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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2025 어린이날, 오리가 엄마가 되었습니다​
조회수 : 916 등록일 : 2025-05-07 작성자 : 홍보실

2024년 7월, KAIST 캠퍼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보송보송하게 난 노란 솜털, 뒤뚱거리는 걸음걸이, 납작한 주둥이, 영락없는 아기 오리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어미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따르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유기한 오리가 분명했다.

다행히 아기 오리는 학생들이 곧장 제보한 덕분에 무사히 구출됐다.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캠퍼스 한 켠에서 발견된 두 마리 오리

<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캠퍼스 한 켠에서 발견된 두 마리 오리 >

새로 KAIST의 구성원이 된 오리들은 비교적 평화롭게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새 식구인 만큼 캠퍼스에 터 잡고 살던 기존의 거위 무리에 섞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거위들이 이들을 배척하지도 않았다.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어색한 이웃 같은 사이라서 그런지, 오리들이 머잖아 기존의 거위 무리에 합류하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학생 제보로 구조된 후 교내 시설팀과 허원도 교수의 보호로 캠퍼스에 적응했다

< 2024년 여름 구조 직후의 모습, 학생 제보로 구조된 후 교내 시설팀과 허원도 교수의 보호로 캠퍼스에 적응했다 >

‘거위 아빠’로 잘 알려진 허원도 생명과학과 교수가 KAIST 시설팀과 함께 이들을 보호하는 데 나섰다. 허 교수는 KAIST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학내 거위와 오리를 꾸준히 관찰하며 보호해 온 것으로 잘 알려졌다. 교직원과 허 교수의 보살핌 덕분에 구출된 지 약 한달 만에 두 오리는 무사히 캠퍼스에 방사될 수 있었다.

캠퍼스에서의 한때, 겨울 전까지 오리들은 거위 무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로 생활했다. 충돌은 없었지만 어울리는 일도 드물었다

< 캠퍼스에서의 한때, 겨울 전까지 오리들은 거위 무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로 생활했다. 충돌은 없었지만 어울리는 일도 드물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한 마리가 실종되고 남은 한 마리도 연못가에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 것이다. 캠퍼스에 사는 동물들이 자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시설팀과 허 교수의 방침이지만 우선 다친 오리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 달 동안 다시 격리되어 회복기간을 거친 오리는 무사히 회복되어 햇볕 아래에서 봄을 맞을 수 있었다. 

겨울에 홀로 남은 엄마 오리, 한 마리는 실종되고 남은 한 마리는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후 실내 격리와 회복을 거쳐 봄에 다시 방사되었다.

< 겨울에 홀로 남은 엄마 오리, 한 마리는 실종되고 남은 한 마리는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됐다. 이후 실내 격리와 회복을 거쳐 봄에 다시 방사되었다. >

오리들의 산란기인 봄이 시작되고 나서 허 교수는 조금만 더 도움을 주기로 했다. 산란할 조짐이 보여 ‘임산부를 위한 특식’을 3월 한 달 동안 꾸준히 제공한 것이다. KAIST 구성원의 보살핌과 관심 속에 어미 오리가 포란을 시작한 지 28일째인 5월 5일 어린이날 아침, 마침내 새 생명이 알을 깨고 나왔다. 음식 외에는 특별한 보호 없이 오롯이 살아남은 오리 혼자서 일구어 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유기와 부상이라는 고난을 딛고 홀로 선 오리는 이제 새로운 가족을 이뤘다. 아직까지도 기존의 거위 무리와는 거리감이 있지만, KAIST의 거위들이 공격적이거나 배타적이지는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캠퍼스의 생태계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KAIST의 거위 무리는 다섯 마리의 새끼 오리를 보호하며 키워 낸 경험이 있다.

어린이날의 부화 연못가에서의 새로운 시작, 포란 28일째인 5월 5일 아침 연못가에서 새끼 오리 네 마리가 부화했다. 보호 장비 없이 이루어진 자연 부화였다

< 어린이날의 부화 연못가에서의 새로운 시작, 포란 28일째인 5월 5일 아침 연못가에서 새끼 오리 네 마리가 부화했다. 보호 장비 없이 이루어진 자연 부화였다 >

오리 한 마리가 어린이날 KAIST 캠퍼스에 선사한 특별한 봄.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기까지 그 작은 생명이 이뤄 낸 결실은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는 KAIST 캠퍼스의 상징이기도 하다. 구조부터 부화까지 꼭 필요한 도움만 제공한 KAIST 구성원들의 조심스러운 개입은 ‘동물과 사람의 바람직한 공존’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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