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왼쪽부터)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김민정 교수, 고려대학교 권현우 교수 >
인간 유전체 중 일반적인 단백질 생성 유전자는 전체 염기서열의 1%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99%의 유전체 영역은 그 기능이 뚜렷하게 알려지지 않아 ‘쓸모없는 DNA’라는 뜻으로 ‘정크 DNA’라고 불리고 있다. 정크 DNA 가운데 약 1/6을 차지하는 L1 점핑 유전자는 활성화될 경우 세포의 유전정보를 파괴하거나 교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 사람의 진화 과정에서 불활성화(화석화) 됐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되며, 노화와 발암 과정에 연관이 있음을 처음 확인하였다.
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김민정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권현우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로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에 의한 사람 대장 상피 세포의 유전체 파괴 현상을 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의과학대학원 남창현 박사과정과 육정환 박사(現 서울대병원 내과 임상조교수)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5월 10일 字 온라인판(영국 현지시간)에 게재됐다 (논문명 : Widespread somatic L1 retrotransposition in normal colorectal epithelium). 이번 연구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시립대학교, 및 KAIST 교원창업기업 지놈인사이트(Genome Insight)의 연구자들도 참여했다.
우리 몸에서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는 유전체 서열의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인간 종의 진화 과정을 촉진하였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가 세포 유전체의 파괴 및 암 등 질병 발생을 촉진하여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에 현생 인류에서 대다수의 L1 점핑 유전자는 불활성화(화석화)된 것으로 여겨졌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L1 점핑 유전자의 일부는 아직도 특정 조직에서 활성화될 수 있고, 노화 과정에서 이들이 유전체 돌연변이를 빈번하게 생성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세포의 노화 및 암 발생 과정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28명의 개인의 피부(섬유아세포), 혈액 및 대장 상피 조직에서 확보한 총 899개 단일세포의 전장 유전체(whole-genome sequencing) 서열을 생명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했다.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의 빈도는 세포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으며 노화된 대장 상피세포에서 주로 발견됐다. 연구팀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화에 의한 대장 상피세포의 유전체 돌연변이가 태어나기 전 배아 발생단계에서부터 평생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에 따르면 40세가 된 개인의 대장 상피 세포들은 평균적으로 1개 이상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돌연변이를 갖게 된다.

< 그림 1. 연구 개요 >
연구팀은 L1 점핑 유전자 활성화 기전을 추적하기 위해 DNA 뿐만 아니라 후성 유전체 (DNA 메틸레이션) 서열을 함께 확인하였다. L1 점핑 유전자가 활성화된 세포에서는 후성 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발견되어 후성 유전체의 변화가 L1 점핑 유전자의 활성을 조절하는 스위치임을 확인하였다. 연구팀은 세포들의 배아발생과정을 추적하여, 이러한 후성 유전체 불안정성의 대다수가 초기 배아 발생과정에 형성되었음을 제시하였다.
이번 연구는 향후 더 많은 조직에서 L1 점핑유전자 활성화에 의한 노화 및 발암 과정을 확인하고 이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인체 노화 및 질환 발생을 제어하는 기술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의과학대학원 주영석 교수는 "전장유전체 및 생명정보학의 광범위한 적용을 통해 그동안 규명하기 어려웠던 L1 점핑 유전자에 의한 생명현상을 확인한 대표적인 연구ˮ라며 “이번 연구는 DNA 돌연변이가 암이나 질환을 갖고 있는 세포의 전유물이 아니며, 인간의 정상 세포의 노화과정에서 세포 자체의 불안정성에 의해 끊임없이 돌연변이가 생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병원 외과 김민정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체계적으로 확보한 사람 유래 조직이 실제 인간에서 일어나는 질병 과정을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ˮ라며 "향후 임상 및 기초의학의 밀접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ˮ라고 말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권현우 교수는 “그동안 연구팀에서 고도화한 단일세포 유전체 기술이 큰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단일세포 유전체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한국연구재단 생애첫연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 사업, 서경배과학재단 신진과학자 연구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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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