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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약용식물에서 세 단계만에 분자연금술 뚝딱
K-약용식물 추출물에서 단 세 단계 만에 퇴행성 신경질환 등 난치성 신경질환 치료제로 개발가능한 물질인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하는 ‘분자 연금술’에 성공하여 화제다.
우리 대학 화학과 한순규 교수 연구팀이 국내 자생 ‘광대싸리’에 극미량 존재하는 고부가가치 천연물을 생체모방 전략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질로부터 간단하게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는 국내 자생 약용식물인 ‘광대싸리’에서 발견되는 천연물 군으로, 항암 및 신경돌기 성장 촉진 등 다양한 약리 활성을 보여 수십 년간 합성화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들 물질 군에는 기본 골격으로부터 산화되거나 사슬처럼 연결된 형태를 갖는 100여 종의 초복잡 천연물들이 존재하는데,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본 골격체의 합성은 잘 정립되어 있었던 반면, 초복잡 화합물의 합성은 난제로 남아 있었다.
그 중 `수프라니딘(suffranidine) B'도 초복잡 세큐리네가 천연물 중의 하나로, 신경세포의 신경돌기 성장을 촉진해,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 절단 등 현재는 난치성인 신경질환의 치료제로 기대되는 물질이다. 그러나 식물 1 킬로그램(kg)당 추출량이 0.4 밀리그램(mg)에 그칠 정도로 극히 적고 정제 또한 어려워 추가적인 연구에 제한점이 많았다.
한 교수 연구팀은 광대싸리에서 쉽게 대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기본골격을 갖는 세큐리네가 천연물인 알로세큐리닌(allosecurinine)과 시중에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 누룩산(kojic acid) 유래 물질로부터 단 세 단계 만에 수프라니딘 B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수프라니딘 B의 세계 최초 합성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간단하게 만들어 낸 일종의 `분자 연금술'이라 볼 수 있다. 수프라니딘 B와 같이 복잡한 천연물을 이렇게 짧은 과정으로 합성해 낸 사례는 몹시 드물다.
생체모방 합성(biomimetic synthesis)은 자연이 천연물을 합성하는 과정(생합성)을 모방해 복잡한 천연물을 합성하는 연구 방식이다. 합성 과정에서 생합성 경로에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중간체들의 화학적 반응성을 탐구할 수 있으므로, 해당 물질의 생합성 경로를 더욱 깊게 이해할 기회를 제공한다. 세큐리네가 알칼로이드는 1956년 최초로 발견되었으나 현재까지도 생합성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 교수는 "이번 연구로 수프라니딘 B를 간단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초복잡 세큐리네가 천연물의 생합성에 대한 이해 또한 높일 수 있었다ˮ며 "고부가가치 국내 자생 약용식물을 합성화학적으로 또는 합성생물학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학문적 토대를 마련했다ˮ고 밝혔다.
KAIST 화학과 강규민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저명 국제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지난 11월 2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명 : Synthesis of Suffranidine B)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의 도약연구(UP) 및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등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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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의과학대학원 교수, 2023 올해의 논문상 수상
우리 대학 의과학대학원 김진국 교수가 지난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 학회(Oligonucleotide Therapeutics Society)의 2023 연례회의에서 올해의 논문상(Paper of the Year Award)을 수상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희귀유전질환에 대한 환자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이를 다수의 환자들에게 확대 적용하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한 논문을 지난 7월 국제학술지‘네이처(Nature)’에 출판한 바 있다. 해당 연구는 하버드의과대학의 티모시 유(Timothy Yu)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하였으며 KAIST 의과학대학원 우시재 박사과정 학생이 주저자로 참여하였고, 과기정통부의 해외우수과학자유치사업Plus(Brain Pool Plus)의 지원을 받았다.
해당 학회는 RNA 기반 치료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회로 꼽히며 유럽과 미국을 번갈아가며 연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논문상은 지난 한 해 동안 출판된 RNA 기반 치료제 개발 연구 논문 중에 기초 분야에서 1편, 임상연계 분야에서 1편, 총 2편의 가장 임팩트 있는 논문들을 선정해 각 논문의 책임저자 1명에게 수여하며, 김 교수의 논문은 임상연계 분야에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은 저 뿐만 아니라 이 연구에 기여하신 모든 분들께 앞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를 더욱 매진하라고 주는 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금(USD $1,000) 전액은 희귀질환 재단(A-T Children’s Project)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고문헌>“A framework for individualized splice-switching oligonucleotide therapy” Nature (202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6277-0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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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연 교수, 한국 최초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초청
우리 대학 산업디자인학과 강이연 교수가 세계 최대 디지털 아트 플랫폼인 미국 시카고 '아트 온 더 마트(Art on the Mart)'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했다.
강 교수의 '온리 인 더 다크(Only in the Dark)'는 영상과 음향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작품으로 지난달 14일 대중에 공개됐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실사 영상, 인공지능 구현한 이미지를 복합적인 미디어아트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 불가해한 인공지능(AI)과 인간 등의 사회적 담론을 담고 있다. 특히, 영상의 일부분은 강 교수 연구팀(박주언, 서민혁, 임준영)이 생성 인공지능 기술만을 사용해 구현했다. 현재 저화질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생성하는 기술은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6K에 달하는 고화질 영상(moving image)을 생성하는 데에는 높은 기술 난이도가 요구된다. 이 고화질 영상을 미식 축구장 두 개에 해당하는 1만㎡(약 3천 평) 넓이의 건물 외벽에 투사하기 위해 32대의 영사기가 동원됐다.
강 교수가 초청받은 '아트 온 더 마트'는 1930년에 건립된 시카고의 아이콘이자 미국에서 가장 큰 상업용 건물인 '머천다이즈 마트(Merchandise Mart)'의 남쪽 외벽을 배경으로 예술 작품을 투사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데릭 아담스(Derrick Adams), 찰스 아틀라스(Charles Atlas)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강 교수는 몰입형 예술(Immersive art) 및 프로젝션 맵핑 분야에서의 작품 활동과 아트 앤 테크놀로지(Art and technology) 영역을 오랜 시간 연구해 온 학자로서 행사 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그램에 초청됐다.
'아트 온 더 마트'를 총괄한 신시아 노블(Cynthia Noble) 디렉터는 "심오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구사해 기후 변화 및 지구의 운명을 보여주는 미학적 작업을 선보인 강이연 교수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라고 전했다.
강이연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단지 영상을 생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매체로서 인공지능이 지닌 가능성을 모색하고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강이연 교수의 미디어 아트 '온리 인 더 다크'는 오는 11월 15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시카고 '머천다이즈 마트' 외벽에 투사된다. 시카고 강과 어우러진 산책로인 '리버 워크'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아트 온 더 마트' 홈페이지(artonthemart.com)에서 작품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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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유전자 가위 기술로 코로나바이러스 싹둑
엔데믹(endemic)으로 지정된 코로나 19 바이러스(이하 SARS-CoV-2)는 변이가 매우 빈번하고 빠른 RNA 바이러스이다. 따라서 전 세계 연구자들은 신·변종 바이러스 출현에 따른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해 범용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허원도 교수 연구팀과 전북대 강상민 교수 연구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RNA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RNA 바이러스 유전체 내 슈도낫 부위를 타겟해 바이러스 증식을 강력하게 차단할 수 있는 핵심 타겟부위를 발견했고, 전북대학교 인수공통감염병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동물모델에서 COVID-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1일 밝혔다.
우리 대학 자연과학연구소 유다슬이 연구조교수, 전북대학교 한희정 박사과정, KAIST 생명과학과 유정혜 박사과정, KAIST 생명과학과 김지혜 선임연구원이 공동 제 1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저명 국제 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 (Molecular Therapy)’ 2023년 3월호에 온라인으로 출판됐다. (논문명: Pseudoknot-targeting Cas13b combats SARS-CoV-2 infection by suppressing viral replication). (Impact Factor: 12.91). (DOI: https://doi.org/10.1016/j.ymthe.2023.03.018)
SARS-CoV-2 바이러스는 세포 내 감염 후 매우 빠른 속도로 바이러스 단백질을 복제하고 증식하여 숙주 세포의 기능을 완전히 망가뜨린다. RNA 바이러스 유전체를 직접 분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이런 빠른 코로나 증식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은 RNA 유전자 가위 기술로 코로나 바이러스 내 유전자 발현 조절 중추 역할을 하는 슈도낫 부위를 타겟함으로써 99.9퍼센트의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슈도낫 부위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가장 취약한 급소임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본 기술은 mRNA 기반 유전자 치료제 전달하는 방식으로 DNA 기반 유전자 치료제에 비해 전달 효율이 매우 높으며 치료제 발현 시간 또한 매우 빠르다. 연구진이 제작한 mRNA 기반 치료제 전달로 감염 세포에 2시간 이내, 감염 동물에 6시간 이내에 RNA 유전자 가위 기술 발현을 유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타겟한 슈도낫 부위는 MERS, SARS-CoV 유전체 내에서도 보존성이 높은 염기서열을 가졌으며, SARS-CoV-2 변이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 모두에서 동일한 염기서열을 가졌다. 연구진은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SARS-CoV-2 (Hu-1) 뿐만 아니라 변이체 증식 또한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보여주며 해당 기술의 범용성을 증명하였다. 또한 SARS-CoV-2 감염 쥐 모델에 해당 치료제 기술이 투여된 쥐에서 뚜렷한 COVID-19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유다슬이 연구조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 유전체 중 단백질을 구성하는 유전자가 아닌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타겟 했다는 점과, 그것이 다른 유전자 타겟 부위보다 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율이 뛰어났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허원도 교수는 “우리 RNA유전자가위 연구는 본래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 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팬데믹이라는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기여하고자 연구를 시작했고, 전북대 인수공통감염병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또한 mRNA 백신으로 인류가 빠르게 팬데믹을 극복했듯이 mRNA 치료제 개발로 미래에 출현할 바이러스 감염병에 신속한 대응을 하도록 본 기술을 발전시키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KAIST 코로나대응 과학기술뉴딜사업과 보건복지부 감염병 예방 치료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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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고형암 표적 2세대 면역치료제 개발
암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의 암 연구 중에서 가장 많은 진전이 있었던 분야는 암 환자가 갖고 있는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극복하는 면역 항암치료다. 여기 기존의 모든 항암 치료에 불응한 말기 고형암 환자들에게 적용 가능한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법이 개발되어 화제다.
우리 대학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 연구팀이 면역시스템이 억제되는 종양미세환경을 극복하는 ‘2세대 T세포 수용체 T (T cell receptor specific T, 이하 TC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를 직접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TCR-T 세포 치료제 제작에 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T 세포 수용체 신호전달의 핵심적인 CD247 유전자에 추가신호 전달체인 트레프2-결합 도메인이 포함되도록 개량했다. 이러한 유전자 편집을 통한 개량은 TCR-T 세포의 증식 및 지속성을 향상시켰고, 생쥐를 이용한 악성 흑색종 모델에서 탁월한 항암 효과를 보임을 확인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나상준 박사와 김세기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저널 포 이뮤노쎄라피 오브 캔서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에 지난 4월 5일 출판됐다. (논문명: Engineering second-generation TCR-T cells by site-specific integration of TRAF-binding motifs into the CD247 locus)
초기 미비한 항암 효과를 보이던 1세대 키메라 항원 수용체 (chimeric antigen receptor, 이하 CAR)를 장착한 CAR-T 세포와 다르게, 추가신호 전달체가 포함된 2세대 CAR-T 세포는 말기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80% 이상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이며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현 CAR-T 치료제는 B세포성 급성 백혈병과 다발 골수종 같은 혈액암에만 치료 효과가 국한돼 있으며, 고형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CAR-T 치료제가 아직까지 없다는 점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TCR-T 치료제는 CAR-T와는 다르게 아직 1세대 구조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진은 고형암을 표적으로 하는 TCR-T 세포에 추가 신호 전달체인 트레프2-결합 도메인이 포함된 2세대 TC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했다. 단일 단백질로 이뤄진 CAR와 다르게 단백질 복합체를 형성하는 TCR에 추가신호 전달체를 포함시키는 엔지니어링은 훨씬 도전적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시도 끝에 TCR의 형성과 기존 신호전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추가 신호가 유발되는 최적의 TCR 모듈을 구축했다.
제1 저자인 나상준 박사는 “고형암이 형성하는 면역억제 환경에서, 기존 1세대 TCR-T 세포의 항암효과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라며 “반면 2세대 TCR-T 세포는 면역억제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유지하도록 고안된 기술 전략으로, 기존 치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형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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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상호작용 예측하는 美 FDA 수식, 틀렸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면, 약물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약효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대학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 과학 연구단 의생명 수학 그룹 CI)은 채정우‧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사용을 권장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수식이 부정확했던 원인을 규명하고, 정확도를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수식을 제시했다.
체내 흡수된 약물은 간을 비롯한 여러 장기의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체내에서 사라진다.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하나의 약이 다른 약의 대사를 변화시켜 체외 배설을 촉진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목표로 한 치료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약물 상호작용(DDI)’이라고 한다.
약물 상호작용에 따라 약물의 제거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의약품 처방 및 신약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은 약물을 복합처방할 때 의약품 사용설명서에 명시된 약물 상호작용 정보를 토대로 처방을 내린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약물 상호작용을 필수로 연구하여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FDA는 약물 상호작용을 평가하고, 다약제 복용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이던스(Guidance‧지침서)를 1997년 처음 발행했다(2020년 1월 개정). 신약 개발과정에서 신약 후보물질과 시판된 모든 약물의 상호작용을 모두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FDA는 가이던스에서 제시한 수식을 활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간접적으로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식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FDA가 제시하는 수식은 효소의 반응속도를 설명하는 ‘미카엘레스-멘텐 식’을 기반으로 한다. 이 수식은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체내 효소의 농도가 낮다는 것을 전재로 한다. 연구진은 실제 간에서 약물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 농도는 예측에 사용돼온 값보다 1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함으로써 기존 FDA 수식이 부정확한 원인을 찾았다.
채정우 충남대약대 교수는 “연구자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인위적인 수를 곱하는 식으로 FDA의 수식을 보정해서 사용해왔다”며 “과거의 과학자들이 당시의 정설이던 천동설을 기반으로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궤도를 도입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학-약학 협력연구를 통해 약물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개발했다. 의심 없이 사용돼 온 기존 식 대신 효소의 농도에 상관없이 정확하게 약물의 대사 속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수식을 유도했다.
이후, 새로 쓰인 수식을 이용해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고, 실제 실험으로 측정된 값과 비교했다. 그 결과, 인위적인 보정 없이도 예측 정확도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FDA 수식은 약물 상호작용을 2배의 오차범위 내에서 예측한 비율이 38%인데 반해, 수정된 식은 80%에 달했다.
생물학적 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약품은 FDA 가이던스에 따라 약물의 상호작용을 평가한다. 이 결과는 약효와 부작용에 직결된다. 정확한 수식을 활용한 약물 상호작용 연구 및 약물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김상겸 충남대약대 교수는 “약물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의 개선은 신약개발의 성공률과 임상에서의 약물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임상약리학 분야 최고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 만큼,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FDA 가이던스가 수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과 약학의 협력 연구 덕분에 당연히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수식을 수정하고,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며 “미국 FDA 가이던스에 ‘K-수식’이 들어가길 꿈꿔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022년 12월 15일(한국시간) 임상약리학 분야 권위지인 ‘임상약리학 및 약물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 IF 7.051)’ 온라인 판에 실렸다.
※ 논문명: Beyond the Michaelis-Menten: Accurate Prediction of Drug Interactions through Cytochrome P450 3A4 Induction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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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를 활용한 자가면역질환 조기진단 및 치료제 개발 앞장설 것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와 임성갑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윤종 교수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차승희 교수 공동 연구팀이 희귀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쉐그렌 증후군(Sjögren’s Syndrome)을 유발하는 주요 인자를 찾아냈다고 31일 밝혔다.
원인불명의 만성 전신 염증 질환인 쉐그렌 증후군은 눈물샘 및 침샘 등 외분비샘을 주로 침범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안구 및 구강건조증 등 외분비샘 기능 저하가 가장 흔한 증상이지만, 외분비샘 외 장기 침범이 다양하고 악성 림프종 합병증에 대한 위험이 특징적으로 수반되고 있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 나타나며 환자 중 약 3분의 1은 림프종, 관절염, 간 손상, 기관지염 등의 다양한 전신증상을 겪으며, 악성 림프종 및 폐 섬유화 합병증으로 조기 사망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에서 비정상적인 면역 활성을 유발해 외분비샘 조직 손상을 일으키는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이중나선 RNA(mitochondrial double-stranded RNA, 이하 mt-dsRNA)를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mt-dsRNA라는 쉐그렌 증후군 증상 조절 인자를 최초로 확립해 비침습성 조기 진단법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대학 생명화학공학과 윤지민 박사과정생과 이민석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 뉴클레익 에시드(Molecular Therapy – Nucleic Acids)'에 지난 9월 27일 게재됐다. (논문명 : Mitochondrial double-stranded RNAs as a pivotal mediator in the pathogenesis of Sjögren’s syndrome)
쉐그렌 증후군은 질병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질환의 병태생리를 대변하는 유전자 마커 없이 환자의 증상을 기반으로 진단이 이뤄지고 있으며 치료제 또한 존재하지 않는 희귀성 난치질환이다. 또한, 쉐그렌 증후군 진단은 이미 외분비샘 조직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가능하고 진단법 역시 증상을 기반으로 해 낮은 질병 특이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질병의 발병 및 진행 메커니즘을 분석해 쉐그렌 증후군의 조기 진단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규 면역 제어 표적 물질을 확립하고자 했다.
쉐그렌 증후군 환자에게서는 특히 이중나선 RNA(dsRNA)를 인지하는 선천성 면역 반응 단백질의 과활성화 그리고 이에 의한 항바이러스성 인터페론 반응이 관찰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dsRNA가 실제 질환에 관여하는지는 보고된 바 없으며 dsRNA를 표적으로 하는 진단법 및 치료 방향을 탐색한 연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세포 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RNA도 dsRNA를 형성해 선천성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세포 내재 dsRNA를 생성하는 대표적인 세포 내 소기관은 미토콘드리아이며 mt-dsRNA 또한 선천성 면역반응 단백질에 의해 인지되어 인터페론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에서 관찰된 과도한 면역 활성의 특징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을 고려해 mt-dsRNA가 질환 발병에서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의 누액과 타액을 분석한 결과 환자 특이적으로 mt-dsRNA의 과발현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환자의 일차 세포 및 쉐그렌 증후군 모델 생쥐의 손상된 침샘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에 mt-dsRNA의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특히, 타액선 세포주의 3차원 스페로이드 배양 시스템을 구축해 보다 정확한 질병 환경을 모사했다. 그 결과 mt-dsRNA의 발현이 면역 활성이 유발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가하며 이는 면역 활성의 촉진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연구팀은 규명했다. 특히, mt-dsRNA의 발현을 억제했을 때 면역 활성이 감소하며 질환의 특징이 일부 복원되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쉐그렌 증후군 환자의 증상 완화에 활용되는 필로카핀의 치료 메커니즘에서 mt-dsRNA의 기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M3R 수용체 작용제인 아세틸콜린이 mt-dsRNA 조절을 통해 면역 활성을 억제하며 쉐그렌 증후군 환자에서 추출된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을 억제해 과도한 면역 활성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로카핀이 아세틸콜린을 모방하는 M3R 작용제임을 고려했을 때, 연구팀은 약물의 효과를 대변할 수 있는 마커로서 mt-dsRNA의 기능성을 검증했다.
생명화학공학과 김유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난치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쉐그렌 증후군에서 mt-dsRNA라는 새로운 병인을 제시했다ˮ면서 "특히, mt-dsRNA 발현량 조절을 통한 면역 과활성화의 완화 효과를 고려했을 때 쉐그렌 증후군 외 기타 자가면역질환에서도 mt-dsRNA라는 새로운 생태 병리학적 마커를 활용해 진단 및 치료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ˮ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SNUBH End Run 협업 과제, 보건복지부 공익적 의료기술연구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프로그램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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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과 전기를 이용한 미세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구축
우리 대학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이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TU Delft) 프랭크 홀만(Frank Hollmann) 교수팀과의 협력을 통해 태양빛과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을 화학연료로 변환하고, 미세플라스틱 *업사이클링(upcycling)과 생체촉매 반응을 접목해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 5 mm 이하의 플라스틱
*업사이클링(upcycling): 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링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새로운 활용가치를 가진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지칭. 우리말은 새활용.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 (Nature Synthesis)' 10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Photoelectrocatalytic biosynthesis fueled by microplastics).
플라스틱(plastic)은 현대 생활에서 필수적인 재료로, 매년 약 3억 9천만 톤이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대유행 때문에 포장재와 개인 보호 장비의 사용이 증가해 플라스틱 수요가 더욱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은 소각되거나 자연환경에 매립하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어 환경적/경제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미세플라스틱은 생체에 축적되기 때문에 생태적 위협이 되고 있다.
신소재공학과 김진현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에서는 태양에너지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하는 광전기화학 방식을 구축했다. 연구팀은 자연에 널리 존재하는 헤마타이트(hematite)를 광촉매로 이용해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미세플라스틱을 포름산염(formate)과 아세트산염(acetate) 화학연료로 전환했다. 또한, 연구팀은 *분광학 및 (광)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헤마타이트의 *광여기홀(photoexcited hole)이 해당 업사이클링 반응에 핵심적이라는 과학적 원리를 밝혔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회사의 플라스틱 용기에서도 동일한 재활용 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을 입증해 해당 시스템의 실생활 적용 가능성을 확립했다.
*분광학: 분자나 재료에 의한 빛의 흡수, 복사를 분석해 물질의 특성을 파악하는 학문
*광여기홀: 빛에 의해 원자가띠에 존재하던 전자가 전도띠로 전이되면서 생성되는 준입자
또한 연구팀은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광촉매반응을 여러 생체촉매 반응과 연합했다. *산화환원 효소(redox enzyme)를 활성화하는 기존의 광전기화학 시스템은 *물 산화 반응(water oxidation reaction)에 의존했다. 그러나 물 산화 반응은 속도가 느리고 경제적으로 가치가 낮은 산소를 생성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물 산화 반응보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반응이 더 빠르다는 것을 이용해 산화환원 효소의 반응을 가속했을 뿐만 아니라 양극과 음극에서 동시에 고부가가치 화합물(*키랄성 화합물, 의약물질 중간체, 화학연료 등)을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산화환원 효소(redox enzyme): 전자를 얻거나 잃는 방식으로 화학 반응을 가속화시키는 효소
*물 산화 반응(water oxidation reaction): 물에서 전자를 추출하는 산화 반응
*키랄성 화합물: 왼손과 오른손처럼 구조와 모양이 똑같이 생겼지만 마치 거울에 비친 듯이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어 서로 겹쳐질 수 없는 분자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지속가능한 태양-화학에너지 전환을 위한 광 전기화학적 방식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ˮ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더 빠르게 업사이클링(새활용)할 수 있는 광촉매를 개발하고,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을 새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ˮ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과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 양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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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EC, 2022 국제 핵비확산학회 개최
우리 대학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센터장 임만성)가 주관하는 '2022 국제 핵비확산학회'가 다음 달 2일부터 이틀간 세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다. '국제핵비확산학회'는 국제 원자력계의 변화와 그에 따른 핵비확산 동향을 논의하고 원자력의 평화로운 사용을 도모하는 자리다. 9회째를 맞은 올해는 세종연구소(소장 이상현)와 공동 주최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등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 안보와 원자력의 관계를 조명할 예정이다.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축사하고 스티븐 밀러(Steven E. Miller)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안보프로그램 국장이 기조연설을 맡는다. 또한, 국제안보및협력센터(CISAC) 센터장 및 미 국방부 합참의장 특별보좌관을 역임했던 스캇 세이건(Scott D. Sagan) 스탠포드대 석좌교수, 원자력과 핵 안보 분야에 세계적인 권위자인 매튜 번(Matthew Bunn)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등이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이번 학회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원자력 거버넌스 변화에 미치는 영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불안해진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원자력의 역할 ▴핵확산금지조약(NPT)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핵비확산체제의 현황과 전망 ▴북한의 비핵화와 더불어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 억제라는 이중고의 해결 방안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혁신 기술이 이끌어갈 원자력의 미래 등 총 다섯 가지 주제를 다룬다.
이를 위해 6개국 21개 대학 및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 29명을 연사로 초청한다. 한국에서는 KAIST와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세종연구소, 국립외교원 등이 참여하고 미국의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카네기국제평화재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소재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등 해외 핵정책 및 원자력기술 기관의 관계자들도 온·오프라인으로 발표와 토론에 참여한다.
또한, 행사 둘째 날인 3일에 오전에는 빅터 차(Victor Cha)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와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의 특별 대담이 진행된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마쳤다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한국과 국제사회에 필요한 선제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 핵비확산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전문가들도 이번 학회에 초청됐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발효된 지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글로벌 핵비확산체제의 발전 방향에 관한 창의적인 제안을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행사를 총괄한 임만성 KAIST 핵비확산교육연구센터장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전례 없는 변화를 목도하는 가운데 원자력 기술의 사용을 둘러싼 기술 혁신, 핵비확산 및 북핵문제의 도전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이어 “국제 관계가 재편성되는 흐름 가운데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 핵문제를 둘러싼 우려를 해결하는 방안을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국제학회의 특성상 영어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8월 2일 오전 9시부터 유튜브 'KAIST NEREC' 채널에서 이틀간 실시간 중계된다.
20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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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생명연, 합성생물학 연구 및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위해 협력
우리 대학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 이하 생명연)이 합성생물학과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의 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협력에 나선다.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공학 기술을 활용해 생명체가 가진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하는 연구 분야다. 자연에서 유래한 생명체는 저마다 고유하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인간이 구조 그대로를 재현해내기 어렵다. 또한, 생물학 연구는 방법이 매우 복잡해 연구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기존 바이오 분야가 봉착한 기술적 한계였다. 합성생물학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된 설비, 표준화된 부품과 모듈을 사용해 연구개발의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의 국가들은 정부의 투자를 발판삼아 합성생물학에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을 적용해 제조공정을 자동화하는 바이오파운드리를 일찌감치 구축하고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두 기관은 주요 과학기술 강국들을 추격해 기술격차를 좁히고 관련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번 협력을 도모했다. 또한, 국내 열악한 바이오파운드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할 수 있으며, 기술 수요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두 기관은 지난 6일 '합성생물학 연구 및 바이오파운드리 공동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을 완료했다. KAIST는 20여 년 전부터 합성생물학과 학문적 배경이 유사한 시스템생명공학과 시스템대사공학 분야를 개척해왔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효율을 내는 다양한 세포공장 개발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합성생물학 분야 인력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생명연은 10여 년 전부터 합성생물학 전문 연구조직인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을 운영해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해왔으며, 최근 ‘합성생물학연구소’로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파일럿 규모의 연구용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는 등 미생물 세포공장, 산업용 효소,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글로벌파운드리연맹(global biofoundries alliance, GBA)에도 함께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 바이오파운드리 분야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바이오파운드리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 수립은 물론 공동 연구 인프라 조성과 향후 원활한 사업 운영 및 활용까지 두 기관이 전방위로 긴밀한 유대를 맺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합성생물학의 속도와 규모,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은 바이오산업 시대에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바이오 분야의 첨단 연구개발을 이끄는 두 기관이 손을 잡고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우수한 역량을 보탤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 또한 "바이오가 직면한 기술적 한계 극복과 미래 바이오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핵심기술로 여겨지는 합성생물학 기술의 성패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바이오파운드리의 구축에 달려있다"라며, "관련 분야의 우리나라 대표 연구 주체인 KAIST와 생명연의 협력으로 바이오경제 실현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우리 정부는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바이오파운드리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바이오 제조 혁신을 위한 합성생물학 생태계 조성 및 지원 계획도 수립된 상태다. 현재,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이다.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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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담긴 비대칭성을 증폭하는 카이랄 초분자 형성원리 규명
우리 대학 화학과 서명은 교수를 주축으로 한 연구팀이 분자 자기조립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빛으로부터 *초분자 나선 방향이 결정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초분자(supermolecule): 분자 간 결합 또는 인력을 통해 둘 또는 그 이상의 작은 분자들이 모여 생성된 거대한 분자들의 집합을 말한다. 효소 등 기능성 생체 분자들도 초분자로 볼 수 있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분자는 오른손과 왼손처럼 모양은 같지만 서로 겹칠 수 없는 거울상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탄생한 생명은 한 종류의 거울상 아미노산만을 선택해 단일한 *카이랄성을 띠게끔 진화했다. 아미노산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단백질로 전달되면 한쪽으로 꼬인 나선과 같이 분자를 넘어선 초분자 수준에서 증폭돼 나타나며, 이는 단일 카이랄성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즉, 어떻게 카이랄성이 탄생하고 증폭됐는지는 자연이 단일 카이랄성을 지니게 된 이유와 연관 지을 수 있어, 생명의 기원과 깊게 관련된 문제다.
☞ 카이랄(Chiral):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비대칭성을 가리키는 용어중 하나다. 이는 어떤 대상의 모양이 거울에 비춘 모양과 일치되지 않을 때 카이랄 성이 존재한다고 일컫는다. (Ex) 오른손 & 왼손)
태초에 같은 양씩 존재했을 거울상 분자 한 쌍 중에 한쪽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원인으로 시계 방향 혹은 반대로 회전하면서 나아가는 빛인 원편광이 흔히 거론되는데, 거울상 분자가 원편광을 흡수하는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지구에 내리쬐는 원편광은 그 회전 방향이 무작위할 것이므로 분자와 원편광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서로 경쟁하는 가운데 어느 순간 한쪽 거울상이 과잉되면서 단일한 카이랄성이 출현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으나, 분자와 원편광으로부터 카이랄 정보가 동시에 전달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연구된 바 없었다.
우리 대학 서명은 교수 연구팀은 빛에 반응해 자기조립되는 프로펠러 모양의 분자를 찾고, 분자와 빛에 담긴 카이랄 정보가 전달돼 초분자 나선으로 나타날 때 각각 얼마나 효과적인지 연구했다. 먼저 원편광의 회전 방향과 분자 프로펠러 방향이 맞을 때 광화학 반응이 우세하게 일어나고, 이는 자기조립을 유도해 정해진 나선 방향으로 성장함을 밝혔다.
나아가 한쪽 거울상 분자가 과잉된 조건에서 원편광을 쬐어 나선 방향이 어느 쪽을 따라가는지 살핀 결과, 양자의 정보가 일치할 때 초분자 카이랄성이 증폭되고 반대일 때 상쇄되며, 심지어 빛으로 분자 카이랄 정보를 눌러 나선 방향을 반전할 수 있음을 정량적으로 보였다. 또한 일정 비율 이상의 거울상 분자가 축적되면 빛과 관계없이 단일한 나선 방향이 유지되는 것 역시 확인했다.
원편광을 선택적으로 걸러내는 소재는 현재 OLED, 3D 안경 등 디스플레이에 널리 쓰이고 있고, 원편광을 내는 재료 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초분자 나선 구조는 개개의 분자에 비해 원편광을 훨씬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다. 따라서 초분자 나선 구조를 한번 더 조립하여 분자-초분자-거시적 스케일에서 모두 카이랄성을 띠는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를 구현한다면 카이랄성을 극도로 증폭할 수 있는 소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약물로 쓰이는 화합물은 탈리도마이드처럼 반대 거울상 분자가 기형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한쪽 카이랄성만을 가지게끔 합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는 이러한 비대칭 합성에서도 강력한 카이랄 환경을 제공하여 입체 선택성이 높은 촉매를 제조하거나, 거울상 분자를 효과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만드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빛에 담긴 비대칭성이 어떻게 분자 및 초분자 수준으로 전달되고 증폭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분자에 담긴 정보와 별개로 초분자 카이랄성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ˮ며, "이번 연구를 발판으로 카이랄 광학 소재, 비대칭 촉매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멀티스케일 카이랄 신소재 개발로 연구를 확장하겠다ˮ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 대학 화학과 강준수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연구를 주도하고, 화학과 김우연 교수, 임미희 교수, 윤동기 교수 연구팀이 협업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2월 4일 字로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 Circularly Polarized Light Can Override and Amplify Asymmetry in Supramolecular Helices)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에서 선정한 선도연구센터인 카이스트 화학과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주로 진행됐다.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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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LED 소재의 발광 효율 극대화 메커니즘 규명
우리 대학 화학과 김형준 교수 연구팀이 한밭대학교 홍기하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 LED 나노 소재에서 일어나는 발광 효율의 향상 원인을 이론적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할로겐 페로브스카이트 화합물은 태양 빛을 이용해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에 사용 가능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다. 한편, LED는 태양전지와는 반대로 전기를 이용해서 빛을 방출하는 장치로서 디스플레이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놀랍게도 페로브스카이트는 빛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효율뿐 아니라 전기를 빛으로 변환시키는 발광 효율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차세대 LED 소재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본래 `페로브스카이트'는 러시아 과학자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딴 광물 결정 구조의 이름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구조가 내부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상(phase)을 가질 수 있음에 주목했다. LED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CsPbBr3라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는 결정 구조 내부에 뒤틀림이 존재하는데, 이를 작은 나노 구조로 만들게 되면 이러한 뒤틀림이 최소화된 상이 형성된다. 연구팀은 비단열 양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이러한 결정 구조의 뒤틀림 제어가 발광 효율을 높이기 위한 주요 소재 성질 제어 전략임을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의 소재 결정 구조적 특성과 빛을 발생하는 광 동역학적 특성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다ˮ고 말했으며 "추후 이러한 이론 기초 연구를 더욱 확장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상 제어를 통한 발광 효율 극대화 전략을 도출해내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고효율 LED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ˮ이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 하윤후 박사과정 학생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에 지난해 12월 27일 字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명: Enhanced Light Emission through Symmetry Engineering of Halide Perovskites).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됐다.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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