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메모리’ 구현할 전자의 공전 ‘오비탈’ 원리 규명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발열 문제를 줄이고 더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은 ‘꿈의 메모리’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한국 연구진이 반도체 속 전자의 회전 성질인 ‘스핀(spin)’의 교환상호작용 대신,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도는 공전과 같은 움직임인 ‘오비탈(orbital)’의 교환상호작용을 이용해 자성을 제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은 물리학과 이경진 교수와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물리학과 김경환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류를 이용해 자성을 제어하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전자의 ‘오비탈 교환상호작용(Orbital exchange interaction)’*을 통해 자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세계 최초로 정립했다고 16일 밝혔다.
*오비탈 교환상호작용: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며 형성하는 궤도(오비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자석의 방향이나 성질을 조절하는 현상
지금까지 차세대 메모리 연구는 전자의 ‘스핀’에 주로 집중해 왔다. 스핀은 전자가 마치 작은 팽이처럼 스스로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성질로, 이 회전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자는 동시에 원자의 중심에 있는 원자핵 주위를 돌며 ‘오비탈’이라는 궤도 운동도 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자의 오비탈 에너지가 자성체의 오비탈과 직접 상호작용하며 정보를 전달한다는 원리를 이론적으로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스핀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자석의 성질을 바꿀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전류가 단순히 자석의 방향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석이 특정 방향을 선호하는 성질이나 회전 특성 등 고유한 물성 자체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연구팀의 계산 결과, 오비탈을 이용한 제어 효과는 기존 스핀 기반 방식보다 훨씬 강력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향후 반도체 소자에서 스핀 대신 오비탈이 핵심 역할을 하는 ‘오비탈 기반 전자소자’ 시대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험에서 이러한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제시해 향후 산업계의 기술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학계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교자성(Altermagnet) 물질에서도 이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교자성은 원자 속 전자의 스핀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된 새로운 형태의 자성 물질로, 겉으로는 자석처럼 보이지 않지만 전자의 움직임에는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전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메모리 제어와 고속·저전력 반도체 소자 개발에 유리한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미래형 논리 소자와 메모리 소자 개발을 위한 강력한 이론적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근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전류로 자성을 제어할 때 반드시 ‘스핀’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며 “전자의 궤도 운동인 오비탈을 활용해 자성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관점은 차세대 초고속·저전력 메모리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이근희 박사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세대 김경환 교수와 KAIST 이경진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2월 2일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 논문 제목: Orbital exchange-mediated current control of magnetism,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68846-x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 R&D 프로젝트,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SRC), 신진연구자지원사업,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로 반도체 발열문제 실마리
기존 정보처리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초고속 초고집적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스핀트로닉스와 오비트로닉스는 줄발열*로 인한 에너지 소모 문제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한국 연구진이 초저전력 오비탈** 기반 정보처리 기술의 기틀을 세울 수 있을 기술을 개발하여 화제다.
*줄 발열: 도체에 전류가 흐를 때 일어나는 발열 현상.
**오비탈: 입자 회전 운동으로 발생되는 각운동량을 뜻함.
우리 대학 물리학과 김세권 교수 연구팀이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이현우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로 반강자성체*에서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를 세계 최초로 발견해 물리 및 화학 분야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게재했다고 17일 밝혔다.
*반강자성체: 인접한 원자의 전자스핀이 서로 반대로 정렬하여 순 자성이 없는 물질을 말함.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 축구의 바나나킥처럼, 마그논이 회전방향(오비탈)에 따라 진행궤적이 휘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마그논계에서의 오비탈 홀 효과는 기존에 예측된 바가 없는 새로운 현상이기에 학문적으로 흥미로우며, 기존 스핀 자유도에 국한되었던 마그논 동역학을 오비탈 자유도를 통해 한 단계 확장하는 의의가 있음.
마그논*을 이용한 스핀트로닉스 소자의 경우 줄 발열로 인한 에너지 소모 없이 기존의 컴퓨팅 기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 세계 각국 학계에서 경쟁적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마그논 스핀에 관해서는 지난 수십 년간 활발히 연구됐으나, 마그논 오비탈의 특성에 관한 이론 정립은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문제였다.
*마그논: 양자화된 스핀 파동을 뜻함.
물리학과 김세권 교수 연구팀은 MnPS3(삼황화린망간)와 같이 벌집 격자를 이루는 2차원 반강자성체에서 강한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기존에 알려진 마그논 홀 효과는 스핀궤도결합에 기인하기에 그 크기가 작은 데 반해,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된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는 스핀궤도결합과 무관하게 결정구조에서 기인해 크기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연구팀이 이론적으로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전기적으로 마그논 오비탈 홀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방법도 제시했다. 이는 스핀 자유도에만 국한되어 있던 마그논 연구의 범위를 스핀과 오비탈로 확장한 연구 결과로 마그논 오비트로닉스라는 연구의 새 장을 열어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세권 교수는 "마그논 오비탈과 그 수송이론의 정립은 아직 세계적으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문제이고, 기존 정보처리 기술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뛰어넘는 초저전력 오비탈 기반 정보처리 기술의 기틀을 세울 수 있을 것ˮ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 연구는 우리 대학 김세권 교수, 고경춘 박사, 안대현 학생, 그리고 포항공과대학교 이현우 교수의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과학자 유치사업 플러스(브레인 풀 플러스),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훈트 금속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 증명
우리 대학 물리학과 한명준 교수 연구팀이 *`훈트 금속'이라고 알려진 특이 양자 상태의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최초로 증명했다고 1일 밝혔다.
☞ 훈트 금속(Hund metal): 전기저항 없이 전류가 흐르는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거나 외부 조건의 미세한 변화에도 물질이 크게 바뀌는 특성을 가져 기존 반도체 소재를 뛰어넘는 응용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신물질이다.
훈트 금속이란 `훈트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물리학자 `프리드리히 헤르만 훈트(Friedrich Hermann Hund; 1896~1997)'의 이름을 딴 독특한 양자역학적 상태를 띠는 금속을 가리킨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전형적인 금속들을 `페르미 금속(Fermi liquid metal)'이라 부르는데, 이와는 성질이 뚜렷이 구분되는 특이한 금속을 이해하는 것은 오랫동안 학계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특이 금속들에 관한 연구가 고온 초전도 현상이나 양자 임계 현상과 같은 대표적인 물리학의 신비를 이해하는 단서를 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훈트 금속도 그 가운데 하나로서,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들에 의해 최초로 그 개념이 제시된 이래, 미국과 유럽 학자들의 주도하에 지난 10여 년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별히 이 금속 상태는 원자 내에서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양자역학적 상태를 나타내는 `오비탈(orbital)'의 개수가 `3' 이상인 경우가 주로 연구돼왔으며, 그 값이 `2'인 경우에는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졌다.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은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것으로서, 연구진은 오비탈 수가 `2'인 경우에도 훈트 금속이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연구진은 통상적인 훈트 금속보다 그 신호가 약하다는 점에서 이를 `약한 훈트 메탈(weak Hund metal)'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더 나아가 훈트 금속과 관련 상태들을 이해하고 분류하는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결과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난항을 겪고 있던 많은 관련 연구들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한명준 교수는 “이번 결과는 논문을 심사한 심사위원들조차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을 만큼 획기적이다”며, “관련 실험 데이터나 현상들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한 기초 이론 연구로서, 최근까지 학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초전도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우리 대학 물리학과 이시헌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하고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 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의 최상국 박사와 함께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최고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5월 17일 字 온라인 출판됐다. (논문명: Hund Physics Landscape of Two-Orbital Systems)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미래소재 디스커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