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메뉴 바로가기

행사

과학기술의 이해·접목 통해 문화산업 도약 이끈다​
조회수 : 17619 등록일 : 2005-04-21 작성자 : kaist_news


[특별기고] 원광연 KAIST 학술정보처장    / 국정브리핑 2005.4.21

 "과학기술의 이해·접목 통해 문화산업 도약 이끈다"
과기부-문화부, 업무협약체결로 문화기술(CT) 구현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의 업무협약체결.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을 것이다.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혹은 보건복지부와 문화관광부 간의 협약체결이라면 몰라도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의 업무협약체결이라니. 과학과 예술, 혹은 기술과 문화는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가장 거리가 먼 것 아닌가. 두 부처간에 공동 관심사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두 부처가 함께 노력해서 시너지를 얻을만한 공동 사업이 있을까.

20일 두 부처 간에 맺은 협약식에서 오 명 부총리는 과학과 예술은 기본적으로는 하나였으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세분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고 말문을 열고,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고 예술활동이 진작되기 위해서는 두 분야의 연계와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면서 구체적인 협력 분야를 제시했다. 이어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도 과학과 예술의 상승효과를 먼저 언급하면서 문화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의 이해와 접목이 필수임을 강조하였다.

예술적인 과기부 장관과 산업적인 문화부 장관

이날 협약식에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오 명 부총리는 과학과 예술의 상대적인 위상을 비롯한 보다 근본적인 상호작용성에 비중을 둔데 반해서, 정동채 장관은 산업발전, 특히 문화산업발전을 위한 전략으로서의 과학과 예술의 접목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미래의 산업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 부총리의 예술적 감각과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을 관장하는 정 장관의 산업적 마인드가 맞아 떨어졌다고 보아야 할까. 확실한 것 하나는 이제 더 이상 학문간의 경계, 산업분야간의 경계, 문화예술장르간의 경계, 그리고 부처간의 경계는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두 부처 협약식의 키워드는 C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CT는 Culture Technology, 그러니까 우리말로 옮기면 문화기술 정도가 적합할 것이다. 그 핵심은 문화라는 것을 자연과학과 공학기술 측면에서 접근해보자는 것이다. 이 용어는 필자가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제안해서 지금은 학계 일부와 산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선진국에서도 정립되지 않은 용어를 우리나라에서 임의로 정의해서 사용하는 것은 억지이며 별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우리 학계를 영원히 종속적인 틀에 가두어 둘 것이다. 기존 학문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해서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일부 앞서는 것도 좋지만, 종전에 없던 분야를 새로 개척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두가 인정하는 학문 분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학문의 체계화와 이론의 정립이 수반돼야 한다.

또 한편에서는 CT를 콘텐츠 기술 (Contents Technology) ? 즉,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00년 CT는 우연찮게도 국가미래전략기술의 하나로 지정된 바 있으며, 곧이어 과학기술부에서 작업한 국가과학기술지도(로드맵)에도 명시가 되었고, 현재 진행중인 차세대성장동력산업을 위한 기반기술로서도 자리매김을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움직임보다 더욱 근본적인 이슈가 있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지의 대상에 관한 논리적 접근은 지난 3천년 가까이 지속돼 왔고, 우리의 탐구 대상은 거시세계와 미시세계, 그리고 인간 자신으로 확장됐다. 그러나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부분이 꽤 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의 창의성, 예술 활동, 문화 활동이다. 이에 관한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CT의 핵심이다.

컴퓨터가 스스로 창작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컴퓨터는 스스로 창작을 할 수 있는가. 컴퓨터는 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부터 우리는 CT를 체계화하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먼저, 문화예술에 대한 과학적, 특히 계산학적 접근이다. 즉, 예술의 창작활동과 작품의 감상행위를 계산이론적으로 규명해 보자는 것인데, 이는 물론 학문적인 호기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문화예술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론적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따라서 계산이론적 연구가 이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 문화, 예술적 요소를 이공학 기술에 접목시킴으로써, 관련 이공학 분야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개척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이공학의 모든 분야에 예술적 지식과 경험을 도입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몇몇 분야에서는 이러한 접근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일 뿐더러, 경우에 따라서는 현안 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 번째로, 산업적인 측면에서 문화예술산업과 연계된 제반 기술 개발도 CT의 범주에서 체계화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앞으로 CT라는 맥락에서의 연구 노력이 가시적인 결실을 볼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이런 과정에서 이공학, 인문사회학, 그리고 문화예술간에 대화와 소통, 그리고 교류가 촉진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것이다.

다시 당면과제로 돌아가서, 제조기반의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산업, 특히 문화콘텐츠산업은 탈산업화 시대의 핵심산업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발전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술가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게끔 하는 기술개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획, 문화콘텐츠산업에 절실히 요구되는 고급인력양성 등 해야 할 일은 많다. 이번 협약식은 이런 여정의 첫 걸음이라고 보며 앞으로 양 부처 간에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