세대 연구자를 함께 키우는 단계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양 기관의 강점을 연결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와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KAIST의 국제협력은 세계의 우수한 대학과 사람과 지식이 오가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Caltech과 같은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KAIST의 ‘Global Connect’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약물도 쉽게 재설계하는 분자 편집 기술 개발
약품 등에 가장 흔히 쓰이는 피리딘 화합물을 아주 손쉽게 바꿔 쓸 수 있는 합성법이 개발됐다. 복잡한 구조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홍승우 교수(기초과학연구원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홍승우 단장직무대행) 연구팀이 피리딘 구조 내 질소의 위치 변경(원하는 위치에 새 질소를 넣고 기존 질소는 제거) 방식으로, 주변 치환기*의 상대적 위치를 조절하는 ‘질소 원자 전위(N-atom transposition)’ 합성법을 개발했다.
* 치환기(Substituent) : 분자의 기본 골격에 붙어 분자의 화학적·물리적 성질 등에 영향을 주는 원자 또는 원자단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18일(화) 게재됐다.
피리딘(Pyridine)은 탄소(C) 원자 5개와 질소(N) 원자 1개로 구성된 육각형 고리 구조를 띠며 의약품 등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본 골격으로 널리 활용된다. 아울러 피리딘은 같은 구성의 치환기가 붙어 있더라도 질소와 치환기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분자의 물리화학적 성질(용해, 흡수, 투과, 결합 등)과 생물학적 활성(약효)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신약 개발에서는 질소의 위치 관계만 조금씩 다른 이성질체*를 만들어 기능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 위치 이성질체(Positional isomer) : 구성 원자와 치환기는 같지만 특정 원자나 치환기의 위치가 서로 다른 화합물
그러나 기존에는 피리딘 고리에 붙은 치환기가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고정된 요소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원하는 배치의 이성질체를 얻으려면 각각에 맞는 출발 물질과 합성 경로를 설계해 처음부터 따로 만들어야 했다. 완성된 분자에서 치환기만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시도됐지만, 치환기의 종류에 따라 반응 조건이 달라져 여러 치환기가 결합된 복잡한 분자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치환기를 하나씩 옮기는 대신 기준점인 질소의 자리를 바꾸는 역발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치환기는 그대로 둔 채 질소의 위치를 바꿔, 질소를 기준으로 여러 치환기의 위치 관계를 한꺼번에 변화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외부의 질소 공급원으로부터 새로운 질소를 고리에 삽입한 뒤, 기존 질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6원자 고리가 일시적으로 7원자 고리로 확장됐다가 다시 재배열되며 질소의 위치가 달라진 새로운 피리딘이 형성됐다. 동위원소 추적 실험 결과, 새로 투입된 질소는 고리에 남고, 기존 질소는 질소 기체(N2)로 배출됨이 입증됐다. 새 합성법은 다양한 구조의 피리딘에 폭넓게 적용됐다. 연구진은 치환기가 하나인 단순 구조부터 두 개 이상의 복잡한 구조, 화학적 성질이 각기 다른 여러 치환기를 가진 구조까지 질소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반응 조건을 최적화했을 때 이성질체 합성 수율은 88%에 달했으며, 반응물의 양을 10밀리몰(mmol)로 크게 증량한 실험에서도 74%의 높은 수율을 유지해 대량 생산 및 실용화 가능성도 입증했다.
특히 실제 시판 중인 항암제(비스모데깁,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소염진통제(에토리콕시브)에 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약물의 복잡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질소 위치만 다른 새로운 약물 후보 분자들을 합성해 냈다.
또한 연구진은 같은 출발 물질이라도 사용하는 용매에 따라 형성되는 위치 이성질체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계산화학 분석 결과, 이는 용매에 따라 화학반응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인 ‘에너지 장벽’의 높이가 달라지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용매 조건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특정 위치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홍승우 IBS 단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골격 안의 원자 위치 자체를 바꿔보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연구”라며, “완성된 분자의 핵심 골격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편집해 물성과 약효 변화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약 설계해줘”... 소버린 바이오 AI 'K-Fold' 공개
“이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신약 후보를 설계해줘.”
연구자가 AI에게 이렇게 요청하면 AI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어떤 물질이 잘 결합할지 분석해 유망한 신약 후보를 설계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단백질 구조 예측을 수행하는 바이오 AI 모델 ‘K-Fold(케이폴드)’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팀 KAIST’를 구성하고,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를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팀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연구를 총괄하고, 김우연 교수 그룹과 김재철AI대학원 황성주·안성수 교수 그룹 연구원들이 AI 모델 개발을, 생명과학과 오병하·김호민·이규리 교수가 단백질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담당한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HITS)는 K-Fold를 연구자가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AI 연구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과 연계해 서비스로 구현했다. K-Fold의 성과 확산과 산업계 활용 촉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맡는다.
K-Fold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을 AI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먼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 어떤 모양인지 파악하고, 수많은 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단백질에 잘 붙어 원하는 작용을 하는지 찾아야 한다. K-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약물 후보가 단백질의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까지 미리 계산해 유망한 후보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단백질 하나의 구조만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약물 후보 물질, DNA·RNA 등 여러 생체분자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구조를 만드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 3월 과제 단계평가에서 K-Fold의 분자 복합체 구조 예측 정확도는 구글 딥마인드의 AlphaFold3(알파폴드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이 8월 자체 수행한 성능평가에서는 일부 평가 항목에서 기존 글로벌 모델보다 높은 성능도 확인했다.
특히 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주요 신약 표적인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와 인산화효소(Kinase),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새로운 신약 기술인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에서 약물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고 작용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높은 성능을 보였다.
구조 예측 속도도 크게 높였다.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구조를 계산하기 전에 비슷한 단백질의 서열 정보를 대량으로 찾아 비교하는 복잡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K-Fold는 이러한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사전 계산 단계를 없애고, 기존 모델 대비 구조 예측 속도를 최대 25배 높였다.
이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약 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 예측에 필요한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줄이면서 수많은 후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빠르게 골라내 연구자가 실제 실험할 대상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AI’ 역량에 달려 있다”며 “K-Fold는 국내 독자 AI 기술을 바이오와 결합해 세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고, 실제 신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KAIST는 앞으로도 AI 원천기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AI 기술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K-Fold를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웹에서 대화하듯 사용할 수 있는 AI 연구 서비스로 구현했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의 멀티에이전트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에 K-Fold를 탑재해 별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거나 복잡한 AI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이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설계한 뒤 계산을 통해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이 암 표적 단백질에 적합한 펩타이드 후보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쉽게 말해 연구자가 직접 여러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구조를 계산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대신, AI에게 연구 목표를 말하면 필요한 분석과 설계를 차례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이퍼랩은 이를 위해 구조 예측과 약물 설계, 유전체·단백질 등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120여 개의 계산 도구와 160여 개의 전문 기능을 갖췄다. 또한 100여 개의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지식그래프를 연결해 필요한 연구 정보를 찾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구조를 예측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설계를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를 돕는 ‘AI 공동연구자(Co-Scientist)’를 지향한다.
바이오 AI는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미국·영국·중국의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연구기관들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K-Fold 개발은 바이오 AI 핵심 기술을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확보해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바이오 AI’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성과는 지난 6월 23일 열린 ‘2026 한국생체분자과학연합학술대회’에서 김우연 교수가 ‘에이전틱 AI 기반 생성형 신약 설계(Generative Drug Design Powered by Agentic AI)’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는 “K-Fold는 기존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AI를 연구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과학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팀 KAIST’ 컨소시엄은 K-Fold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하이퍼랩은 국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 뒤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K-Fold의 산업 현장 확산을 위한 교육도 본격화됐다. 8월 27일 한국바이오협회 온라인 교육에는 85명이 참여했으며, 9월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에는 현재 118명이 신청했다. 교육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K-Fold 활용법과 신약 설계 적용 사례를 소개해 소버린 바이오 AI의 산업 현장 도입을 지원한다.
※ 관련 사이트: HyperLab Co-Scientist: https://hyperlab.ai/features-co-scientist
K Fold-하이퍼랩 3.0 소개영상: https://drive.google.com/file/d/1MxhZr-C3pQdIVn1EP44hQICj8G70is3_/view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 개발’ 과제(PJT-25-100009) 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 ‘방해꾼’도 에너지로… 저장 순서 바꾼 발상의 전환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졌던 반응을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차세대 물 기반 배터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금속과 유기 분자가 연결돼 미세한 구멍을 이루는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이용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아연 이온(Zn²⁺)과 양성자(H⁺,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를 차례로 저장하는 새로운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전해질은 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불이 붙을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이 저렴하며 환경 부담도 적어, 많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차세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아연 이온은 전하가 커 전극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워,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빠르게 충·방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양성자는 작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너무 많이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양성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져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양성자 반응을 없애는 대신,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저장되는 순서를 조절해 둘 다 에너지 저장에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전극의 미세한 구멍 안에 양성자를 붙잡는 일종의 ‘저장 자리’인 아민(amine) 작용기를 넣었다. 아민 작용기가 특정 전압에서 양성자를 저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그다음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도록 한 것이다.
원리는 빈 병에 큰 자갈을 먼저 넣고, 자갈 사이의 빈틈을 고운 모래로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적 큰 아연 이온을 먼저 저장하고 이후 작은 양성자를 추가로 저장해 하나의 전극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압이 높은 구간에서는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전압이 더 낮아지면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 소재 Cu₃(HHTATP)₂에서는 이처럼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서로 다른 전압 영역에서 차례로 에너지 저장에 참여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순서다. 양성자가 너무 일찍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된 뒤 양성자가 반응하도록 해 두 저장 과정이 서로 방해하는 것을 줄였다.
개발한 전극 소재는 0.5 A g⁻¹의 조건에서 368.7 mAh g⁻¹의 높은 저장 용량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적은 양의 전극 소재로도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충·방전 속도를 16배 높인 빠른 조건에서도 처음 저장 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46.9%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충·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줄어드는데, 이번 전극은 빠른 충·방전에서도 상당한 저장 능력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500회 이상 빠른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분석법을 통해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이후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또한 양성자를 저장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다공성 전극 소재에서 고용량과 빠른 이온 수송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분자 수준의 설계를 통해 서로 다른 이온이 저장되는 순서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세대 수계 아연 이온 전지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계 아연이온전지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향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되는 물 기반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방해꾼’으로 여겨졌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원리를 다양한 전극 소재에 적용해 더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박근찬 석박통합과정생 및 이규원 석사과정생(졸업)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에 7월 7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Sequential Zn2+–H+ Storage in a 2D Conductive Metal-Organic Framework for Advanced Aqueous Zinc-Ion Battery DOI: 10.1016/j.chempr.2026.103129
※ 저자 정보 : 박근찬 (공동 1 저자), 이규원 (공동 1 저자), 김강민 (제2 저자), 박선아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복잡한 신소재 없이 빛의 회전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한다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분자의 집단적인 배열을 제어해 빛의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원편광은 빛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며 나아가는 특수한 빛으로,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통신, 보안기술의 핵심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비카이랄 분자를 ‘초미세 바람개비'처럼 배열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방향의 원편광을 구현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학교(총장 김정겸),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및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과 공동으로, 대칭적인 비카이랄(Achiral) 액정 분자를 공간적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전기장을 가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카이랄(Chiral) 바람개비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고분자 나노섬유로 영구적으로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지만 서로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성질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한다. 이러한 카이랄성은 단백질과 DNA 같은 생체분자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센서, 광통신 등에 사용되는 광학 소재의 핵심 특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카이랄 광학 소재를 만들기 위해 분자 자체를 비대칭 구조로 복잡하게 합성하거나 많은 양의 카이랄 물질을 첨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소재 선택의 폭이 제한되며,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회전 방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인 배열이 카이랄성을 만든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같은 종이라도 접는 방향에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의 바람개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분자에 적용했다. 개별 분자 자체에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없더라도 여러 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배열되면 전체 구조에는 서로 반대되는 카이랄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막대 모양의 분자들이 스스로 초미세 바람개비처럼 모이도록 만든 뒤, 여기에 전체 물질의 1%도 되지 않는 극소량의 카이랄 첨가제를 넣어 모든 바람개비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이 구조를 고분자 나노섬유 위에 그대로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된 구조에 일반적인 발광 물질을 도입하자, 구조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반대 부호의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발광 신호가 나타났다. 이는 발광 분자 자체에 카이랄성을 새롭게 도입하지 않고도 주변 구조의 배열만으로 방출되는 빛의 편광 특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빛을 내는 분자의 화학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그 주변에 형성된 구조의 배열을 제어해 빛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쉽게 말해, 같은 레고 블록도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이 되듯, 같은 분자도 배열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카이랄 구조와 광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다.
윤동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카이랄 분자의 화학구조가 아닌‘배열 방식'만으로 빛의 회전 방향을 제어한 것이 핵심”이라며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AR·VR 광학소자, 편광 센서, 광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한정연 박사과정은 "기존에는 왼손과 오른손 구조가 함께 생겨 카이랄 특성이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극소량의 첨가제가 회전 방향만 선택하도록 설계해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정연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 논문 제목: Microchiral pinwheel arrays based on achiral molecules, 10.1038/s41467-026-76089-z
※ 저자: 한정연(제1저자), 박원경, 노병일, 후미토 아라오카(Fumito Araoka), 정성욱, 전병학, 유영민, 박윤수, 이경진*, 허정무*, 윤동기*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2년이 증명한 학부 연구(URP)의 힘...세계적 인재 양성
우리 대학 학부 연구가 10여 년 만에 세계 대학 교수와 글로벌 산업계 전문가를 길러냈다. 2014년 학부 연구생으로 소개됐던 학생들이 12년 뒤 미국 유수 대학 교수와 글로벌 제약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문가로 성장하며, KAIST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URP)의 장기적인 인재 양성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학부생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스스로 질문을 발굴하고 연구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URP, 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 Program)이 세계 수준의 연구자와 과학기술 산업 전문가를 배출하는 인재 양성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고 9일 밝혔다.
URP는 학부생이 교수 연구실에서 실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연구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KAIST의 대표적인 연구교육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총 679개의 연구과제가 수행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특허 출원, 국제학회 수상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배충식 총장은 “KAIST는 학부생들이 세계 수준의 연구 환경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 중심 교육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도 URP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실이다. KAIST는 2014년 ‘박용근 교수, 세계적 논문 쓴 학부생 연이어 배출’이라는 제목으로 박 교수 연구실 학부 연구생들의 성과를 소개했다. 당시 소개된 세 학생은 12년이 지난 현재 대학과 산업계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세계적 연구자와 전문가로 성장했다.
조상연 동문은 KAIST 학부 1학년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30학점이 넘는 연구학점을 이수했다. 학부 시절 발표한 두 편의 제1저자 논문 가운데 말라리아 광학영상 연구는 국제학술지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 2012)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하버드대학교 공동 의과학 과정(H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를 거쳐, 2026년 7월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조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노레이저로 개별 암세포와 치료용 세포를 장기간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조영주 동문은 학부 시절 현미경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연구를 시작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 기반을 다졌다. 특히 당시 수행한 가상 염색·진단 연구는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등에 게재됐고, 이후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며 2022년 셀(Cell) 표지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했다. 조 동문은 202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 조교수로 부임해 뇌에 복잡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서은 동문은 학부 연구에서 얻은 탐구 경험을 산업의 언어로 확장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 신경과학 부문에서 유망 바이오텍과의 인수·합병, 라이선싱, 파트너십 등 협력을 발굴하고 성사시키는 오픈이노베이션(External Innovation) 업무를 이끌고 있다. 이는 학부 연구 경험이 전통적인 연구자 진로뿐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 산업의 전략과 협력 분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대학과 기업으로 서로 달랐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학부 1·2학년 때 스스로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남이 정해준 실험이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연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조상연 동문은 학부 시절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가다 꺼져 있던 가로등이 켜지는 장면에서 초고해상도 현미경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박용근 교수와 함께 이를 과학적 질문으로 다듬어 논문으로 발전시켰다.
이 같은 학부 연구 문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박세호 학부생(제1저자)이 참여한 시계열 데이터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GOBI) 연구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2024년에는 윤태식 학부생(제1저자)이 항암치료와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한 천연물 세큐린진 G(Securingine G)의 세계 최초 전합성 연구를 수행했다. 2025년에는 김민재 학부생의 실시간 호흡 모니터링용 웨어러블 이산화탄소 센서 연구(공동 제 1저자)와 OLED 디스플레이 연구(주저자)가 각각 디바이스(Device, Cell Pres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조재홍 학부생은 URP 연구를 바탕으로 IEEE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논문상과 우수 연구재현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처럼 URP를 통해 신약, 웨어러블 기기,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부생 주도의 세계 수준 연구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URP는 매년 학부생들이 세계적 학술지 논문과 국제학회 수상으로 이어지는 연구성과를 창출하며, 학부 단계부터 세계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박용근 교수는 “교수인 제가 잘해서 학생들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KAIST의 환경에 감사할 따름이며, 이들의 큰 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출발점은 같다. 얼마나 몰입하고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느냐가 결국 연구자를 만든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12년 전 학부 연구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현재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연구와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URP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연구 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포성장 신호 켜지는 ‘스위치’ 찾았다...차세대 항암 표적 제시
세포에도 ‘성장 스위치’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충분할 때 이 스위치를 켜 성장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암세포에서 영양 신호가 이 성장 스위치를 켜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변에 아미노산(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과 같은 영양분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사용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의 ‘성장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이다.
mTORC1은 영양분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 세포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 대사를 촉진한다. 그러나 mTORC1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성장하고 증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암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mTORC1은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세포가 외부의 영양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이를 mTORC1 활성화로 연결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효소가 모여 있는 복합체인 MSC(다중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 복합체, Multi-tRNA Synthetase Complex)에 주목했다. 그동안 MSC는 단백질 합성을 돕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안의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허브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은 MSC 안에 있는 LARS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LARS1은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인식하는 효소로,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으면‘인산화'라는 변화를 겪는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작은 화학 표지가 붙어 기능이나 결합 상태가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를 비유하면, MSC는 여러 단백질이 모여 대기하는‘관제센터'이고, LARS1은 성장 스위치를 켜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신호 전달 요원'과 같다.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에 인산화라는 ‘출동 신호'가 전달되고, 이를 받은 LARS1은 함께 붙어 있던 IARS1(아이소류신을 인식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과 분리돼 MSC 밖으로 이동한다. 이후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활성화한다.
즉,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LARS1이 MSC 안에 묶여 있어 성장 신호가 켜지지 않지만,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이 MSC에서 빠져나와 mTORC1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사용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얼린 뒤 입체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 LARS1과 IARS1이 어떻게 결합해 있는지를 원자 수준에 가깝게 분석했다.
그 결과, 평소에는 LARS1과 IARS1이 단단히 결합해 있지만, 영양 신호를 받아 LARS1이 인산화되면 두 단백질의 결합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LARS1이 MSC에서 분리돼 mTORC1을 활성화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LARS1이 인산화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든 변이 단백질도 제작했다. 그 결과 mTORC1의 활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를 통해 LARS1의 인산화가 영양 신호를 세포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분자 스위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포가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을 감지한 뒤 성장 스위치를 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데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MSC가 영양 신호를 받으면 구성 단백질인 LARS1을 방출하고, 이 단백질이 세포의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현재 일부 항암제는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mTORC1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과 대사에도 필요해, 직접 억제할 경우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LARS1을 인산화시키는 효소와 그 조절 과정을 추가로 밝혀내면, mTORC1 자체를 직접 막는 대신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앞단을 보다 정밀하게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 신호가 세포의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성장 신호를 보다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성 교수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MSC를 통해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밝혀냄으로써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유진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Cryo-EM structure of the LARS1:IARS1 complex reveals a nutrient-response switch controlling mTORC1 signaling, https://doi.org/10.1038/s41467-026-74085-x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미래의료혁신대응기술개발사업(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산소 반응 마음대로 조절하는 차세대 촉매 원천기술 개발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화학 공정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소를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시키는 기술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산소 반응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차세대 친환경 촉매와 에너지 기술의 핵심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황승준 교수 연구팀이 산소 반응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저마늄(Germanium)과 전자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분자 구조를 결합해, 산소 반응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방식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원리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산소 반응을 제어하는 촉매는 지금까지 대부분 철, 코발트, 니켈 등 여러 전자를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전이금속을 이용해 개발돼 왔다. 반면 저마늄은 규소와 같은 계열에 속하는 주족 원소(주기율표에서 전이금속을 제외한 대표 원소)로, 여러 전자가 동시에 이동하는 복잡한 반응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늄과 전자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분자구조인 ‘산화·환원 활성 리간드 (Redox-active Ligand, 전자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분자 구조)’를 결합했다.
산소는 반응할 때 전자가 2개 이동하는지, 4개 이동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물질과 반응 결과가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2전자 반응에서는 과산화수소가, 4전자 반응에서는 물이 생성된다. 따라서 필요한 목적에 따라 2전자 반응과 4전자 반응을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은 배터리와 연료전지, 친환경 촉매 개발의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는 철이나 코발트 같은 전이금속에서 주로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2전자·4전자 반응을 저마늄과 같은 주족 원소에서도 구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성과다. 연구팀은 하나의 분자 시스템 안에서 2전자 반응과 4전자 반응을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유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앞으로 전이금속에 의존하던 촉매를 다양한 원소를 활용해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팀은 반응 과정에서 잠시 생성됐다가 사라지는 2전자 산화 상태의 저마늄 중간체를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 중간체는 하나의 저마늄 원자가 전자를 주는 역할과 받는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매우 드문 특성을 보여, 이러한 반응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의 실제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개발한 저마늄 복합체는 상온에서 빛을 사용하지 않고도 염소나 브로민 같은 할로겐 원자가 붙은 유기화합물에서 할로겐을 제거해, 의약품과 플라스틱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인 ‘알켄(탄소와 탄소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유기화합물)’을 다시 만들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높은 온도나 복잡한 공정 없이도 유용한 화학 원료를 보다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황승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이금속에 의존하던 촉매 반응을 저마늄과 같은 주족 원소로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앞으로 배터리와 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화학공정을 구현하는 차세대 촉매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김성규·오진록 박사후연구원과 POSTECH 화학과 최대의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Chem에 7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Germanium ligand redox cooperativity: A key to ambiphilicity and switchable two- and four-electron transfer, DOI: https://doi.org/10.1016/j.chempr.2026.103127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BRL, Basic Research Laboratory) 지원사업, 학문후속세대 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지원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난임 치료 성공률 높일 난자·배아 분석 원천기술 세계 최고 학회 인정
난임 치료를 위한 체외수정(IVF, In Vitro Fertilization)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발달 가능성이 높은 난자와 배아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 연구진은 살아있는 난자와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연속 관찰하는 타임랩스(Time-lapse)와 3차원 정량 분석을 결합해 발달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의 이정하 박사후연구원은 이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생식의학 학회인 유럽인간생식배아학회(ESHRE,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 2026 연례학술대회에서 기초과학상-포스터 발표 부문(Basic Science Award for Poster Presentation)을 수상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초과학상-포스터 발표 부문(Basic Science Award for Poster Presentation)은 매년 1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ESHRE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기초과학 분야 포스터 연구 가운데 가장 우수한 연구 1편에 수여되는 상이다. 학회는 제출된 초록을 심사해 후보 연구 5편을 선정한 뒤, 현장 포스터 발표와 질의응답을 종합 평가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이번 수상은 홀로토모그래피(Holotomography, 빛의 굴절 정보를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손상 없이 3차원으로 영상화하는 기술)를 난임 치료 분야에 적용해 살아있는 난자와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3차원으로 정량 분석하고, 발달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차세대 평가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의 독창성과 학술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기존에 전문가의 경험에 크게 의존했던 2차원 난자·배아 평가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3차원 평가 방식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제시했다.
체외수정 시술에서는 어떤 난자와 배아를 선택하느냐가 임신 성공률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난자와 배아는 실제 환자에게 이식되는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염색이나 형광물질을 이용한 분석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현재 임상에서는 세포를 염색하지 않고 빛의 명암과 위상 차이를 이용해 형태를 관찰하는 호프만 변조 대비 현미경(Hoffman Modulation Contrast Microscopy)과 위상차 현미경(Phase-contrast Microscopy)을 주로 사용한다. 배아연구원(Embryologist, 체외수정 과정에서 난자와 배아를 배양하고 평가하는 전문 의료인력)은 이러한 현미경 영상에서 난자와 배아의 모양, 크기, 세포 분할 상태 및 발달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식할 배아를 선택한다.
하지만 현재의 평가 방식은 주로 2차원 영상과 배아연구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정성적 평가라는 한계가 있다. 보다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기술 개발이 꾸준히 요구되는 이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홀로토모그래피를 적용했다. 이 기술은 세포를 염색하거나 형광물질을 붙이지 않는 비표지(Label-free) 방식으로, 빛이 세포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는 정도를 측정해 살아있는 세포의 내부 구조를 손상 없이 3차원으로 영상화한다. 또한 세포 내부 물질의 밀도와 성분에 따라 달라지는 굴절률(Refractive Index)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세포의 미세한 구조 변화까지 분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홀로토모그래피를 이용해 난자와 배아의 내부 구조를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3차원으로 분석했다. 또한 마우스(Mouse) 모델 실험을 통해 분석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생물물리학적 정보를 바탕으로 발달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나아가 세포의 모양과 크기 등 외형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기존 형태학적 평가(Morphological Assessment)를 넘어, 객관적인 정량 데이터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분석을 결합한 새로운 난자·배아 평가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관련 연구는 현재 국제학술지에 투고돼 심사가 진행 중이다.
※ 논문 사전 공개 (Preprint) 링크: 마우스 배아 발달 관련 연구 https://doi.org/10.1101/2024.05.07.592317, 마우스 난자 노화 관련 연구 https://doi.org/10.64898/2026.06.18.733271
이번 연구는 KAIST 물리학과, 분당차병원 난임센터(김지향 교수), 영국 어베뉴 클리닉(Avenue Clinic), 토모큐브(Tomocube)가 참여한 산·학·병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기초 물리학에서 개발된 첨단 광학 원천기술을 난임 치료라는 임상 분야에 접목한 대표적인 융합연구 사례다.
박용근 교수는 “이번 수상은 살아있는 난자와 배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3차원으로 정량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생식의학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재 사람 세포를 이용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난자·배아 평가 기술로 발전시켜 난임 치료 성공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리더연구사업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치매 원인 물질이 치료 ‘스위치’를 켠다
치매를 악화시키는 물질이 치료를 시작하는 ‘스위치’가 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H₂O₂,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종)를 이용해 병든 뇌에서만 약물이 활성화되는 새로운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하며 차세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학교(총장 이근배) 김민근 교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원장 권석윤) 이철호·김경심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직무대행 황금숙) 이영호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병든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Prodrug)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전구약물은 처음에는 약효가 없지만 몸속 특정 환경에서만 활성형 치료제로 바뀌는 약물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를 만나야만 활성화되도록 설계돼 병든 뇌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치료제' 역할을 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산화수소가 정상보다 많이 생성된다. 지금까지는 이를 제거해야 할 유해물질로만 여겨졌지만, 연구팀은 오히려 이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구약물(BE-1, BE-2)은 건강한 뇌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하지만 치매가 진행되는 뇌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나면 활성형 치료 물질(AP-1, AP-2)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과산화수소 포함 활성산소종들을 줄이는 동시에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뇌 속에 쌓여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단백질)이 서로 뭉쳐 독성이 강한 응집체(단백질 덩어리)를 만드는 것도 막아준다.
연구팀은 첨단 분석기술을 이용해 활성화된 약물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켜 큰 덩어리로 자라는 것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같은 효과는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도 확인됐다. 약물은 혈액-뇌 장벽(BBB, 혈액 속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지를 조절하는 보호막)을 통과해 실제 뇌 안에서 치료 물질로 바뀌었다. 장기간 약물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산화 스트레스가 감소했고,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도 줄어들었다. 또한 새로운 물체를 기억하거나 길을 찾는 행동 실험에서도 인지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특정 단백질 하나만 표적으로 하는 기존 치매 치료제와 달리, 병든 뇌의 환경 자체를 이용해 약이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매 치료 전략을 제시했으며, 앞으로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기대된다.
임미희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과산화수소를 약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병든 조직에서만 약이 활성화되는 이번 기술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복합 질환을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화학과 이지민·홍은서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국제 학술지 Small(IF 12.1, 화학 분야 상위 10%)에 2026년 5월 31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A Prodrug Approach for Activity-Based Chemical Modulation toward Multiple Pathological Targets in Alzheimer's Disease, DOI: 10.1002/smll.74013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세종과학펠로우십, 박사과정생연구장려금지원사업, KRIBB 및 KBSI 기관고유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초전도는 어떻게 시작될까… 전자들의 숨은 질서 확인
초전도는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고 에너지 손실이 거의 없어 양자컴퓨터, 자기부상열차, 차세대 전력망 등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초전도 상태에 도달하는지는 아직까지 완벽히 밝혀지지 못한 미스터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초전도가 시작되기 전 전자들이 먼저 '숨은 질서'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성과는 초전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차세대 초전도체와 양자기술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김용관·한명준·이성빈 교수 공동연구팀이 차세대 양자물질로 주목받는 카고메 금속(CsV₃Sb₅)에서 초전도가 나타나기 전 전자들이 먼저 '숨은 질서'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해 규명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팀은 초전도가 시작되기 전 전자들이 먼저 질서를 갖춰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들이 규칙적인 무늬를 만들기 전부터 작은 고리 모양으로 함께 순환하며 '숨은 질서(고리전류 질서)'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전도가 만들어지기 전 전자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 결과다.
카고메 금속은 일본 전통 바구니 문양인 '카고메'처럼 삼각형이 반복되는 원자 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에서는 전자들이 서로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일반 금속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양한 양자현상이 나타난다. 특히 CsV₃Sb₅는 초전도와 전하밀도파가 모두 나타나는 대표적인 물질로, 차세대 양자소재 연구의 핵심 플랫폼으로 꼽힌다.
그동안 세계 연구진은 이 물질에서 초전도가 나타나기 전에 또 다른 숨은 전자 질서가 존재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이어왔다. 일부 실험에서는 시간반전대칭성 깨짐(시간을 거꾸로 되돌려도 같은 물리 현상이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전자들이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의미)의 흔적이 관측됐다. 하지만 이것이 전자들이 규칙적인 무늬를 만드는 전하밀도파가 생긴 뒤 나타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그보다 먼저 독립적으로 형성되는 숨은 전자 질서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한 빛을 이용했다. 왼쪽으로 도는 빛과 오른쪽으로 도는 빛을 시료에 번갈아 비추고, 그때 물질 밖으로 튀어나오는 전자들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살펴봤다. 쉽게 말해, 빛을 이용해 물질 속 전자들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상태로 움직이는지 들여다본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실험 장치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잡음은 제거하고, 물질 자체에서 나오는 신호만 골라냈다.
그 결과, 전자들이 규칙적인 무늬를 만드는 현상인 전하밀도파가 시작되는 온도 약 94K(영하 179℃)보다 훨씬 높은 약 140~145K(영하 133℃)에서 이미 전자들의 움직임에 방향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초전도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전자들이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고리 모양으로 함께 돌며 숨은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온도를 낮추면서 전자들이 변하는 과정을 순서대로 확인했다. 처음에는 전자들이 작은 고리 모양으로 함께 순환하는 고리전류 질서를 만들고, 이어 일정한 간격으로 모여 규칙적인 무늬를 이루는 전하밀도파를 형성한 뒤, 마지막으로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 상태에 도달했다. 이는 전자들이 '고리전류 질서 → 전하밀도파 → 초전도'의 순서로 변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팀은 이론 계산을 통해서도 실험 결과를 검증했다. 계산 결과, 실험에서 관측된 신호가 실제로 전자들이 작은 고리 모양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특징과 잘 맞았다. 이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실험 오차가 아니라, 물질 안에서 전자들이 스스로 만든 숨은 질서에서 나온 신호임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초전도가 만들어지기 전 전자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초전도는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꿈의 기술로 양자컴퓨터, 초저전력 전자소자, 차세대 전력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초전도가 왜 생기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초전도체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전도가 나타나기 전 전자들이 어떤 순서로 움직이며 숨은 질서를 만드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준 연구"라며 "초전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초전도 물질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명준 교수는 "실험 결과가 이론에서 예측한 전자들의 움직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실험과 이론을 함께 검증해 숨은 전자 질서의 존재를 더욱 명확하게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성빈 교수는 "이번 결과는 전하 고리전류 질서와 전하밀도파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복합적인 양자상태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향후 이러한 상전이 계층을 제어하면 새로운 초전도 상태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물리학과 차재훈·이형근·심상준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물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2026년 6월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Evidence of time-reversal symmetry breaking above the charge density wave order in a kagome metal, DOI: https://doi.org/10.1038/s41567-026-03331-2
본 연구는 우수연구-중견연구 및 가속기인력양성사업 (과기부, 한국연구재단),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미 공군과학연구소, 미국 에너지부 기초에너지과학실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서선옥 교수, 2026 프런티어 과학상 수상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서선옥 교수의 공동연구 논문이 국제기초과학학회(ICBS, International Congress of Basic Science)가 수여하는 '2026 프런티어 과학상(Frontiers of Science Award)' 수상 논문으로 선정되었다고 12일 밝혔다. 서 교수는 2025년에 이어 2년 연속 이 상을 수상하게 됐다.
프런티어 과학상은 수학·물리·정보과학 분야에서 최근 10년 이내 발표된 연구 가운데 학문적 독창성과 영향력이 뛰어난 성과를 이룬 논문에 수여된다. 시상식은 2026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기초과학학회(ICBS) 행사 기간 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수상 논문은 알렉세이 키타예프(Alexei Kitaev)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 교수와 서선옥 교수의 공동연구인‘Sachdev-Ye-Kitaev 모델의 소프트 모드와 대응하는 중력 이론’이다.
※논문제목:The soft mode in the Sachdev-Ye-Kitaev model and its gravity dual, DOI: https://doi.org/10.1007/JHEP05(2018)183)
SYK(Sachdev-Ye-Kitaev) 모델은 많은 수의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입자와 반입자가 동일한 특성을 갖는 특수한 양자 입자)이 무작위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양자 물리 모형이다. 이 모델은 매우 복잡한 양자 다체계(많은 입자가 동시에 얽혀 상호작용하는 계)임에도 수학적으로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며, 양자 카오스(양자계에서 나타나는 혼돈 현상)의 특성이 블랙홀과 매우 유사해 블랙홀의 미시 구조(블랙홀을 이루는 미세한 양자 상태)를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수상 논문은 SYK 모델이 낮은 에너지 상태에서 보이는 물리적 성질이 2차원 중력 이론(공간과 시간을 각각 한 차원씩만 남겨 단순화한 중력 모형)과 정확히 연결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이후 블랙홀과 양자중력 연구의 핵심 이론적 기반이 되었으며, 관련 분야에서 가장 널리 인용되는 대표 논문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한 SYK 모델은 블랙홀 내부에서 정보가 어떻게 저장되고 사라지는지를 설명하는 데 활용되는 대표적 이론 모형으로, 현대 물리학의 난제를 푸는 핵심 연구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
‘프런티어 과학상' 은 국제기초과학학회(ICBS)가 202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국제 학술상으로, 전 세계 전문가 추천과 심사를 거쳐 국제위원회(Global Committee)가 최종 수상작을 선정한다.
ICBS 측은 공식 선정 통지문에서 "서 교수의 연구는 형식적 양자장론(Formal Quantum Field Theory)* 분야에 탁월한 기여를 했다"며 "인류 지식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연구자의 헌신은 과학계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형식적 양자장론: 우주의 기본 입자와 힘을 설명하는 양자장론의 수학적 원리와 구조를 탐구하는 이론물리학 분야임
서선옥 교수는 "이 논문의 연구는 특정 양자 다체계와 중력 이론이 미시적 수준에서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며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이 대응성을 바탕으로 시공간이 양자 다체계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물리적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상의 상금 총액은 2만5천 달러(한화 약 3천3백만 원)이며, 수상 논문의 저자들이 이를 공동으로 나누어 받는다.
·참고: Frontiers of Science Award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cbs.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