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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학위수여식 개최
우리 대학이 17일 오후 2시 대전 본원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2023년도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졸업생 전체가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했다.
박사 691명, 석사 1천464명, 학사 715명 등 총 2천870명이 학위를 받으며,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1만 5천772명을 포함해 석사 3만 8천360명, 학사 2만 867명 등 총 7만 4천99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게 된다. 류가빈(23, 기계공학과) 씨는 학사과정 수석졸업자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는다. 이사장상은 이승주(24, 전산학부) 씨, 총장상은 태국 유학생인 잔타칸 네생팁(23, 화학과) 씨가 받는다. 동문회장상과 발전재단 이사장상은 각각 황재용(25, 물리학과) 씨와 이준모(23, 산업및시스템공학과) 씨가 수상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우수 졸업자를 시상하고 축사했다.
또한, 2004년도에 학부에 입학한 뒤, 19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차유진(38, 바이오및뇌공학과) 씨가 졸업생 대표연설을 맡는다. 차 씨는 원자력및양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골육종을 앓던 어린 환자의 죽음을 계기로 다시 과학자의 길을 걷기 위해 모교로 돌아왔다.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은 결국 과학기술에 있으며, 과학자가 되어 그 답을 찾아가겠다는 꿈과 함께 2018년 바이오및뇌공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사결정의 특성을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규명하고 이를 활용한 뇌 기반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임상 의사 약 200명을 피험자로 참여시켜 수집한 데이터로 본질적인 기계학습 이론 개발을 시도한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다.
차 씨는 "인간은 인공지능이 가진 고유한 학습 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전문성을 계발하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 능력을 모사해 성장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간과 기계가 상대에게 미치는 영향에 반응하면서 진화하는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의 단계까지 기술을 발전시켜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활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KAIST 의과학연구센터 연구 조교수로 재직 중인 차 씨는 의료인이 임상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17년 『의사를 위한 실전 인공지능』을 저술했으며, 이 책은 '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17일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는 "세상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나 많지만, 세상의 지평을 넓히고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과학기술이라고 믿는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표연설을 할 예정이다.
또한, 싱어송라이터 박새별(38, 문화기술대학원) 씨가 박사학위를 받는다. 최근 화제가 된 챗GPT처럼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하게 만드는 ’'자연어 처리'가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박 씨는 이 기술을 활용해 언어 대신 음악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소리의 형태인 음악을 자연어 처리 방식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음표와 박자 등을 마치 언어처럼 문장이나 단어의 형태로 구현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멜투워드(Mel2Word)라는 알고리즘을 직접 고안해 연구에 적용했다. 또한, 멜로디를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면 단순하게 음정을 표현하는 소릿값이 아니라 단어 혹은 문장으로서 의미와 맥락을 가진 수치들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 씨는 "그동안 주관적인 감상과 정서의 산물로 여겨지던 음악을 객관적인 수치로 계산해 분석할 수 있는 정량적 틀을 개발한 연구다"라고 설명했다. 박 씨의 연구 결과는 향후 음악의 유사성은 물론 독창성·예술성·대중성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인간이 음악에 반응하는 근본 원리를 탐구하는 실마리로 활용될 수 있다.
2014년 박사과정에 입학한 박 씨는 학업과 함께 본업인 음악 활동은 물론 대중 강연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고 결혼과 출산이라는 개인적인 중대사도 치렀다. 2019년 학위 이수 요건을 갖췄지만, 연구의 완성도를 위해 졸업을 늦춘 끝에 9년 만의 결실을 얻게 됐다. 박 씨를 지도한 남주한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박새별 씨는 석박사 연구를 위해 늦게 배운 코딩으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수준 있는 연구를 마무리해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남 교수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연구자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또한 훌륭하다"라고 덧붙였다.박새별 씨는 현재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학부에서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 과목과 음악 정보 검색(Music Information Retrieval)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박 씨는 "KAIST에서 석박사를 했던 10년여의 기간은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면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라며, "박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Commencement)이기 때문에 이제 뿌려진 작은 씨앗을 더 뿌리 깊게 내리며 좋은 학자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더 열심히 살아 나가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도 학사모를 쓴다. 경영공학부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는 문준석(40), 서인아(31) 씨다.문준석 씨는 입학 전 아프리카 난민의 자립을 돕는 카페를 운영했다. 이후 사업의 규모를 확대하고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돕는 사회적기업 경영을 배우기 위해 KAIST에 진학했다.
문 씨는 학위 과정 중 커피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적극적인 탄소 저감을 이뤄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사업 분야를 전환하고 ㈜이퀄테이블을 창업했다. 개인이 종이컵 한 개의 사용을 줄여서 저감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은 10g이지만 커피 자체를 바꾸면 300g의 탄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농장에서의 생산부터, 유통, 가공, 소비에서 커피 1kg당 15kg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문 씨는 이 전체 과정의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에 가까운 커피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인증 농장의 생두를 100% 재생에너지로 로스팅한 탄소저감커피를 기업에 제공하고 탄소저감량을 함께 보여주는 기업 대 기업 ESG 비즈니스 솔루션이 문 씨의 새로운 창업 분야다. 첫 파트너인 SK텔레콤과 협력해 이달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
함께 졸업하는 서인아 씨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식의 패션 사업을 하기 위해 ㈜컨셔스웨어를 창업했다. 사명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와 부합하는 경영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시작했다.
서 씨는 의류 산업 중에서도 80조 원 규모의 가죽 시장에 주목했다. 동물 가죽은 두께나 오염 문제로 원단의 6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가공하는 과정에서 중금속을 사용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 씨는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통해 연계된 SK케미칼과 협력해 친환경 가죽 가방을 출시했다. 폐기된 가죽을 갈아서 재가공한 재생 가죽을 바이오소재(PO3G)로 가공한 제품이다. 90% 이상 생분해 가능한 PO3G를 재생 가죽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가공과 폐기 단계에서 환경오염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소가죽 제품 대비 탄소배출량과 물 사용량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다. 문준석 씨와 서인아 씨가 졸업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은 올해부터 녹색경영정책 프로그램과 통합된 임팩트(Impact) MBA 과정으로 운영된다. KAIST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경제적 가치는 물론 환경과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도하는 창업가들을 꾸준히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존 섹스턴(John Edward Sexton) 뉴욕대 명예총장에게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우리 대학 관계자는 "섹스턴 총장의 오랜 고등교육 리더십과 KAIST가 NYU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과정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한다"라고 설명했다.
섹스턴 명예총장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장으로 재직하며, 2개의 해외 캠퍼스 및 다양한 해외 분원(Global Academic Sites)을 세계 각국에 설립했다. NYU의 랭킹 상승을 도모해 의대를 미국 전체 Top 2로 올려놓는 등 NYU를 초일류 대학의 반열에 올린 것은 물론 학생 수를 2만 9천 명에서 6만 명으로 파격적으로 늘리는 등 대학의 혁혁한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섹스턴 명예총장은 재임 기간에 대학의 학업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14년의 총장 재임 기간 중 '매일 100만 달러를 모금' 및 즉각적인 기부를 독려하는 '콜 투 액션(Call to Action)'과 같은 계획을 수립해 49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금했으며, 이는 NYU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고 있다.
섹스턴 명예총장은 총장 재임 시절에도 강의를 병행하고 학교 구성원들을 '가족'으로 표현하는 등 학생들을 특별히 아낀 일화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학위수여식에서는 졸업생 모두를 안아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1999년 NYU 로스쿨에서 법학석사를 마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섹스턴 총장의 포옹을 받은 졸업생 중 하나다. 1942년생인 섹스턴 명예총장은 자신이 기틀을 마련한 KAIST-NYU 조인트 캠퍼스의 발전을 독려하기 위해 KAIST에 직접 방문해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섹스톤 명예총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축하하기 위해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대사도 이날 KAIST 학위수여식에 참석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주한미국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섹스턴 명예총장은 "'함께 힘을 합쳐서 앞으로 위로 전진하자(Onward and upward together)'라는 슬로건을 좋아한다"라며, "KAIST-NYU 조인트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을 통해 양교가 세계 초일류의 대학으로 성장하는 비전을 달성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이광형 총장은 "섹스턴 명예총장은 일생을 바쳐 교육의 다양성을 촉진하고 학문적 우수성을 추구한 인물이자 혁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갖춘 총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섹스턴 명예총장이 마련한 기반 위에서 완성될 KAIST-NYU 조인트 캠퍼스는 양교의 시너지를 원동력 삼아 뉴욕으로 몰리는 글로벌 인재들을 흡인하는 구심점이자 KAIST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를 향해 꿈을 펼쳐나갈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장은 학위수여식사를 통해 "목표를 향하여 미래를 그려보고 노력해간다면, 미래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작품일 수 있다"라고 졸업생들을 격려하며, "꿈의 여정을 멈추지 말고 실패를 만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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