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반응하는 '분자 스위치'의 반세기 수수께끼 풀었다
빛으로 약효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빛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스마트 소재는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빛에 반응하는 대표적인 분자 스위치가 ‘아조벤젠’이다. 하지만 이 분자가 찰나에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50년 가까이 수수께끼였다. 한국 연구진은 분자 중심부가 자전거 페달처럼 맞물려 움직이며 모양을 바꾼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빛으로 움직이는 소재와 초소형 분자 기계를 설계하는 데 새로운 단서가 될 전망이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효철 교수 연구팀이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장석복)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과 함께 빛에 반응하는 분자 ‘아조벤젠’의 구조 변화 과정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아조벤젠에는 두 개의 벤젠 고리가 가운데 질소 원자 두 개로 이루어진 연결부에 붙어 있다. 빛을 받으면 두 고리가 연결부의 서로 반대쪽에 놓인 형태에서 같은 쪽에 놓인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원자는 그대로인데 놓인 자리만 달라지는 것이다. 이 성질을 이용해 약물의 활성을 빛으로 조절하거나, 빛에 반응하는 소재와 분자 기계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분자의 바뀌기 전과 후 모습을 아는 것만으로는 그 사이에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 수 없었다. 두 고리가 크게 돌아가는지, 가운데 연결부가 펴지는지, 여러 부분이 함께 비틀리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움직이는 도중의 구조가 너무 빨리 사라져 확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엑스선 자유전자레이저를 이용해 이 순간을 추적했다. 메탄올 용액에 녹인 아조벤젠에 레이저를 쏘아 반응을 일으킨 뒤, 초고속 엑스선으로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를 측정했다.
관건은 주변 용액의 강한 신호에서 아조벤젠의 미세한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연구팀은 시끄러운 곳에서 작은 목소리를 가려내듯 분자의 신호를 분리했다. 이어 순간마다 얻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움직임을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그 결과, 아조벤젠은 양쪽의 큰 벤젠 고리를 한꺼번에 크게 돌리지 않았다. 먼저 탄소와 질소가 이어진 부분이 비틀어지고, 이어 가운데 질소 연결부의 양쪽이 자전거 페달처럼 서로 맞물려 움직이며 전체 모양을 바꿨다.
이 발견은 주변 액체가 끈적해져도 반응 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쪽의 큰 고리를 돌려야 한다면 좁은 공간에서 큰 가구의 방향을 바꾸듯 주변 액체를 많이 밀어내야 한다. 중심부가 주로 움직이면 그럴 필요가 줄어든다.
이효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조벤젠이 빛을 받은 뒤 어떤 경로로 모양을 바꾸는지 밝힌 성과”라며 “빠르게 반응하는 유기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방법을 발전시켜, 다양한 광반응 분자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아조벤젠을 이용한 약물이나 소재의 성능을 직접 높인 것은 아니다. 분자가 실제로 움직이는 경로를 밝혀, 빛에 반응하는 소재와 분자 기계를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는 김중민(현 IBS, KAIST 졸업), 기호성(현 IBS, KAIST 졸업)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하였으며, 세계적인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9월 30일(영국 현지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X-ray liquidography decodes complex motions in azobenzene isomerization, DOI: 10.1038/s41586-026-11068-4
※ 저자 정보 : 김중민(공동 제1저자), 기호성(공동 제1저자), 이성곤(공동 제3저자, 現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박사후연구원), 알레코스 세갈리나(Alekos Segalina, 공동 제3저자), 이윤범(제5저자, 現 경북대학교 화학과 조교수) 및 이효철(교신저자). 모든 저자는 연구 수행 당시 KAIST 화학과 및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소속
※ 연구 동영상 : https://drive.google.com/file/d/1NAG9doMmqNh26PIpD8aibaQPkiCNC0kl/view?usp=sharing
https://drive.google.com/file/d/1Kcm0biYqhIBYJ7SNjw38oV3kcsVcxV-B/view?usp=sharing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의 과기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반응 일으키는 ‘라디칼’ 만들고 촉매도 되살려..어려운 화학 반응 길 열어
의약품처럼 복잡한 물질을 만들 때는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해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라디칼(radical)’이 유용하게 쓰인다. 하지만 라디칼을 잘 만들어도 촉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반응을 이어갈 수 없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라디칼 생성과 촉매 재생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 쉽게 반응하지 않는 물질까지 활용해 의약품 등에 필요한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 개발의 가능성을 넓혔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윤미 교수 연구팀이 금속 촉매에 붙어 촉매의 성질을 조절하는 ‘리간드(ligand)’를 이용해, 구리 촉매가 라디칼을 만들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사이클로프로펜이민(cyclopropenimine, CPI)’이라는 유기분자를 리간드로 사용했다. CPI 리간드는 구리 촉매에 붙어 전자를 주고받는 성질인 ‘산화·환원’을 조절해, 라디칼을 만드는 과정과 반응 후 변한 촉매를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어지도록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탄소에 브로민이나 염소 등이 붙어 있는 ‘3차 알킬 할라이드(tertiary alkyl halide)’를 출발물질로 사용했다. 구리 촉매가 이 결합을 끊으면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이 만들어지고, 이 라디칼이 같은 분자 안의 다른 부분과 새롭게 연결되면서 고리 모양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마치 풀려 있던 끈의 양 끝을 연결해 고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라디칼 고리화 반응(radical cyclization)’이라고 한다.
연구팀이 여러 종류의 리간드를 비교한 결과, 라디칼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리간드는 라디칼은 매우 잘 만들었지만 최종 생성물은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반면 CPI 리간드는 라디칼 생성과 촉매 재생이 균형 있게 이어지도록 했다. 촉매를 반복해서 일하는 ‘작업자’라고 한다면, CPI 리간드는 작업자가 한 번 일하고 멈추지 않고 다시 다음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의약품과 생리활성 물질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고리형 분자 구조인 ‘3,3-이치환 옥신돌(3,3-disubstituted oxindole)’을 높은 수율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브로민이 붙은 물질은 상온에서도 효율적으로 반응했다. 더 나아가 쉽게 끊어지지 않는 강한 탄소-염소 결합을 가진 물질까지 반응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다루기 까다로웠던 ‘3차 알킬 클로라이드’까지 활용해 만들기 어려웠던 다양한 옥신돌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라디칼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단계의 반응성만 높이는 데서 나아가, 라디칼 생성과 촉매 재생을 포함한 전체 촉매 사이클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촉매를 설계하고 새로운 반응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하면 앞으로 지금까지 쉽게 반응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웠던 물질도 새로운 합성 재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통해 의약품과 생리활성 물질처럼 구조가 복잡한 분자를 보다 온화하고 효율적인 조건에서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라디칼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하나의 촉매 반응을 이루는 여러 과정이 균형 있게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반응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물질을 활용하는 새로운 라디칼 촉매 반응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장세라 석박사통합과정과 연세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한 정성렬이 공동 제1저자로, KAIST 화학과 김수민 석박사통합과정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8월 3일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Cyclopropenimine-Enabled Redox Control in Copper-Catalyzed Radical Cyclization to 3,3-Disubstituted Oxindoles, ※ DOI: 10.1021/jacs.6c09015
※ 저자 정보: 장세라(KAIST, 공동 제1저자), 정성렬(연세대학교, 공동 제1저자), 김수민(KAIST, 제3저자), 이윤미(KAIST, 교신저자)
상처에는 ‘찰싹’ 물은 ‘쫙’ 퍼지는…다기능 바이오소재 개발
상처에는 빠르게 달라붙어 피를 멎게 하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쫙 퍼지게 하는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천연물질인 키토산과 바이오매스 원료를 이용해 ‘접착’과 물이 표면에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했다.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상온에서 30분 만에 만들 수 있어 지혈제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키토산(chitosan, CHI)과 식물 등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인 1,2,4-벤젠트리올(1,2,4-benzenetriol, BTO)을 이용해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 기능을 동시에 갖는 폴리페놀 바이오접착 소재 ‘CHI-B’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식물 등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로 다양한 물질의 표면과 상호작용해 잘 달라붙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의료·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접착 소재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CHI-B의 특징은 하나의 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잘 퍼지는 표면 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에서는 빠르게 달라붙어 출혈 부위를 막고, 유리나 플라스틱 등에 코팅하면 물이 닿는 즉시 넓게 퍼지는 ‘초친수성(superhydrophilic)’ 표면을 만든다.
초친수성은 물방울이 표면에 동그랗게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넓고 얇게 퍼져 표면을 적시는 성질이다. 연구팀은 CHI-B를 유리뿐 아니라 테플론으로 잘 알려진 불소계 고분자 소재인 PTFE, 음료병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PET,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S, 광촉매와 기능성 코팅 등에 활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O₂) 등 성질이 서로 다른 다양한 소재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극미량인 10 ppm(100만 분의 10 수준)의 요소(urea)를 함께 사용하면 CHI-B 코팅 표면을 초친수성으로 만들 수 있었다. 요소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지는 질소화합물로, 이번 연구에서는 매우 적은 양만으로 코팅 표면에서 물이 빠르게 퍼지는 특성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
코팅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CHI-B로 처리한 표면은 한 달 이상 세척한 뒤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1년이 지난 코팅에서도 물이 잘 퍼지는 우수한 젖음 특성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소재의 표면 성질을 바꾸는 기능성 코팅이나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등의 표면처리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CHI-B의 강한 접착력을 이용해 의료용 지혈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세포 독성 평가에서 CHI-B는 높은 생체적합성, 즉 생체 조직이나 세포와 접촉했을 때 유해한 영향을 적게 나타내는 특성을 보였다. 생쥐의 간 출혈 부위에 CHI-B 스펀지를 적용한 결과 출혈량이 대조군보다 크게 감소했다. CHI-B가 출혈 부위에 빠르게 달라붙어 상처를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지혈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강점은 제조 과정을 크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키토산 기반 바이오접착제를 만들 때는 키토산과 다른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EDC/NHS와 같은 별도의 화학 결합제가 주로 사용됐다. 이 방식은 고가의 시약뿐 아니라 반응 후 남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정제와 긴 투석 과정이 필요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BTO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성질에 주목했다. 산화된 BTO는 다른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파라-퀴논(para-quinone)’이라는 반응성이 높은 구조로 바뀌고, 키토산에 있는 ‘아민기(amine group, –NH₂)’와 빠르게 반응한다. 아민기는 질소와 수소를 포함한 화학 구조로, 이번 반응에서는 두 물질이 결합하는 연결 부위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공기 중 산소가 BTO를 키토산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꿔줘, 기존 화학 결합제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별도의 화학 결합제나 가열 과정 없이 상온에서 30분 이내에 CHI-B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수십 리터 규모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대량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CHI-B는 물에 잘 녹는 특성도 보였다. 일반적인 키토산은 물에 잘 녹지 않아 활용에 제약이 있지만, 물을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CHI-B 스펀지는 물에 닿은 뒤 약 15초 만에 완전히 녹았다. 산성 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과 비슷한 중성 환경에서도 높은 용해도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천연·바이오매스 기반 소재 하나로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하면서, 실제 산업 적용을 고려한 간단한 제조법과 생산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출혈 부위에 사용하는 지혈 소재를 비롯해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물의 젖음 특성을 조절해야 하는 다양한 기능성 표면처리 소재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바이오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표면 특성을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조 과정도 단순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지혈 소재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김은우 학생이 제1저자로, 이해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됐으며, 지난 4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
※ 논문명: Sustainable and scalable polyphenolic bioadhesives for hemostasis and surface functionalization, DOI: 10.1039/D6MH00249H
※ 관련 시연 동영상: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toEwNZhy9gBDuo_9mKHWaDU4wtsdlQwJ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팩토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순규 교수, 105년 전통 ‘오가닉 신세시스’ 검증편집위원 ‘한국인 최초’ 선출
논문을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과학자가 제안한 합성법을 직접 실험해 재현성을 검증하는 105년 전통의 유기화학 학술지가 있다. 세계 유기화학자들이 신뢰하는 표준 합성법을 축적해 온 미국의 ‘오가닉 신세시스(Organic Syntheses)’다. 우리 대학 한순규 교수가 한국인 화학자로는 처음으로 이 학술지의 검증편집위원에 선출됐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한순규 교수가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Organic Syntheses, Inc.) 총회에서 ‘오가닉 신세시스’ 편집위원회 위원(Member of the Board of Editors)으로 선출됐다고 11일 밝혔다.
한 교수는 향후 5년간 검증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저널에 게재할 연구의 제안과 초청, 선정은 물론 다른 연구자가 개발한 합성법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재현·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후 3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1921년 창간된 오가닉 신세시스는 일반적인 학술지와 달리 논문에 제시된 유기화학 합성법을 검증편집위원의 연구실에서 직접 반복 실험해 재현성을 확인한 뒤에만 출판하는 독보적인 운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편집장은 MIT 화학과 릭 댄하이저(Rick Danheiser) 교수가 맡고 있다. 수율과 선택성, 정제 과정까지 실제 실험을 통해 엄격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이곳에 수록된 합성법은 전 세계 유기화학자들이 신뢰하고 활용하는 표준 실험 지침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검증편집위원은 단순히 논문을 심사하는 것을 넘어 다른 연구자의 실험을 직접 검증하고 신뢰성을 보증해야 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학문적 안목과 실험 역량이 요구된다. 역사적으로도 유기화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들이 검증편집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포함해 총 14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는 통상 2명의 아시아 지역 학자가 참여해 왔다.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료지 노요리(Ryoji Noyori) 교수를 비롯해 일본·중국·홍콩의 저명한 화학자들이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인 화학자가 검증편집위원에 선출된 것은 한 교수가 처음이다. 한 교수는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홍콩대학교(University of Hong Kong) 파울린 츄(Pauline Chiu) 교수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한순규 교수의 한국인 최초 검증편집위원 선출은 KAIST의 탄탄한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우리나라 유기화학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뜻깊은 성과”라며 “KAIST 연구자들이 탁월한 연구성과를 넘어 글로벌 학술사회의 신뢰와 지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가닉 신세시스가 창간 이후 출판한 3,100여 편의 논문 가운데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기화학자의 논문은 9편이며, 이 중 4편이 KAIST 교수진의 연구다.
한 교수의 위원 선출로 KAIST 화학과는 검증편집위원 재임기간 동안 ‘오가닉 신세시스 석학 강연 시리즈(Organic Syntheses Distinguished Lecture Series)’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유기화학자를 KAIST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적 석학들과 교류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교수는 복잡한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다. 2014년 KAIST에 부임한 이후 우리나라 약용식물인 광대싸리나무에서 유래한 복잡한 구조의 알칼로이드 천연물 다수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합성화학 연구를 바탕으로 빛으로 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 광스위치를 개발하고, 합성 천연물 유도체를 활용한 항암제와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한 교수는 2025년 6월부터 유기화학 분야의 또 다른 대표적 국제학술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도 맡고 있다.
한순규 교수는 “학생 시절부터 오가닉 신세시스에 실린 화학 반응을 연구에 활용하면서 이를 직접 반복하고 검증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온 화학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껴왔다”며 “KAIST에서 훌륭한 학생·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이번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함께해 준 구성원들과 학교의 지원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로저 애덤스(Roger Adams), 조지 뷔히(George Büchi), 아서 코프(Arthur Cope), 알버트 에셴모저(Albert Eschenmoser), 로널드 브레슬로(Ronald Breslow), E. J. 코리(E. J. Corey) 등 유기화학의 역사를 만든 선배 화학자들이 그랬듯, 성실한 검증편집위원 활동을 통해 세계 화학자들에게 기여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학 지식을 축적해 인류의 화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약한 수소결합이 ‘결합 1등’ 구리 밀어냈다…금속 선택의 새 길 열어
늘 ‘결합 1등’이던 구리가 밀려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주변의 약한 수소결합만 조절해 구리가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오랜 금속 안정성 순서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금속을 골라내는 분리 기술과 촉매 설계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비타민 B2의 핵심 구조인 플라빈(flavin)을 이용해 금속을 중심으로 여러 분자가 둘러싸 결합한 ‘금속 착물’을 개발하고, 금속 주변의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을 조절해 기존 ‘어빙-윌리엄스 계열(Irving–Williams series)’과 반대되는 금속 안정성 경향을 구현했다고 6일 밝혔다.
어빙-윌리엄스 계열은 철·니켈·구리처럼 다른 물질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이금속이 주변 분자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를 순서로 나타낸 경험 법칙이다.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 아연(Zn) 가운데 일반적으로 망간에서 구리로 갈수록 안정성이 높아지고, 특히 구리가 매우 안정한 결합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금속 안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뜻하는 ‘전자 구조(electronic structure)’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다시 말해 어떤 금속이 더 잘 붙는지는 각 금속이 원래 가진 특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이 순서를 바꾸려면 금속을 직접 붙잡는 분자인 ‘리간드(ligand)’를 새롭게 만들거나, 금속과 주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인 ‘배위 구조(coordination structure)’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작용하는 ‘수소결합’에 주목했다. 수소결합은 분자와 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비교적 약한 힘으로, 주변 구조를 일정한 형태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플라빈의 일부 화학 구조를 변형한 ‘플라빈 유도체’를 이용해 망간부터 아연까지 서로 다른 금속을 넣되, 각 금속을 둘러싼 분자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금속 주변의 기본 조건을 같게 한 뒤, 수소결합이 각 금속의 안정성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수소결합이 특히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필요한 구조 변화를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리는 주변의 결합 구조를 조금 변형해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를 만들면서 더욱 안정해지는 특성이 있다. 사람이 몸을 조금 움직여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구팀이 만든 구조에서는 주변의 수소결합이 구리를 단단히 잡아주면서 이러한 ‘편한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얻었던 이점이 줄어들면서, 기존과 반대되는 ‘반(反) 어빙-윌리엄스 경향(anti-Irving–Williams trend)’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구리가 ‘결합 1등’에서 밀려났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마다 정해져 있다고 여겨졌던 ‘잘 붙는 순서’를 주변 환경을 바꿔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금속이 섞여 있을 때 원하는 금속은 잘 붙게 하고 다른 금속은 덜 붙게 만들 수 있다면, 필요한 금속만 골라내거나 회수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원하는 금속이 더 잘 작용하도록 주변 환경을 조절하는 촉매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의 단백질과 효소가 철·구리·아연 등 여러 금속 가운데 필요한 금속을 골라 사용하는 것처럼, 생명체의 작동 원리를 본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생체모사 시스템(biomimetic system)’을 설계하는 데도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윤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구리의 안정성을 낮췄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졌던 결합 안정성의 순서를 주변 환경을 통해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원하는 금속을 선택적으로 붙잡거나 반응시키는 새로운 화학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덴마크에서 개최된 국제배위화학학술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ordination Chemistry, ICCC)에서도 주목받았다. 제1 저자인 KAIST 화학과 임하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이번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해 한국인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임하늘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9월 3일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When Copper Falls: Overriding the Irving–Williams Stability Trend through Outer-Sphere Hydrogen Bonding, DOI: 10.1021/jacs.6c10430
※ 저자 정보: 임하늘(KAIST, 제1 저자), Neetu Singh(KAIST, 공동 제2 저자), 권성연(IBS, 공동 제2 저자), 서창현(KAIST, 제3 저자), 정낙관(KRISS, 제4 저자), 백윤정(KAIST, 교신저자) 등 총 6명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우수신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KAIST 국제협력처의 ‘신진연구자 대상 미국 국제공동연구 오픈트랙 사업’및‘KARA Partnership 연구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Caltech, 연구 넘어 ‘인재도 함께 키운다’…글로벌 공동지도 모델 구축
우리 대학이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하 ‘Caltech’)와 공동연구를 넘어 차세대 연구자까지 함께 키우는 새로운 글로벌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우리 대학은 9월 1일부터 2일까지 Caltech과 ‘제1회 KAIST-Caltech 분자과학 및 화학혁신 공동 워크숍(1st KAIST-Caltech Joint Workshop on Molecular Science and Chemical Innovation)’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이 첨단 분자과학과 미래 화학기술 분야의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연구와 인재양성, 연구시설 활용까지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KAIST와 Caltech 교수가 박사후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을 함께 선발하고 지도하는 ‘KAIST-Caltech 글로벌 연구 펠로우(KAIST-Caltech Global Research Fellow, KCGRF)’ 프로그램의 구축과 운영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KCGRF는 양 기관 교수들이 공동 연구주제를 발굴하고 이에 적합한 박사후연구원을 함께 선발·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 연구자가 KAIST와 Caltech 양 기관의 연구환경을 모두 경험하면서 세계적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해 국제적 연구역량을 갖춘 차세대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KAIST가 추진하는 ‘Global Connect’ 전략의 구체적인 실천 모델이기도 하다. 해외 대학과의 단순 교류를 넘어 인재와 지식, 연구 아이디어가 양 기관을 오가며 공동연구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지는 ‘함께 만드는 국제화’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Caltech은 화학·물리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오랜 연구 전통을 이어오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KAIST는 Caltech의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KAIST가 강점을 가진 AI·자율화 기반 연구역량을 결합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를 공동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양 기관의 협력은 2024년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BrainLink)을 계기로 시작됐다. ‘질소-수소 시너지 허브연구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김형준 교수)를 중심으로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이어왔으며, 올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센터장 KAIST 화학과 한상우 교수)를 출범시키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KAIST 화학과와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는 2026년 3월 학술·연구협력 협정(MOU)을 체결하며 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양 기관은 매년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공동지도 교수 매칭과 박사후연구원 발굴, 상호 연구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공동지도 프로그램 운영체계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AI for Chemistry, 자율화 실험실(Autonomous Laboratory), 계산·이론화학, 분자과학, 촉매·합성·전기화학, 지속가능·순환화학 등 미래 화학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연구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KAIST가 구축 중인 합성 및 전기화학 분야 자율화 실험실을 Caltech 연구진과 공동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가 실험 설계와 수행, 데이터 분석 등을 지원하는 첨단 연구환경을 양 기관 연구자가 함께 활용함으로써 공동연구의 속도와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학원생의 단기 상호 방문을 추진해 대학원생-박사후연구원-교수로 이어지는 지속 가능한 인적·학술 교류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과제를 중심으로 한 일회성 협력을 넘어 양 기관의 차세대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새로운 공동연구를 만들어내는 장기적 협력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는 화학산업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과 소재로 전환하는 지능형 화학 업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해 탄소중립과 순환경제에 기여하는 새로운 화학기술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사라 라이즈먼(Sarah E. Reisman) Caltech 화학·화학공학부 학부장은 “Caltech과 KAIST 화학 분야 교수진은 오랜 기간 학생 교류와 연구 협력을 이어오며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이번 워크숍은 양 기관의 교수진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지능형 순환 화학 생태계 혁신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KAIST와의 굳건한 파트너십을 앞으로도 지속해 나갈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우 KAIST 화학과 교수는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KAIST와 Caltech의 협력을 공동연구에서 차세대 연구자를 함께 키우는 단계로 확대하고자 한다”며 “양 기관의 강점을 연결해 미래 화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주제와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KAIST의 국제협력은 세계의 우수한 대학과 사람과 지식이 오가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Caltech과 같은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KAIST의 ‘Global Connect’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복잡한 약물도 쉽게 재설계하는 분자 편집 기술 개발
약품 등에 가장 흔히 쓰이는 피리딘 화합물을 아주 손쉽게 바꿔 쓸 수 있는 합성법이 개발됐다. 복잡한 구조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어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 탐색의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화학과 홍승우 교수(기초과학연구원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 홍승우 단장직무대행) 연구팀이 피리딘 구조 내 질소의 위치 변경(원하는 위치에 새 질소를 넣고 기존 질소는 제거) 방식으로, 주변 치환기*의 상대적 위치를 조절하는 ‘질소 원자 전위(N-atom transposition)’ 합성법을 개발했다.
* 치환기(Substituent) : 분자의 기본 골격에 붙어 분자의 화학적·물리적 성질 등에 영향을 주는 원자 또는 원자단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8월 18일(화) 게재됐다.
피리딘(Pyridine)은 탄소(C) 원자 5개와 질소(N) 원자 1개로 구성된 육각형 고리 구조를 띠며 의약품 등 다양한 화학물질의 기본 골격으로 널리 활용된다. 아울러 피리딘은 같은 구성의 치환기가 붙어 있더라도 질소와 치환기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분자의 물리화학적 성질(용해, 흡수, 투과, 결합 등)과 생물학적 활성(약효)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신약 개발에서는 질소의 위치 관계만 조금씩 다른 이성질체*를 만들어 기능을 비교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 위치 이성질체(Positional isomer) : 구성 원자와 치환기는 같지만 특정 원자나 치환기의 위치가 서로 다른 화합물
그러나 기존에는 피리딘 고리에 붙은 치환기가 위치를 바꾸기 어려운 고정된 요소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원하는 배치의 이성질체를 얻으려면 각각에 맞는 출발 물질과 합성 경로를 설계해 처음부터 따로 만들어야 했다. 완성된 분자에서 치환기만 다른 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시도됐지만, 치환기의 종류에 따라 반응 조건이 달라져 여러 치환기가 결합된 복잡한 분자에 적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치환기를 하나씩 옮기는 대신 기준점인 질소의 자리를 바꾸는 역발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치환기는 그대로 둔 채 질소의 위치를 바꿔, 질소를 기준으로 여러 치환기의 위치 관계를 한꺼번에 변화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외부의 질소 공급원으로부터 새로운 질소를 고리에 삽입한 뒤, 기존 질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6원자 고리가 일시적으로 7원자 고리로 확장됐다가 다시 재배열되며 질소의 위치가 달라진 새로운 피리딘이 형성됐다. 동위원소 추적 실험 결과, 새로 투입된 질소는 고리에 남고, 기존 질소는 질소 기체(N2)로 배출됨이 입증됐다. 새 합성법은 다양한 구조의 피리딘에 폭넓게 적용됐다. 연구진은 치환기가 하나인 단순 구조부터 두 개 이상의 복잡한 구조, 화학적 성질이 각기 다른 여러 치환기를 가진 구조까지 질소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하는 데 성공했다.
반응 조건을 최적화했을 때 이성질체 합성 수율은 88%에 달했으며, 반응물의 양을 10밀리몰(mmol)로 크게 증량한 실험에서도 74%의 높은 수율을 유지해 대량 생산 및 실용화 가능성도 입증했다.
특히 실제 시판 중인 항암제(비스모데깁, 아비라테론 아세테이트)와 소염진통제(에토리콕시브)에 이 기술을 적용해 기존 약물의 복잡한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질소 위치만 다른 새로운 약물 후보 분자들을 합성해 냈다.
또한 연구진은 같은 출발 물질이라도 사용하는 용매에 따라 형성되는 위치 이성질체의 비율이 달라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계산화학 분석 결과, 이는 용매에 따라 화학반응에 필요한 최소 에너지인 ‘에너지 장벽’의 높이가 달라지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용매 조건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특정 위치 이성질체를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홍승우 IBS 단장은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핵심 골격 안의 원자 위치 자체를 바꿔보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출발한 연구”라며, “완성된 분자의 핵심 골격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편집해 물성과 약효 변화를 다각도로 탐색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약 설계해줘”... 소버린 바이오 AI 'K-Fold' 공개
“이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신약 후보를 설계해줘.”
연구자가 AI에게 이렇게 요청하면 AI가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고, 어떤 물질이 잘 결합할지 분석해 유망한 신약 후보를 설계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단백질 구조 예측을 수행하는 바이오 AI 모델 ‘K-Fold(케이폴드)’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
우리 대학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주관기관으로 ‘팀 KAIST’를 구성하고,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를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팀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가 연구를 총괄하고, 김우연 교수 그룹과 김재철AI대학원 황성주·안성수 교수 그룹 연구원들이 AI 모델 개발을, 생명과학과 오병하·김호민·이규리 교수가 단백질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담당한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HITS)는 K-Fold를 연구자가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AI 연구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과 연계해 서비스로 구현했다. K-Fold의 성과 확산과 산업계 활용 촉진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맡는다.
K-Fold의 가장 큰 특징은 신약 개발에 필요한 단백질과 약물의 ‘결합’을 AI로 예측한다는 것이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먼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이 어떤 모양인지 파악하고, 수많은 물질 가운데 어떤 것이 그 단백질에 잘 붙어 원하는 작용을 하는지 찾아야 한다. K-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것은 물론 약물 후보가 단백질의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결합할지까지 미리 계산해 유망한 후보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단백질 하나의 구조만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단백질과 단백질, 단백질과 약물 후보 물질, DNA·RNA 등 여러 생체분자가 서로 만났을 때 어떤 구조를 만드는지까지 예측할 수 있다.
성능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 3월 과제 단계평가에서 K-Fold의 분자 복합체 구조 예측 정확도는 구글 딥마인드의 AlphaFold3(알파폴드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이 8월 자체 수행한 성능평가에서는 일부 평가 항목에서 기존 글로벌 모델보다 높은 성능도 확인했다.
특히 암을 비롯한 여러 질환의 주요 신약 표적인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와 인산화효소(Kinase),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직접 제거하는 새로운 신약 기술인 표적단백질분해(TPD) 분야에서 약물이 표적 단백질에 어떻게 결합하고 작용하는지를 예측하는 데 높은 성능을 보였다.
구조 예측 속도도 크게 높였다.
기존 단백질 구조 예측 AI는 구조를 계산하기 전에 비슷한 단백질의 서열 정보를 대량으로 찾아 비교하는 복잡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K-Fold는 이러한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사전 계산 단계를 없애고, 기존 모델 대비 구조 예측 속도를 최대 25배 높였다.
이는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약 후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 예측에 필요한 시간과 컴퓨팅 자원을 줄이면서 수많은 후보 가운데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빠르게 골라내 연구자가 실제 실험할 대상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핵심 기술을 우리 스스로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AI’ 역량에 달려 있다”며 “K-Fold는 국내 독자 AI 기술을 바이오와 결합해 세계 수준의 기술에 도전하고, 실제 신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KAIST는 앞으로도 AI 원천기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을 통해 대한민국의 AI 기술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K-Fold를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웹에서 대화하듯 사용할 수 있는 AI 연구 서비스로 구현했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의 멀티에이전트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에 K-Fold를 탑재해 별도의 고성능 컴퓨터를 직접 구축하거나 복잡한 AI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이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설계한 뒤 계산을 통해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이 암 표적 단백질에 적합한 펩타이드 후보를 찾아줘”라고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쉽게 말해 연구자가 직접 여러 프로그램을 옮겨 다니며 구조를 계산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대신, AI에게 연구 목표를 말하면 필요한 분석과 설계를 차례로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하이퍼랩은 이를 위해 구조 예측과 약물 설계, 유전체·단백질 등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120여 개의 계산 도구와 160여 개의 전문 기능을 갖췄다. 또한 100여 개의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대규모 지식그래프를 연결해 필요한 연구 정보를 찾아 분석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선택해 구조를 예측하고, 결과를 분석한 뒤 다시 설계를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연구자를 돕는 ‘AI 공동연구자(Co-Scientist)’를 지향한다.
바이오 AI는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면서 미국·영국·중국의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연구기관들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K-Fold 개발은 바이오 AI 핵심 기술을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내 기술로 확보해 실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소버린 바이오 AI’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성과는 지난 6월 23일 열린 ‘2026 한국생체분자과학연합학술대회’에서 김우연 교수가 ‘에이전틱 AI 기반 생성형 신약 설계(Generative Drug Design Powered by Agentic AI)’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처음 공개했다.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는 “K-Fold는 기존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AI 구조를 적용해 기존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개발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AI를 연구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과학 AI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팀 KAIST’ 컨소시엄은 K-Fold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며, 하이퍼랩은 국내외 연구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제공한 뒤 올해 안에 단계적으로 상용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K-Fold의 산업 현장 확산을 위한 교육도 본격화됐다. 8월 27일 한국바이오협회 온라인 교육에는 85명이 참여했으며, 9월 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진행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에는 현재 118명이 신청했다. 교육에서는 제약·바이오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K-Fold 활용법과 신약 설계 적용 사례를 소개해 소버린 바이오 AI의 산업 현장 도입을 지원한다.
※ 관련 사이트: HyperLab Co-Scientist: https://hyperlab.ai/features-co-scientist
K Fold-하이퍼랩 3.0 소개영상: https://drive.google.com/file/d/1MxhZr-C3pQdIVn1EP44hQICj8G70is3_/view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차세대 바이오 파운데이션 모델 K-Fold 개발’ 과제(PJT-25-100009) 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배터리 ‘방해꾼’도 에너지로… 저장 순서 바꾼 발상의 전환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졌던 반응을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차세대 물 기반 배터리의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선아 교수 연구팀이 금속과 유기 분자가 연결돼 미세한 구멍을 이루는 2차원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이용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아연 이온(Zn²⁺)과 양성자(H⁺,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입자)를 차례로 저장하는 새로운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물을 기반으로 한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전해질은 배터리 안에서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물질이다. 수계 아연이온전지는 불이 붙을 위험이 비교적 낮고 가격이 저렴하며 환경 부담도 적어, 많은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차세대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아연 이온은 전하가 커 전극 안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려워,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빠르게 충·방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양성자는 작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너무 많이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양성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방해꾼’으로 여겨져 반응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다. 양성자 반응을 없애는 대신,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저장되는 순서를 조절해 둘 다 에너지 저장에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전극의 미세한 구멍 안에 양성자를 붙잡는 일종의 ‘저장 자리’인 아민(amine) 작용기를 넣었다. 아민 작용기가 특정 전압에서 양성자를 저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그다음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도록 한 것이다.
원리는 빈 병에 큰 자갈을 먼저 넣고, 자갈 사이의 빈틈을 고운 모래로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비교적 큰 아연 이온을 먼저 저장하고 이후 작은 양성자를 추가로 저장해 하나의 전극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압이 높은 구간에서는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전압이 더 낮아지면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 소재 Cu₃(HHTATP)₂에서는 이처럼 아연 이온과 양성자가 서로 다른 전압 영역에서 차례로 에너지 저장에 참여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순서다. 양성자가 너무 일찍 반응하면 부산물이 생겨 아연 이온의 이동을 방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된 뒤 양성자가 반응하도록 해 두 저장 과정이 서로 방해하는 것을 줄였다.
개발한 전극 소재는 0.5 A g⁻¹의 조건에서 368.7 mAh g⁻¹의 높은 저장 용량을 기록했다. 쉽게 말해 적은 양의 전극 소재로도 많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충·방전 속도를 16배 높인 빠른 조건에서도 처음 저장 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46.9%를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충·방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양이 줄어드는데, 이번 전극은 빠른 충·방전에서도 상당한 저장 능력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500회 이상 빠른 충·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다양한 X-선 분석법을 통해 아연 이온이 먼저 저장되고, 이후 양성자가 추가로 저장되는 과정을 확인했다. 또한 양성자를 저장했다가 다시 내보내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다공성 전극 소재에서 고용량과 빠른 이온 수송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분자 수준의 설계를 통해 서로 다른 이온이 저장되는 순서를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차세대 수계 아연 이온 전지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수계 아연이온전지가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빠르게 충·방전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향후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활용되는 물 기반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박선아 교수는 “기존에는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방해꾼’으로 여겨졌던 양성자를 오히려 에너지를 더 저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원리를 다양한 전극 소재에 적용해 더 많은 에너지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OSTECH 박근찬 석박통합과정생 및 이규원 석사과정생(졸업)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Chem에 7월 7일 자 게재됐다.
※ 논문명 : Sequential Zn2+–H+ Storage in a 2D Conductive Metal-Organic Framework for Advanced Aqueous Zinc-Ion Battery DOI: 10.1016/j.chempr.2026.103129
※ 저자 정보 : 박근찬 (공동 1 저자), 이규원 (공동 1 저자), 김강민 (제2 저자), 박선아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및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복잡한 신소재 없이 빛의 회전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한다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분자의 집단적인 배열을 제어해 빛의 회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원편광은 빛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바람개비처럼 회전하며 나아가는 특수한 빛으로,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통신, 보안기술의 핵심 광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비카이랄 분자를 ‘초미세 바람개비'처럼 배열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해 원하는 방향의 원편광을 구현했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학교(총장 김정겸), 아주대학교(총장 최기주),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및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진과 공동으로, 대칭적인 비카이랄(Achiral) 액정 분자를 공간적으로 제한한 상태에서 전기장을 가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카이랄(Chiral) 바람개비 구조를 형성하고, 이를 고분자 나노섬유로 영구적으로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우리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지만 서로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성질을 카이랄성(Chirality)이라고 한다. 이러한 카이랄성은 단백질과 DNA 같은 생체분자는 물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센서, 광통신 등에 사용되는 광학 소재의 핵심 특성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카이랄 광학 소재를 만들기 위해 분자 자체를 비대칭 구조로 복잡하게 합성하거나 많은 양의 카이랄 물질을 첨가해야 했다. 이 때문에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소재 선택의 폭이 제한되며,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회전 방향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적인 배열이 카이랄성을 만든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같은 종이라도 접는 방향에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의 바람개비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분자에 적용했다. 개별 분자 자체에는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없더라도 여러 분자가 특정한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배열되면 전체 구조에는 서로 반대되는 카이랄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연구팀은 막대 모양의 분자들이 스스로 초미세 바람개비처럼 모이도록 만든 뒤, 여기에 전체 물질의 1%도 되지 않는 극소량의 카이랄 첨가제를 넣어 모든 바람개비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이 구조를 고분자 나노섬유 위에 그대로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된 구조에 일반적인 발광 물질을 도입하자, 구조의 회전 방향에 따라 서로 반대 부호의 원편광(Circularly Polarized Light) 발광 신호가 나타났다. 이는 발광 분자 자체에 카이랄성을 새롭게 도입하지 않고도 주변 구조의 배열만으로 방출되는 빛의 편광 특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빛을 내는 분자의 화학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그 주변에 형성된 구조의 배열을 제어해 빛의 성질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쉽게 말해, 같은 레고 블록도 조립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이 되듯, 같은 분자도 배열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카이랄 구조와 광학적 특성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다.
윤동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복잡한 카이랄 분자의 화학구조가 아닌‘배열 방식'만으로 빛의 회전 방향을 제어한 것이 핵심”이라며 "복잡한 신소재를 새로 만들지 않고도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AR·VR 광학소자, 편광 센서, 광통신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광학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제1저자인 한정연 박사과정은 "기존에는 왼손과 오른손 구조가 함께 생겨 카이랄 특성이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극소량의 첨가제가 회전 방향만 선택하도록 설계해 넓은 영역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정연 박사과정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 논문 제목: Microchiral pinwheel arrays based on achiral molecules, 10.1038/s41467-026-76089-z
※ 저자: 한정연(제1저자), 박원경, 노병일, 후미토 아라오카(Fumito Araoka), 정성욱, 전병학, 유영민, 박윤수, 이경진*, 허정무*, 윤동기* (*교신저자)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노코어(InnoCORE) 사업 및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2년이 증명한 학부 연구(URP)의 힘...세계적 인재 양성
우리 대학 학부 연구가 10여 년 만에 세계 대학 교수와 글로벌 산업계 전문가를 길러냈다. 2014년 학부 연구생으로 소개됐던 학생들이 12년 뒤 미국 유수 대학 교수와 글로벌 제약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문가로 성장하며, KAIST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URP)의 장기적인 인재 양성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대학은 학부생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스스로 질문을 발굴하고 연구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학부생 연구참여 프로그램(URP, Undergraduate Research Participation Program)이 세계 수준의 연구자와 과학기술 산업 전문가를 배출하는 인재 양성의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고 9일 밝혔다.
URP는 학부생이 교수 연구실에서 실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연구 아이디어 도출부터 실험,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연구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지원하는 KAIST의 대표적인 연구교육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총 679개의 연구과제가 수행됐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국제학술지 논문 게재와 특허 출원, 국제학회 수상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배충식 총장은 “KAIST는 학부생들이 세계 수준의 연구 환경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 중심 교육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며 “앞으로도 URP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과학기술 인재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실이다. KAIST는 2014년 ‘박용근 교수, 세계적 논문 쓴 학부생 연이어 배출’이라는 제목으로 박 교수 연구실 학부 연구생들의 성과를 소개했다. 당시 소개된 세 학생은 12년이 지난 현재 대학과 산업계의 서로 다른 자리에서 세계적 연구자와 전문가로 성장했다.
조상연 동문은 KAIST 학부 1학년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 졸업할 때까지 30학점이 넘는 연구학점을 이수했다. 학부 시절 발표한 두 편의 제1저자 논문 가운데 말라리아 광학영상 연구는 국제학술지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 2012)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하버드대학교 공동 의과학 과정(HS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 의과대학 조교수를 거쳐, 2026년 7월 미국 라이스대학교(Rice University) 조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노레이저로 개별 암세포와 치료용 세포를 장기간 추적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조영주 동문은 학부 시절 현미경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연구를 시작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 기반을 다졌다. 특히 당시 수행한 가상 염색·진단 연구는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Nature Cell Biology),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등에 게재됐고, 이후 스탠퍼드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하며 2022년 셀(Cell) 표지논문을 제1저자로 발표했다. 조 동문은 2026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 조교수로 부임해 뇌에 복잡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서은 동문은 학부 연구에서 얻은 탐구 경험을 산업의 언어로 확장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쳐,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Eli Lilly) 신경과학 부문에서 유망 바이오텍과의 인수·합병, 라이선싱, 파트너십 등 협력을 발굴하고 성사시키는 오픈이노베이션(External Innovation) 업무를 이끌고 있다. 이는 학부 연구 경험이 전통적인 연구자 진로뿐 아니라 과학기술 기반 산업의 전략과 협력 분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사람이 도착한 곳은 대학과 기업으로 서로 달랐지만 출발점은 같았다. 학부 1·2학년 때 스스로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남이 정해준 실험이 아니라 자신이 궁금해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연구를 경험했다는 점이다. 조상연 동문은 학부 시절 밤늦게 기숙사로 돌아가다 꺼져 있던 가로등이 켜지는 장면에서 초고해상도 현미경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박용근 교수와 함께 이를 과학적 질문으로 다듬어 논문으로 발전시켰다.
이 같은 학부 연구 문화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박세호 학부생(제1저자)이 참여한 시계열 데이터 인과관계 추정 방법론(GOBI) 연구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2024년에는 윤태식 학부생(제1저자)이 항암치료와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한 천연물 세큐린진 G(Securingine G)의 세계 최초 전합성 연구를 수행했다. 2025년에는 김민재 학부생의 실시간 호흡 모니터링용 웨어러블 이산화탄소 센서 연구(공동 제 1저자)와 OLED 디스플레이 연구(주저자)가 각각 디바이스(Device, Cell Press)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조재홍 학부생은 URP 연구를 바탕으로 IEEE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논문상과 우수 연구재현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처럼 URP를 통해 신약, 웨어러블 기기,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부생 주도의 세계 수준 연구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URP는 매년 학부생들이 세계적 학술지 논문과 국제학회 수상으로 이어지는 연구성과를 창출하며, 학부 단계부터 세계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박용근 교수는 “교수인 제가 잘해서 학생들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훌륭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KAIST의 환경에 감사할 따름이며, 이들의 큰 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연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일이기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출발점은 같다. 얼마나 몰입하고 끈기 있게 포기하지 않으며, 스스로 질문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느냐가 결국 연구자를 만든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12년 전 학부 연구실에서 시작된 질문은 현재 세계 대학과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연구와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URP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가는 연구 경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포성장 신호 켜지는 ‘스위치’ 찾았다...차세대 항암 표적 제시
세포에도 ‘성장 스위치’가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충분할 때 이 스위치를 켜 성장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암세포에서 영양 신호가 이 성장 스위치를 켜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차세대 항암 치료법 개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박희성·강진영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김성훈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핵심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는 주변에 아미노산(단백질을 만드는 기본 재료)과 같은 영양분이 충분한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성장과 단백질 합성, 에너지 사용을 조절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세포의 ‘성장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 복합체 mTORC1(mammalian Target of Rapamycin Complex 1)이다.
mTORC1은 영양분과 에너지가 충분할 때 세포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 대사를 촉진한다. 그러나 mTORC1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세포가 필요 이상으로 성장하고 증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암에서 이러한 비정상적인 활성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mTORC1은 오랫동안 항암제 개발의 주요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세포가 외부의 영양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이를 mTORC1 활성화로 연결하는지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먼저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효소가 모여 있는 복합체인 MSC(다중 아미노아실-tRNA 합성효소 복합체, Multi-tRNA Synthetase Complex)에 주목했다. 그동안 MSC는 단백질 합성을 돕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세포 안의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 허브 역할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심은 MSC 안에 있는 LARS1이라는 단백질이었다. LARS1은 류신이라는 아미노산을 인식하는 효소로,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하다는 신호를 받으면‘인산화'라는 변화를 겪는다. 인산화는 단백질에 작은 화학 표지가 붙어 기능이나 결합 상태가 달라지는 과정이다.
이를 비유하면, MSC는 여러 단백질이 모여 대기하는‘관제센터'이고, LARS1은 성장 스위치를 켜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신호 전달 요원'과 같다. 세포에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에 인산화라는 ‘출동 신호'가 전달되고, 이를 받은 LARS1은 함께 붙어 있던 IARS1(아이소류신을 인식하는 단백질 합성 효소)과 분리돼 MSC 밖으로 이동한다. 이후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활성화한다.
즉, 영양분이 부족할 때는 LARS1이 MSC 안에 묶여 있어 성장 신호가 켜지지 않지만, 영양분이 충분해지면 LARS1이 MSC에서 빠져나와 mTORC1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사용했다. 극저온 전자현미경은 단백질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얼린 뒤 입체 구조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장비다. 이를 통해 LARS1과 IARS1이 어떻게 결합해 있는지를 원자 수준에 가깝게 분석했다.
그 결과, 평소에는 LARS1과 IARS1이 단단히 결합해 있지만, 영양 신호를 받아 LARS1이 인산화되면 두 단백질의 결합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LARS1이 MSC에서 분리돼 mTORC1을 활성화하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LARS1이 인산화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든 변이 단백질도 제작했다. 그 결과 mTORC1의 활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를 통해 LARS1의 인산화가 영양 신호를 세포 성장 신호로 바꾸는 핵심‘분자 스위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포가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을 감지한 뒤 성장 스위치를 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데 있다. 특히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MSC가 영양 신호를 받으면 구성 단백질인 LARS1을 방출하고, 이 단백질이 세포의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원리를 규명했다.
현재 일부 항암제는 세포의 성장 스위치인 mTORC1을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mTORC1은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성장과 대사에도 필요해, 직접 억제할 경우 정상 세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LARS1을 인산화시키는 효소와 그 조절 과정을 추가로 밝혀내면, mTORC1 자체를 직접 막는 대신 성장 신호가 시작되는 앞단을 보다 정밀하게 차단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진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영양 신호가 세포의 성장 신호로 전환되는 과정을 구조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암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성장 신호를 보다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희성 교수는 "세포가 영양 상태를 감지해 성장 신호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라며 "MSC를 통해 성장 신호를 조절하는 새로운 분자 스위치를 밝혀냄으로써 차세대 항암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김유진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에 6월 11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Cryo-EM structure of the LARS1:IARS1 complex reveals a nutrient-response switch controlling mTORC1 signaling, https://doi.org/10.1038/s41467-026-74085-x
한편, 이번 연구는 중견연구지원사업, 미래의료혁신대응기술개발사업(과기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