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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교수, 제22회 경암상 공학 부문 수상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와 나노소재가 스스로 원하는 구조를 만들도록 제어하고, 이를 반도체와 에너지, 로보틱스 등 실제 산업기술로 발전시켜 온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가 ‘제22회 경암상’ 공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 대학은 김상욱 교수가 경암교육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22회 경암상 공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경암상은 창의적이고 탁월한 연구 업적으로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한 학자를 발굴하고 그 업적을 예우하기 위해 제정된 학술상이다. 인문·사회,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등 4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며, 각 수상자에게 상금 3억 원과 상패를 수여한다.
김 교수는 ‘나노소재 분자조립’ 분야를 개척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정립하는 한편, 다양한 산업기술로 발전시킨 공로를 높이 평가받았다.
대표적으로 고분자 나노소재가 원하는 형태로 스스로 배열되도록 제어하는 직접자기조립(Directed Self-Assembly, DSA) 기술을 선도해왔다. 이 기술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구현하는 차세대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극자외선(EUV) 기반 반도체 공정의 에너지 사용을 줄일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나노소재 연구를 실생활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데도 힘써왔다. 산화그래핀 원천기술을 창업과 상용화로 연결했으며, 그래핀 기반 인공근육과 단일원자촉매 기술 등을 개발해 나노소재의 활용 가능성을 에너지와 웨어러블 기기, 소프트 로보틱스 등으로 확장했다.
김상욱 교수는 “분자조립 나노소재라는 일관된 연구 방향으로 20여 년간 연구해 온 점을 인정해 주신 것 같다”며 “열정적으로 함께 연구해 온 연구실 졸업생과 재학생들, 언제나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선후배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KAIST에서 화학공학 학사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나노소재 자기조립 제어와 실용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경암교육문화재단은 고(故) 경암 송금조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2004년 설립했으며, 2005년부터 경암상을 시상해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올해는 김 교수와 함께 인문·사회 부문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자연과학 부문 박남규 성균관대학교 종신석좌교수, 생명과학 부문 노성훈 서울대학교 교수가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22회 경암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6일 오후 3시 30분 부산 경암홀에서 열린다.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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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는 ‘찰싹’ 물은 ‘쫙’ 퍼지는…다기능 바이오소재 개발
상처에는 빠르게 달라붙어 피를 멎게 하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쫙 퍼지게 하는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천연물질인 키토산과 바이오매스 원료를 이용해 ‘접착’과 물이 표면에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기능을 하나의 소재에 구현했다.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상온에서 30분 만에 만들 수 있어 지혈제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키토산(chitosan, CHI)과 식물 등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인 1,2,4-벤젠트리올(1,2,4-benzenetriol, BTO)을 이용해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 기능을 동시에 갖는 폴리페놀 바이오접착 소재 ‘CHI-B’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폴리페놀(polyphenol)은 식물 등에 널리 존재하는 물질로 다양한 물질의 표면과 상호작용해 잘 달라붙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의료·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접착 소재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CHI-B의 특징은 하나의 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잘 퍼지는 표면 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에서는 빠르게 달라붙어 출혈 부위를 막고, 유리나 플라스틱 등에 코팅하면 물이 닿는 즉시 넓게 퍼지는 ‘초친수성(superhydrophilic)’ 표면을 만든다.
초친수성은 물방울이 표면에 동그랗게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넓고 얇게 퍼져 표면을 적시는 성질이다. 연구팀은 CHI-B를 유리뿐 아니라 테플론으로 잘 알려진 불소계 고분자 소재인 PTFE, 음료병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PET,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S, 광촉매와 기능성 코팅 등에 활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O₂) 등 성질이 서로 다른 다양한 소재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극미량인 10 ppm(100만 분의 10 수준)의 요소(urea)를 함께 사용하면 CHI-B 코팅 표면을 초친수성으로 만들 수 있었다. 요소는 우리 몸에서도 만들어지는 질소화합물로, 이번 연구에서는 매우 적은 양만으로 코팅 표면에서 물이 빠르게 퍼지는 특성을 구현하는 데 사용됐다.
코팅의 안정성도 확인했다. CHI-B로 처리한 표면은 한 달 이상 세척한 뒤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1년이 지난 코팅에서도 물이 잘 퍼지는 우수한 젖음 특성을 보였다. 이는 다양한 소재의 표면 성질을 바꾸는 기능성 코팅이나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등의 표면처리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CHI-B의 강한 접착력을 이용해 의료용 지혈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세포 독성 평가에서 CHI-B는 높은 생체적합성, 즉 생체 조직이나 세포와 접촉했을 때 유해한 영향을 적게 나타내는 특성을 보였다. 생쥐의 간 출혈 부위에 CHI-B 스펀지를 적용한 결과 출혈량이 대조군보다 크게 감소했다. CHI-B가 출혈 부위에 빠르게 달라붙어 상처를 물리적으로 막으면서 지혈을 도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강점은 제조 과정을 크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기존 키토산 기반 바이오접착제를 만들 때는 키토산과 다른 물질을 화학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EDC/NHS와 같은 별도의 화학 결합제가 주로 사용됐다. 이 방식은 고가의 시약뿐 아니라 반응 후 남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단계의 정제와 긴 투석 과정이 필요해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BTO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성질에 주목했다. 산화된 BTO는 다른 물질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파라-퀴논(para-quinone)’이라는 반응성이 높은 구조로 바뀌고, 키토산에 있는 ‘아민기(amine group, –NH₂)’와 빠르게 반응한다. 아민기는 질소와 수소를 포함한 화학 구조로, 이번 반응에서는 두 물질이 결합하는 연결 부위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공기 중 산소가 BTO를 키토산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꿔줘, 기존 화학 결합제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한 것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별도의 화학 결합제나 가열 과정 없이 상온에서 30분 이내에 CHI-B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수십 리터 규모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대량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CHI-B는 물에 잘 녹는 특성도 보였다. 일반적인 키토산은 물에 잘 녹지 않아 활용에 제약이 있지만, 물을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CHI-B 스펀지는 물에 닿은 뒤 약 15초 만에 완전히 녹았다. 산성 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과 비슷한 중성 환경에서도 높은 용해도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천연·바이오매스 기반 소재 하나로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구현하면서, 실제 산업 적용을 고려한 간단한 제조법과 생산 확장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출혈 부위에 사용하는 지혈 소재를 비롯해 바이오센서·의료기기, 물의 젖음 특성을 조절해야 하는 다양한 기능성 표면처리 소재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바이오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표면 특성을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조 과정도 단순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지혈 소재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석박통합과정 김은우 학생이 제1저자로, 이해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됐으며, 지난 4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
※ 논문명: Sustainable and scalable polyphenolic bioadhesives for hemostasis and surface functionalization, DOI: 10.1039/D6MH00249H
※ 관련 시연 동영상: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toEwNZhy9gBDuo_9mKHWaDU4wtsdlQwJ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교원창업기업인 폴리페놀팩토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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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세포에도 ‘RNA 택배’ 있다…새로운 배송 원리 밝혔다
택배가 주소를 보고 목적지를 찾아가듯, 우리 뇌의 신경세포도 필요한 RNA를 정확한 곳까지 보낸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RNA에 붙은 작은 ‘배송 표지’를 알아보고 신경세포 끝까지 운반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앞으로 뇌질환에서 RNA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고도 필요한 곳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배송 오류’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윤기준 교수 연구팀이 RNA에 붙는 화학적 표지인 엠식스에이(m6A)가 특정 RNA를 신경세포의 긴 ‘전선’과 같은 축삭(axon)의 끝까지 운반하는 데 관여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달리 나뭇가지처럼 길게 뻗어 있다. ‘축삭’은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보내는 긴 통로이고, ‘수상돌기(dendrite)’는 다른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가지다.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기능하려면 이 구조들이 제대로 자라고 서로 연결돼야 한다.
문제는 신경세포가 매우 길다는 점이다. 세포 중심에서 만들어진 RNA가 실제로 필요한 곳은 멀리 떨어진 신경세포의 끝일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RNA 가운데 필요한 것을 골라 정확한 위치까지 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택배 물건이 만들어졌다고 배송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주소로 배달돼야 하는 것과 같다. RNA 역시 제대로 만들어지는 것만큼 필요한 장소에 제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신경세포가 어떤 RNA를 골라 어떻게 멀리 떨어진 곳까지 보내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그 열쇠가 R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인 ‘m6A’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6A는 RNA를 구성하는 염기에 붙어 RNA의 기능과 수명 등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변형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정 RNA가 필요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일종의 ‘배송 표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먼저 RNA에 m6A라는 표지를 붙여주는 ‘메틸화 효소’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든 실험용 생쥐를 분석했다. 쉽게 말해 RNA에 ‘배송 표지’가 제대로 붙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신경세포에서 길게 뻗어나가는 신경돌기(neurite)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를 통해 m6A가 신경세포의 초기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정밀 분석기술인 ‘m6A-SAC-seq’을 이용해 생쥐 뇌의 수많은 RNA 가운데 어떤 RNA의 어느 위치에 m6A가 붙어 있는지를 RNA를 이루는 한 글자(염기)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정밀 지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축삭 성장에 필요한 특정 RNA에도 m6A가 붙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배송 표지’를 알아보고 RNA를 실제로 이동시키는 과정도 밝혀냈다. ‘YTHDF2’라는 단백질이 m6A가 붙은 RNA를 알아보고, ‘FMRP’와 ‘KIF5C’라는 다른 단백질들과 함께 RNA가 신경세포 끝까지 이동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택배에 비유하면 m6A가 RNA에 붙은 ‘배송 표지’라면 YTHDF2는 이를 알아보는 역할을 하고, FMRP와 KIF5C는 RNA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돕는 ‘운반 시스템’인 셈이다.
특히 YTHDF2는 그동안 주로 필요 없어진 RNA의 분해를 돕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RNA의 분해뿐 아니라 필요한 RNA가 제 위치로 이동하는 데에도 관여한다는 새로운 역할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뇌질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도 제시한다. 지금까지는 RNA가 제대로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RNA가 필요한 신경세포의 위치까지 제대로 전달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즉, RNA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배송 표지’나 운반 과정에 이상이 생겨 필요한 곳에 도착하지 못하는 현상이 뇌질환과 관련돼 있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다.
향후 신경발달질환이나 퇴행성 뇌질환에서 이러한 ‘RNA 배송 오류’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또 이것이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나 질환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는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장기적으로는 RNA가 필요한 위치에 제대로 전달되도록 이동 과정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데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연구팀이 구축한 신경계의 고해상도 m6A 지도는 앞으로 뇌 노화와 퇴행성 뇌질환에서 RNA의 화학적 표지와 이동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윤기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R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가 RNA의 수명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RNA가 신경세포 안에서 제 위치로 이동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향후 뇌질환에서 RNA가 필요한 곳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연구하는 데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구본상·황희선 학생과 아지트 쿠마르(Ajeet Kumar)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30일 게재됐다.
※ 논문명:The m⁶A reader YTHDF2 regulates mRNA transport and axon outgrowth in developing neurons, DOI: 10.1038/s41467-026-76161-8
※ 저자 정보: 공동 제1저자(구본상, 아지트 쿠마르(Ajeet Kumar), 황희선), 참여저자( 박민영, 이성민, 이기헌, 문지훈, 양재원, 박찬우, 이새봄, 조희정, 김우일, 조은지, 이하경, 이창원, 우재성, 윤종혁, 김윤기), 교신저자(윤기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연구재단(NRF) 신진연구사업과 포스코청암재단, 서경배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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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와 지속가능 미래 위한 연구거점 ‘LOTTE x KAIST R&D CENTER’ 준공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 인류가 직면한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이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함께하는 새로운 산학협력 거점이 우리 대학에 문을 열었다.
우리 대학은 11일 대전 본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관계자와 KAIST 주요 보직자,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및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LOTTE x KAIST R&D CENTER’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13일 밝혔다.
LOTTE x KAIST R&D CENTER는 롯데그룹이 지원한 건축기부금 100억 원과 KAIST 생명화학공학과의 자체 기금 등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미래기술의 기초·원천연구부터 실험, 시제품 제작, 기술사업화까지 연구개발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산학협력형 연구 거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대학의 연구역량과 기업의 산업·사업화 경험을 하나의 공간에서 연결해 기존 산학협력의 경계를 넘어선 ‘초경계 협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학과 기업이 연구 결과를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문제를 함께 발굴하고 연구해 그 성과를 산업과 사업화로 연결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배충식 총장이 추진하는 ‘Beyond Laboratory’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KAIST는 연구성과가 연구실과 논문에 머물지 않고 산업과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과 문제 발굴 단계부터 함께하는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기초·원천연구에서 실증·사업화까지 연결되는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 대학과 롯데의 협력은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양 기관은 2012년부터 롯데 임직원을 대상으로 석·박사 위탁교육을 운영해 왔으며, 롯데케미칼과의 기술이전과 인력 교류 등 연구와 교육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2022년에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 확보와 전문인재 양성을 목표로 ‘롯데케미칼-KAIST 탄소중립연구센터’를 개소하며 탄소중립 분야의 공동연구를 본격화했다. 이번 LOTTE x KAIST R&D CENTER 건립은 10여 년간 축적해 온 양 기관의 협력과 신뢰를 공동연구에서 미래기술 개발과 사업화까지 아우르는 연구 인프라로 확장한 결과다.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약 4,298㎡(약 1,3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연구자들이 분야와 소속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방형 연구공간과 협업공간을 유기적으로 배치했다.
센터에서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구현을 목표로 크게 세 가지 분야의 연구가 이뤄진다.
첫 번째는 ‘바이오 지속가능성(Bio-Sustainability)’ 분야다. 시스템 대사공학을 기반으로 바이오 연료와 바이오 플라스틱 등 기존 화석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바이오 기술을 연구한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 에너지·소재·공정(Carbon-Neutral Energy, Materials and Processes)’ 분야다. 그린수소와 신재생에너지, 배터리 등 탄소중립 사회 구현에 필요한 에너지·소재·공정 분야의 핵심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세 번째는 ‘첨단 식품·헬스케어(Advanced Food and Healthcare)’ 분야다. 미래 식품과 헬스케어 분야의 첨단기술을 연구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위한 새로운 기술적 해법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AI를 연구 전반에 활용해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발굴하고 연구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높인다. 이를 통해 KAIST의 ‘AI 네이티브 캠퍼스’ 전략을 실제 연구 현장으로 확장한다.
센터에는 롯데와 KAIST 연구진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업연구공간과 함께 연구자 간 소통과 교류를 위한 ‘신동빈홀’도 마련됐다. 우리 대학은 센터를 중심으로 연구자와 기업이 문제 발굴부터 연구개발, 실증과 사업화까지 함께하는 개방형 산학협력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R&D센터 준공을 축하하며 “R&D센터가 학교와 기업의 경계를 넘어 더 큰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산학협력의 거점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교수진과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롯데가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오랜 기간 KAIST의 인재양성과 연구에 함께해 온 롯데의 지원과 협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오늘의 준공은 건물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협력의 시작이다. KAIST의 연구역량과 롯데의 산업·사업화 역량을 결합해 연구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산업 현장의 실제 가치로 연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지속가능한 미래의 해법을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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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원격 통증 관리 가능성 제시…‘붙이는 마이크로니들 전자약’ 개발
통증이 생길 때마다 병원을 찾거나 진통제에 의존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붙이는 전자약’이 개발됐다. 피부에 붙이면 전기자극으로 통증을 조절하고, 한국과 미국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고성규) 이상훈 박사 공동 연구팀이 무선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피부에 붙이는 미세 바늘) 전자약과 사물인터넷(IoT·인터넷으로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기술) 기반 원격 제어 기술을 결합한 웨어러블 전자약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피부에 붙이는 하나의 작은 기기에 안정적인 전기자극, 스마트폰 원격 제어, 몸 상태에 따른 자동 자극 기능을 함께 구현했다는 점이다. 향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집이나 일상생활에서도 개인의 상태에 맞춰 통증을 관리하는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만성 통증 치료에는 진통제가 널리 사용되지만 장기간 약물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나 의존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특히 암성 통증 등에 사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는 오래 사용할수록 내성과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약물 대신 전기자극으로 신경을 조절하는 ‘전자약’이 새로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전자약에도 한계가 있다. 몸속에 기기를 심는 방식은 수술이 필요하고, 피부에 붙이는 전극은 땀이나 각질 등 피부 상태에 따라 전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특정 부위에 전류가 몰리면 피부 온도가 올라가거나 화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도에 반응하는 전도성·접착성 마이크로니들 전극(전기가 잘 흐르면서 피부에 붙는 미세 바늘 전극)을 개발했다.
미세한 바늘이 전기 저항이 높은 각질층을 통과하기 때문에 땀이나 각질 등의 영향을 줄이면서 전기자극을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하이드로젤(Hydrogel·물을 많이 머금은 젤 형태의 소재)을 전극에 코팅하여 전류가 바늘의 끝에 몰리지 않고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특히 피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전극의 접착력이 약해져 전극이 스스로 피부에서 떨어지도록 설계했다. 전기자극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부 화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다.
연구팀은 여기에 IoT 기술을 결합했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면 의료진이 환자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자약의 작동 시간과 전기자극을 실시간 또는 예약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한국과 미국처럼 국가 간 거리가 먼 환경에서도 기기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향후 임상 검증을 거치면 환자가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집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의료진의 관리 아래 전자약을 사용하는 재택·원격 통증 관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몸 상태에 따라 전자약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연구팀은 광혈류(PPG·빛으로 맥박과 혈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 센서를 이용해 통증과 관련된 스트레스 상태를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자극을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폐루프(Closed-loop·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 치료 기능을 구현했다.
즉, 사람이 매번 기기를 켜고 자극 세기를 조절하는 데서 나아가 ‘몸 상태 감지 → 필요한 전기자극 → 다시 상태 확인’으로 이어지는 자동 통증 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젤 전극보다 전류가 효과적으로 전달됐으며 통증 완화 효과도 확인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전기자극에 따른 피부 감각 통증 역치(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자극의 정도)의 변화를 확인해 사람에게 적용할 가능성을 살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직접적인 진통 효과는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한 단계다. 연구팀은 실제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장기간 사용에 따른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웅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안정적인 피부 인터페이스 기술과 IoT 기반 원격 관리 기술을 결합해 웨어러블 전자약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며 “향후 임상 검증을 거쳐 환자의 상태에 맞춰 통증을 관리하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박사는 “이번 연구가 향후 웨어러블 침 치료 기술과 융합돼 전기자극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새로운 비약물성 통증 관리 기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김희수 박사과정과 한국한의학연구원 방세권 박사가 공동 제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28일 게재됐다.
※ 논문명: Wireless IoT-Enabled Microneedle Electroceutical for Personalized and Connected Pain Management, DOI: 10.1038/s41467-026-76527-y
※ 저자 정보: 김희수(KAIST, 공동 제1저자), 방세권(한국한의학연구원·UST, 공동 제1저자), 이상훈(한국한의학연구원, 공동 교신저자), 정재웅(KAIST, 교신저자) 외 10명
※ 연구성과 시연 동영상: https://www.dropbox.com/scl/fo/zrglys1t1c49l5u1xo08e/AJsbboH3sQMFag-6aO6sSSs?rlkey=dnux0jj80bdczws22u0dq7ugx&e=1&dl=0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전자약기술개발사업과 뇌과학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 한국한의학연구원 주관연구개발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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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규 교수, 105년 전통 ‘오가닉 신세시스’ 검증편집위원 ‘한국인 최초’ 선출
논문을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과학자가 제안한 합성법을 직접 실험해 재현성을 검증하는 105년 전통의 유기화학 학술지가 있다. 세계 유기화학자들이 신뢰하는 표준 합성법을 축적해 온 미국의 ‘오가닉 신세시스(Organic Syntheses)’다. 우리 대학 한순규 교수가 한국인 화학자로는 처음으로 이 학술지의 검증편집위원에 선출됐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한순규 교수가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Organic Syntheses, Inc.) 총회에서 ‘오가닉 신세시스’ 편집위원회 위원(Member of the Board of Editors)으로 선출됐다고 11일 밝혔다.
한 교수는 향후 5년간 검증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저널에 게재할 연구의 제안과 초청, 선정은 물론 다른 연구자가 개발한 합성법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재현·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후 3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1921년 창간된 오가닉 신세시스는 일반적인 학술지와 달리 논문에 제시된 유기화학 합성법을 검증편집위원의 연구실에서 직접 반복 실험해 재현성을 확인한 뒤에만 출판하는 독보적인 운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편집장은 MIT 화학과 릭 댄하이저(Rick Danheiser) 교수가 맡고 있다. 수율과 선택성, 정제 과정까지 실제 실험을 통해 엄격하게 확인하기 때문에 이곳에 수록된 합성법은 전 세계 유기화학자들이 신뢰하고 활용하는 표준 실험 지침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검증편집위원은 단순히 논문을 심사하는 것을 넘어 다른 연구자의 실험을 직접 검증하고 신뢰성을 보증해야 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학문적 안목과 실험 역량이 요구된다. 역사적으로도 유기화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 석학들이 검증편집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포함해 총 14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는 통상 2명의 아시아 지역 학자가 참여해 왔다. 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료지 노요리(Ryoji Noyori) 교수를 비롯해 일본·중국·홍콩의 저명한 화학자들이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인 화학자가 검증편집위원에 선출된 것은 한 교수가 처음이다. 한 교수는 올해 말 임기가 종료되는 홍콩대학교(University of Hong Kong) 파울린 츄(Pauline Chiu) 교수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한순규 교수의 한국인 최초 검증편집위원 선출은 KAIST의 탄탄한 기초과학 연구역량과 우리나라 유기화학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뜻깊은 성과”라며 “KAIST 연구자들이 탁월한 연구성과를 넘어 글로벌 학술사회의 신뢰와 지식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가닉 신세시스가 창간 이후 출판한 3,100여 편의 논문 가운데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기화학자의 논문은 9편이며, 이 중 4편이 KAIST 교수진의 연구다.
한 교수의 위원 선출로 KAIST 화학과는 검증편집위원 재임기간 동안 ‘오가닉 신세시스 석학 강연 시리즈(Organic Syntheses Distinguished Lecture Series)’도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유기화학자를 KAIST에 초청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적 석학들과 교류할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교수는 복잡한 천연물의 화학적 합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다. 2014년 KAIST에 부임한 이후 우리나라 약용식물인 광대싸리나무에서 유래한 복잡한 구조의 알칼로이드 천연물 다수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합성화학 연구를 바탕으로 빛으로 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 광스위치를 개발하고, 합성 천연물 유도체를 활용한 항암제와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한 교수는 2025년 6월부터 유기화학 분야의 또 다른 대표적 국제학술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도 맡고 있다.
한순규 교수는 “학생 시절부터 오가닉 신세시스에 실린 화학 반응을 연구에 활용하면서 이를 직접 반복하고 검증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온 화학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껴왔다”며 “KAIST에서 훌륭한 학생·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이번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그동안 함께해 준 구성원들과 학교의 지원에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로저 애덤스(Roger Adams), 조지 뷔히(George Büchi), 아서 코프(Arthur Cope), 알버트 에셴모저(Albert Eschenmoser), 로널드 브레슬로(Ronald Breslow), E. J. 코리(E. J. Corey) 등 유기화학의 역사를 만든 선배 화학자들이 그랬듯, 성실한 검증편집위원 활동을 통해 세계 화학자들에게 기여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화학 지식을 축적해 인류의 화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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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이게 아닌데’ 눈치채는 AI 개발
일일이 말하거나 몸짓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AI가 사람의 뇌에서 나오는 ‘이게 아닌데’라는 반응을 알아채 스스로 행동을 고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뇌파로 사람과 AI의 인지적 어긋남을 포착해 AI가 사람의 목표에 맞춰 실시간으로 행동을 수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명령하는 AI’에서 ‘의도를 눈치채는 AI’로의 변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뇌인지과학과 이상완 석좌교수(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연구팀이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Microsoft Research Asia)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파를 이용해 AI를 실시간으로 인간의 목표에 맞추는 차세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인 ‘신경 가치 정렬(Neural Value Alignment, NVA)’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AI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협업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AI는 주로 사람의 말이나 행동, 몸짓 등 외부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의도를 추정해 왔다.
문제는 같은 행동이라도 목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컵을 집더라도 직접 물을 마시려는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건네려는 것인지 행동만 보고서는 구별하기 어렵다. 이러한 ‘목표-행동 모호성’ 때문에 AI가 사람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면 사용자가 다시 명령하거나 행동을 교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이 예상과 다른 상황을 마주했을 때 뇌에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예측 오차’에 주목했다. 쉽게 말해 AI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사람이 순간적으로 느끼는 “이게 아닌데”라는 뇌의 반응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이 반응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AI가 사람의 궁극적인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을 때 나타나는 ‘보상 예측 오차(RPE)’와, 목표는 맞지만 행동 과정이나 방식이 예상과 다를 때 나타나는 ‘상태 예측 오차(SPE)’다.
연구팀은 AI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의 실시간 뇌파(EEG)를 측정했다. 그 결과, AI가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을 때와 목표는 맞지만 행동 방식이 잘못됐을 때 사람의 뇌가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두 가지 오류가 동시에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뇌파 패턴도 찾아냈다.
연구팀은 여기에 딥러닝을 적용해 뇌파만으로 사람이 AI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사람이 직접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도, 뇌파를 통해 “목표가 틀렸다”거나 “방법이 틀렸다”는 반응을 AI가 알아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어 이렇게 읽어낸 뇌 신호를 AI에 실시간으로 전달해 스스로 행동을 고치도록 하는 ‘신경 가치 정렬 기반 인간-AI 시너지’ 알고리즘을 제안했다.
AI는 상태 예측 오차(SPE)가 감지되면 “원하는 목표는 맞지만 방법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행동 방식을 바꾸고, 보상 예측 오차(RPE)가 나타나면 “목표 자체를 잘못 이해했다”고 판단해 사람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찾는다.
시뮬레이션 결과, 사람의 목표가 갑자기 바뀌거나 일부 신호가 빠지는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존 방식보다 빠르게 사람의 의도 변화에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사람이 AI에게 계속 “이렇게 해”,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거나 몸짓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AI가 사람의 무의식적인 ‘이게 아닌데’라는 뇌 반응을 읽고 스스로 행동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가정이나 산업 현장의 피지컬 AI 로봇이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판단을 빠르게 반영하거나, 말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가 의료·재활 로봇을 제어하고, AI가 학생의 인지 상태에 맞춰 학습을 돕는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일일이 명령해야 움직이는 AI에서, 사람의 반응을 알아채고 스스로 맞춰가는 AI로 발전하는 새로운 인간-AI 협업 방식을 제시한 연구다.
이번 국제 공동연구를 주도한 이상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눈에 보이는 행동 결과만으로 인간의 의도를 추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행동 이면에서 발생하는 뇌의 인지 신호를 AI와의 협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피지컬 AI, BCI, 자율주행, 정밀 맞춤형 교육, 의료용 로봇,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등 인간의 판단과 AI의 행동을 긴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이미란 전무는 “이번 성과는 KAIST와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가 지속해 온 국제 공동연구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양 기관의 협력을 통해 인간과 AI가 보다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BCI 기술 개발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 서흔(Xin Xu)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의 얀센 왕(Yansen Wang), 동치 한(Dongqi Han), 동쉔 리(Dongsheng Li) 박사 등이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버네틱스 분야 대표 국제 학술지 ‘IEEE 트랜잭션스 온 사이버네틱스(IEEE Transactions on Cybernetics)’에 2026년 8월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Neural Value Alignment: Human–AI Collaboration Under Goal-Action Ambiguity, DOI: 10.1109/TCYB.2026.3722605>
한편,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AI가 새로운 정보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하는 KAIST 이상완 교수 연구팀-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의 또 다른 공동연구도 KAIST 뇌인지과학과 박사과정 니클라스 쾨페(Niklas Koeppe) 학생이 제1저자로 참여해 인공지능 분야 대표 국제학회인 ICML 2026(International Conference on Machine Learning)에서 지난 6월 발표됐다.
※논문명: Mitigating Plasticity Loss through Architectural Design in Continual Learning, 논문원본: https://icml.cc/virtual/2026/poster/61534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디지털분야글로벌연구지원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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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TAR 대표해 유럽 최상위 연구중심대학 파리 사클레대와 연구 협력 확대
우리 대학은 한국 과학기술특성화대학 연합체 K-STAR (KAIST·GIST·DGIST·UNIST·POSTECH)를 대표해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클레 대학교(Université Paris-Saclay)와 연구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협약식은 파리 사클레대 브레게관(Bâtiment Bréguet)에서 열렸다.
이번 협약은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마련됐으며,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불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논의된 K-STAR와 프랑스 대학 간 과학기술·인재 교류 확대 방안을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파리 사클레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다수의 대학·그랑제콜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원자력·대체에너지청(CEA) 등 주요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수학·물리학 등 기초과학부터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 공학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높은 연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측은 학생과 신진 연구자의 교류에서 공동연구까지 이어지는 실질적인 연구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우선 학부·석사·박사과정 학생들이 상대 기관의 연구실에서 연구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연구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박사후연구원과 신진교원 간 연구 교류와 협력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첨단바이오, 신소재 등 핵심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공동연구를 확대한다. 양측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의 상호 활용을 추진하고, 정기적인 워크숍과 심포지엄을 개최해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새로운 공동연구 주제를 발굴할 수 있는 학술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이번 협력은 KAIST가 추진하는 글로벌 협력 전략인 ‘Global Connect’의 일환이기도 하다. KAIST는 해외 대학과의 단순한 교류를 넘어 공동연구와 교육, 인재 교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의 연대를 통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글로벌 협력은 단순한 교류를 넘어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새로운 지식과 인재를 함께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파리 사클레대와 K-STAR의 연구 역량을 연결해 AI와 양자, 바이오 등 미래 핵심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은 KAIST가 프랑스와 15년간 쌓아온 교육·연구 협력을 K-STAR 차원으로 확대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우리 대학은 파리 사클레대 소속 그랑제콜인 상트랄 수펠렉(CentraleSupélec)과 2011년 학생교류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2017년에는 기계공학 분야 복수학위 과정을 개설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그동안 KAIST와 상트랄 수펠렉이 축적해 온 협력 경험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의 범위를 K-STAR와 파리 사클레대 차원으로 넓히게 됐다.
카미유 갈랍(Camille Galap) 파리 사클레대 총장은 “파리 사클레대와 K-STAR는 기초과학부터 첨단기술까지 폭넓은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어 협력의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양국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더욱 활발히 교류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새로운 과학적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재민 KAIST 대외부총장은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제9차 한-불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한 양국 대학 간 협력을 실제 연구 현장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라며 “학생과 연구자가 서로의 연구실을 오가며 공동연구와 논문, 연구 인프라 활용 등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협약식에는 파리 사클레대 측에서 라치드 브나세르(Rachid Bennacer) 연구부총장, 스테판 노넨마허(Stéphane Nonnenmacher) 수리과학대학원장, 디브야 마드하반(Divya Madhavan) 상트랄 수펠렉 국제협력처장 등이 참석했으며, KAIST 부설 고등과학원(KIAS) 대표단도 함께했다.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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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시아·메타 ‘하나의 칩처럼 움직이는 AI 데이터센터 (AI DC)’ 구조 제시
우리 대학에서 축적된 반도체·컴퓨터 시스템 연구가 교원 창업을 거쳐 글로벌 빅테크 메타(Meta)와의 협력으로 확장되며 차세대 AI 데이터센터(AI DC)의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CPU·AI 가속기·메모리를 하나로 묶어 데이터센터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칩’처럼 움직이도록 하는 구조다.
우리 대학은 전기및전자공학부 정명수 교수와 교원창업기업인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파네시아 연구진이 메타 연구진과 함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구조를 제시한 리뷰 논문을 네이처(Nature)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리뷰 일렉트리컬 엔지니어링(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 NREE)’에 게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KAIST에서 시작된 연구가 교원 창업을 통해 실제 반도체 기술로 발전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공동 연구로 이어져 미래 AI 데이터센터의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창업–산업–글로벌 협력으로 이어지는 KAIST 연구·창업 생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배충식 KAIST 총장이 추진하는 5대 혁신 전략 가운데 연구성과를 산업과 창업으로 연결하는 ‘Beyond Laboratory’와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는 ‘Beyond KAIST–Global Connect’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KAIST의 연구성과가 창업을 통해 산업으로 이어지고, 다시 세계적인 기업과의 협력으로 확장돼 미래 기술의 방향을 제시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KAIST는 연구와 창업, 산업과 세계를 연결해 우리 기술이 글로벌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생성형 AI와 초거대 AI가 발전하면서 AI 연산에 수백~수천 개의 가속기(AI의 대규모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속기를 많이 연결한다고 무조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한 줄로 물건을 전달할 때 한 사람만 늦어도 전체 작업이 밀리는 것처럼, 일부 가속기의 데이터 전달이 늦어지면 전체 AI 연산도 느려질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반도체의 성능뿐 아니라 수많은 가속기와 메모리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KAIST 정명수 교수와 파네시아·메타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CXL(Compute Express Link, CPU·가속기·메모리를 빠르게 연결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국제표준 기술)을 활용해 CPU와 AI 가속기, 메모리를 하나로 묶고 이를 데이터센터 전체로 확장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기존 데이터센터가 여러 컴퓨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하는 방식이라면, 이번 구조는 서버 간 경계를 낮춰 CPU·가속기·메모리를 긴밀하게 연결한다.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NVLink나 UALink 등도 여러 가속기를 빠르게 연결하지만 주로 랙(rack, 여러 서버와 장비를 층층이 설치하는 구조) 내부 연결에 초점을 둔다. 반면 이번 구조는 가속기뿐 아니라 CPU와 메모리까지 CXL로 연결하고 그 범위를 데이터센터 전체로 확대한다.
연구진이 제시한 구조에서는 하나의 연결 영역에 최대 960개의 가속기를 연결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행 NVLink 기반 랙보다 약 13배 큰 규모다.
데이터 이동 시간도 기존 네트워크 기반 구조의 마이크로초(μs, 100만분의 1초) 수준에서 수백 나노초(ns, 10억분의 1초)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이러한 작은 지연도 반복되면 전체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영도 유연해질 수 있다. CPU·가속기·메모리를 각각의 자원처럼 연결해 문제가 생긴 부품만 교체하거나, 남는 연산·메모리 자원을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연구는 AI 데이터센터의 기본 단위를 ‘서버’에서 ‘데이터센터 전체’로 확장하는 설계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수많은 컴퓨터의 집합에서 한발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이번 연구가 게재된 NREE의 리뷰 논문(review article, 특정 분야의 주요 연구와 기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논문)은 학술지 측이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직접 집필을 요청하는 초청 방식으로 기획된다.
이번 논문에서 KAIST 정명수 교수와 파네시아 연구진은 메타의 데이터센터 인프라 연구진과 함께 CXL 기술의 발전 현황을 분석하고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의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정 교수 연구진은 KAIST에서 CXL 기반 컴퓨터 시스템과 반도체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창업 이후에는 관련 핵심 기술을 실제 반도체 칩으로 제작해 작동을 검증하는 등 연구성과의 실용화를 이어가고 있다.
정명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겸 파네시아 대표는 “AI가 거대해질수록 개별 가속기의 성능만큼 수많은 가속기와 메모리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CXL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전체를 하나의 컴퓨팅 시스템처럼 동작시키는 차세대 AI 인프라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논문명: One-Chip-Like Datacenter Design Enabled by CXL-Based Scale-Up Fabrics, 논문원본: https://www.nature.com/articles/s44287-026-00315-5
한편 이번 연구는 네이처 리뷰 일렉트리컬 엔지니어링(Nature Reviews Electrical Engineering)에 8월 10일 게재됐다.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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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A 유래 물질로 지친 면역세포 지킨다…난치성 뇌종양 치료 새 길
암과 오래 싸운 면역세포는 결국 지쳐 공격력을 잃는다. 특히 악성 뇌종양에서는 이런 ‘면역세포 탈진’ 때문에 면역항암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세포의 성장과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 A 유래 물질 ‘올트랜스 레티노산(ATRA)’을 활용해 면역세포가 완전히 지치는 것을 막고,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과까지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우리 대학은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서울성모병원·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연구진과 함께, 비타민 A가 우리 몸에서 실제 기능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활성형 대사체의 하나인 ‘올트랜스 레티노산(all-trans retinoic acid, ATRA)’이 뇌종양 안에서 암세포를 직접 찾아 파괴하는 핵심 면역세포인 CD8 T세포가 공격 능력을 거의 잃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대표적인 면역항암제인 항-PD-1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교모세포종은 수술과 방사선, 항암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은 대표적인 난치성 뇌종양이다.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은데, 종양 안으로 들어간 면역세포가 암세포와 오랫동안 싸우면서 점차 기능을 잃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CD8 T세포가 오랜 전투로 체력을 모두 소진한 병사처럼 ‘말기 탈진’ 상태에 이르면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에 거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항-PD-1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미 지쳐버린 면역세포를 다시 깨우는 대신, 애초에 완전히 지치지 않도록 할 수 없을까라는 데 주목했다. 이에 세포의 성장과 특정 기능을 갖도록 변화하는 과정인 ‘분화’, 면역 기능 등을 조절하는 활성형 비타민 A 대사체 ATRA의 역할을 분석했다.
산소가 부족하고 암세포와 오랫동안 접촉하는 뇌종양 환경을 실험실에서 재현한 결과, ATRA에 노출된 CD8 T세포는 말기 탈진 상태로 진행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또한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 감마(IFN-γ),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등 면역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암세포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면역 신호물질을 더 잘 만들어내며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도 유지했다.
연구팀은 ATRA가 면역세포를 지치지 않게 하는 원리도 밝혀냈다. ATRA가 CD8 T세포 안에서 세포의 성장과 기능 유지를 조절하는 일종의 내부 신호체계인 ‘WNT/β-카테닌 신호’를 활성화하고, 면역세포가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TCF-1βBD 단백질을 증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쉽게 말해 ATRA가 면역세포 내부의 ‘기능 유지 스위치’를 켜 암세포와 오래 싸우더라도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듯 기능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 생쥐 뇌종양 모델에서도 효과를 확인했다. ATRA로 조절한 CD8 T세포는 종양 안에서 면역세포 기능을 더 잘 유지했고, ATRA 자체를 투여하는 것으로도 종양 안의 CD8 T 세포 수와 기능이 향상되었다. 몸속에 존재하는 종양의 크기와 양을 뜻하는 ‘종양 부담’이 줄면서 생존 기간도 늘어났다.
특히 재발성 뇌종양에서는 항-PD-1만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지만, ATRA와 항-PD-1을 함께 사용하자 종양 억제와 장기 생존 효과가 크게 향상됐다.
즉, 항-PD-1이 면역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치료라면, ATRA는 면역세포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이 두 가지를 함께 활용해 기존 면역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병용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사람의 뇌종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레티노산에 반응해 활성이 달라지는 유전자들의 발현이 높은 환자군에서 면역세포의 탈진 정도가 낮고 생존 결과도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환자를 대상으로 ATRA의 치료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며, 실제 뇌종양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여 방법과 용량,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효과 등을 확인하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흥규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면역세포가 종양 안에서 쉽게 지쳐버려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는 대표적인 암”이라며 “이번 연구는 활성형 비타민 A 신호가 CD8 T세포의 말기 탈진을 막고 항암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분자 원리를 밝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밀한 전달 방식과 병용치료 전략을 검증한다면 난치성 뇌종양의 면역치료 반응을 높이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생명과학과 강인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이흥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으며, KAIST 신소재공학과 장재범 교수, 건양대학교 의과대학 이성기 교수,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 등이 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신호전달 및 표적치료(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8월 26일 게재됐다.
※ 논문명: All-trans retinoic acid suppresses CD8+ T-cell terminal exhaustion and potentiates anti-PD-1 therapy in glioblastoma, DOI: 10.1038/s41392-026-02852-9
※ 저자 정보: 강인(KAIST, 제1저자), 김유민, 강병훈, 김현진, 김은우, 김채원, 김현철, 박상희, 박원형, 임서현, 김나은, 장성우, 나정우, 황인주, 김민지, 안스데반(서울성모병원, 공동저자), 이성기(건양대학교 의과대학, 공동저자), 장재범(KAIST, 공동저자), 이흥규(KAIST, 교신저자)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AI-네이티브 첨단바이오 자율실험실 과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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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속 이온 움직임인 줄 알았는데…‘가짜 신호’ 였다
배터리 속 이온이 움직였다는 신호, 실제로는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생긴 착시일 수 있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이처럼 배터리 내부를 잘못 해석하게 만들 수 있는 ‘가짜 신호’의 원인을 밝히고 이를 줄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향후 배터리 속 이온의 이동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해 전고체·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 개발의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 생명화학공학과 최남순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배터리 나노 분석 과정에서 실제 이온 이동으로 오인될 수 있는 측정 오류의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7일 밝혔다.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리튬이나 나트륨 이온이 내부를 오간다. 이온이 얼마나 빠르고 원활하게 이동하는지는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더 좋은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이온이 내부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분석하는 기술 중 하나가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기반으로 한 전기화학 변형 현미경(Electrochemical Strain Microscopy, ESM)이다. ESM은 매우 작은 탐침으로 배터리 소재 표면을 훑으면서 이온이 움직일 때 소재에 생기는 미세한 변화를 측정해 이온의 이동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배터리 소재의 표면이 울퉁불퉁할 경우 실제 이온이 이동하지 않아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실제 이온 이동으로 판단하면 이온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가짜 신호’가 왜 발생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온이 이동하지 않는 단결정 실리콘 표면에 일부러 미세한 홈을 만들었다. 이온은 움직이지 않지만 표면만 울퉁불퉁한 실험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표면의 높낮이가 변하면 현미경 탐침과 시료가 맞닿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것만으로도 실제 이온 이동과 비슷한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같은 현상은 실제 배터리 소재에서도 나타났다. 연구팀이 흑연 음극과 나트륨 고체전해질(Na₂Zn₂TeO₆)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표면의 모양에 따라 ESM 신호가 달라졌다. 특정 소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하는 현상임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배터리 소재의 표면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아르곤(Ar) 이온 빔을 이용해 시료 단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냉각식 단면 연마기(Cooling Cross-Section Polisher, CCP)를 사용했다. 아르곤은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시료의 성질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표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활용된다.
그 결과 표면의 거칠기가 크게 줄면서 울퉁불퉁한 표면 때문에 발생하던 측정 오류도 효과적으로 감소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자동차가 달릴 때 차체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처럼, 배터리 소재 표면에 높낮이가 있으면 이를 훑는 현미경 탐침이 시료와 맞닿는 정도도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이온의 움직임과 비슷한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배터리 소재를 이루는 작은 결정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경계인 ‘입계(grain boundary)’에서 나타나는 신호에 주목했다. 여러 개의 타일을 붙였을 때 타일과 타일 사이에 경계선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
표면을 평평하게 만들기 전에는 이 입계에서 ESM 신호가 강하게 나타났지만, 표면을 다듬은 뒤에는 신호 증가가 사라졌다. 이는 기존에 ‘이온이 잘 이동하는 통로’로 해석될 수 있었던 일부 신호가 실제 이온 이동 때문이 아니라 표면의 높낮이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나노 분석에서 이러한 측정 오류가 왜 발생하는지를 실험으로 밝히고, 배터리 소재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앞으로 배터리 속 이온이 실제로 어디에서 잘 이동하고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충전 속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기초 정보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방법이 현재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물론, 액체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전지와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을 사용하는 나트륨이온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소재를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나노 분석 데이터가 축적되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설계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에서도 보다 신뢰도 높은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 소재를 나노 수준에서 분석할 때 표면의 높낮이가 측정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밝혀낸 것”이라며 “배터리 속 이온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소재공학과 진동연(Dongyan Chen)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재료과학 및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 메서즈(Small Methods)’에 2026년 6월 11일 게재됐다.
※ 논문명: Quantitative Analysis of Topographic Crosstalk in DART-ESM Arising from Feedback-Loop-Delay-Induced Contact Stiffness Variations in Battery Materials, DOI: 10.1002/smtd.70763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AI 및 머신러닝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한 고성능 소듐 이온 배터리 풀셀 개발」 및 「다각도-멀티스케일 데이터 융합형 리튬이차전지 설계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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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수소결합이 ‘결합 1등’ 구리 밀어냈다…금속 선택의 새 길 열어
늘 ‘결합 1등’이던 구리가 밀려났다. 우리 대학 연구진이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주변의 약한 수소결합만 조절해 구리가 가장 안정적으로 결합한다는 오랜 금속 안정성 순서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원하는 금속을 골라내는 분리 기술과 촉매 설계 등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은 화학과 백윤정 교수 연구팀이 비타민 B2의 핵심 구조인 플라빈(flavin)을 이용해 금속을 중심으로 여러 분자가 둘러싸 결합한 ‘금속 착물’을 개발하고, 금속 주변의 수소결합(hydrogen bonding)을 조절해 기존 ‘어빙-윌리엄스 계열(Irving–Williams series)’과 반대되는 금속 안정성 경향을 구현했다고 6일 밝혔다.
어빙-윌리엄스 계열은 철·니켈·구리처럼 다른 물질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는 전이금속이 주변 분자와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를 순서로 나타낸 경험 법칙이다.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 아연(Zn) 가운데 일반적으로 망간에서 구리로 갈수록 안정성이 높아지고, 특히 구리가 매우 안정한 결합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차이는 금속 안에서 전자들이 어떻게 배치돼 있는지를 뜻하는 ‘전자 구조(electronic structure)’에 따라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다시 말해 어떤 금속이 더 잘 붙는지는 각 금속이 원래 가진 특성에 크게 좌우된다고 본 것이다.
지금까지 이 순서를 바꾸려면 금속을 직접 붙잡는 분자인 ‘리간드(ligand)’를 새롭게 만들거나, 금속과 주변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인 ‘배위 구조(coordination structure)’를 바꾸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금속과 직접 결합하는 부분이 아니라 그 바깥에서 작용하는 ‘수소결합’에 주목했다. 수소결합은 분자와 분자 사이에서 작용하는 비교적 약한 힘으로, 주변 구조를 일정한 형태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플라빈의 일부 화학 구조를 변형한 ‘플라빈 유도체’를 이용해 망간부터 아연까지 서로 다른 금속을 넣되, 각 금속을 둘러싼 분자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결합하도록 만들었다. 금속 주변의 기본 조건을 같게 한 뒤, 수소결합이 각 금속의 안정성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수소결합이 특히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필요한 구조 변화를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리는 주변의 결합 구조를 조금 변형해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를 만들면서 더욱 안정해지는 특성이 있다. 사람이 몸을 조금 움직여 자신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연구팀이 만든 구조에서는 주변의 수소결합이 구리를 단단히 잡아주면서 이러한 ‘편한 자세’를 취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구리가 안정해지는 데 얻었던 이점이 줄어들면서, 기존과 반대되는 ‘반(反) 어빙-윌리엄스 경향(anti-Irving–Williams trend)’이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구리가 ‘결합 1등’에서 밀려났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마다 정해져 있다고 여겨졌던 ‘잘 붙는 순서’를 주변 환경을 바꿔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러 금속이 섞여 있을 때 원하는 금속은 잘 붙게 하고 다른 금속은 덜 붙게 만들 수 있다면, 필요한 금속만 골라내거나 회수하는 기술에 활용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원하는 금속이 더 잘 작용하도록 주변 환경을 조절하는 촉매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의 단백질과 효소가 철·구리·아연 등 여러 금속 가운데 필요한 금속을 골라 사용하는 것처럼, 생명체의 작동 원리를 본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는 ‘생체모사 시스템(biomimetic system)’을 설계하는 데도 새로운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윤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구리의 안정성을 낮췄다는 것 자체보다, 금속이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졌던 결합 안정성의 순서를 주변 환경을 통해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 원하는 금속을 선택적으로 붙잡거나 반응시키는 새로운 화학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덴마크에서 개최된 국제배위화학학술대회(International Conference on Coordination Chemistry, ICCC)에서도 주목받았다. 제1 저자인 KAIST 화학과 임하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이번 연구를 포스터로 발표해 한국인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임하늘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9월 3일자로 게재됐다.
※ 논문명: When Copper Falls: Overriding the Irving–Williams Stability Trend through Outer-Sphere Hydrogen Bonding, DOI: 10.1021/jacs.6c10430
※ 저자 정보: 임하늘(KAIST, 제1 저자), Neetu Singh(KAIST, 공동 제2 저자), 권성연(IBS, 공동 제2 저자), 서창현(KAIST, 제3 저자), 정낙관(KRISS, 제4 저자), 백윤정(KAIST, 교신저자) 등 총 6명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개인기초연구사업의 ‘우수신진연구’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KAIST 국제협력처의 ‘신진연구자 대상 미국 국제공동연구 오픈트랙 사업’및‘KARA Partnership 연구협력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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